• 블러드본 체험기, 역시 다크소울의 개발사... 어렵다!
  • 게임메카 독일 특별취재팀 입력 2014-08-19 17:18:21

  • ▲ 프롬소프트웨어의 신작 '블러드본'

    ‘블러드본(Bloodborne)’을 제작한 프롬소프트웨어는 ‘데몬즈 소울’과 ‘다크 소울’ 등으로 잘 알려진 개발사다. 어둡고 음습한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차용한 두 작품은 그 분위기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더불어 튜토리얼에서만 10번 이상은 기본으로 죽는, 그런 극악의 난이도를 지닌 게임을 만들기로도 유명하다.

    게이머들이 ‘블러드본’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도 그 점이다. 지난 6월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파악했으니, 이번 작품에서도 프롬소프트웨어의 트레이드 마크인 고난이도 플레이를 그대로 유지하냐는 것이다. 게다가 ‘블러드본’은 ‘데몬즈 소울’, ‘다크 소울’보다 조금 더 나아간 고딕 판타지 세계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최초로 총기류가 등장하는데, 새로운 무기가 전체적인 액션에 가져다줄 변화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부분 중 하나다.

    그런 가운데, ‘게임스컴 2014’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부스에서 ‘블러드본’ 데모 버전이 전시됐다. 이 버전에서는 총과 검을 함께 사용하는 두 캐릭터가 공개됐으며, 캐릭터가 사망하면 시연이 종료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됐다. 

    데모 버전으로 접한 ‘블러드본’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 진행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작품이었다. 거기에 피격 거리와 타이밍을 고민해야 하는 묵직한 액션, 온몸으로 전해지는 타격감 덕분에 화면에서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흡인력을 가졌다.


    ▲ '블러드본' 게임플레이 영상(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쉽지 않아서 더 매력적이다

    ‘블러드본’은 어렵다. 적을 공격할 때 생각 없이 칼을 휘둘렀다가는 되려 얻어맞기 일쑤다. 게다가 적들은 멀리서도 플레이어를 발견해 달려와서는 사정없이 공격을 가하고, 심지어 아프기까지 하다. 한 대만 맞아도 전체 체력의 4분의 1이 깎이고 행여 횃불에라도 스치면 온몸에 불이 붙는다. 괜히 프롬소프트웨어가 아니다.


    ▲ 한 마리도 무서운데, 꼭 이렇게 몰려다닌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을 진행할 때 한층 더 신중해지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길을 배회할 때도 괜히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바닥과 벽에 괴물의 그림자가 보이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자칫 한 대 맞았다가는 빈사상태가 되기 일쑤니까. 게다가 영악한 적들은 관 옆에 앉아서 이미 죽은 것처럼 위장하기도 하고, 교묘히 기둥 뒤에 숨어서 호시탐탐 플레이어를 공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적을 처치한 후 아이템을 주울 때도 마찬가지다. 괴물들은 캐릭터가 전리품을 줍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 명 상대하기도 힘든데, 적이 한 곳에 몰려있으면 더 죽을 맛이다. 핵앤슬래쉬 장르처럼 마구 달려가 칼춤을 추면 바로 사망이다. 그래서 일단 기둥 뒤에 몸을 숨긴 후, 총으로 하나씩 잡는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총이 너무 약하다.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처럼 빠른 연사를 기대했는데 한 발 한 발 쏘는 속도가 너무 느리고, 대미지도 대검의 10% 정도다. 총기류는 견제 및 주의 환기 목적의 도구로만 사용되는 듯하다. 쏘고 빠지는 전략을 기대했는데, 프롬소프트웨어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 가까이 가서 때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날아오는 적은 대체 어떻게 타이밍을 맞춰야 하나

    잔뜩 긴장한 덕분에 얼굴에서 열이 느껴지는데도, 패드를 놓을 수 없었다. 잠깐 쉬자며 패드를 내려놓는 순간 적이 뒤에서 달려와 캐릭터를 죽일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실제로 그런 패턴을 보이는 적은 없었지만, 일반적으로 느릿느릿 걷던 망자가 플레이어만 발견했다 하면 빠른 움직임으로 몽둥이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기가 생기고, 도전 의식도 강해진다. 그리고 단순히 어려워서 독기가 오르는 게 아니라, 몬스터를 물리치고 길을 개척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굉장히 스릴 넘친다. 여기에 보기만 해도 무게가 느껴지는 진중한 액션과 손맛까지 더해져 난관을 하나씩 극복하는 재미가 증폭된다.

    충실한 양념, 고딕 판타지

    플레이 시간 내내 묵직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는 주변 경관도 한 몫을 한다. 검정과 회색 벽돌로 지어진 무채색의 건물과 퀴퀴한 냄새가 날 것만 같은 물웅덩이가 시각을 자극한다. 더불어 길거리에서 간헐적으로 빛나는 가로등 불빛마저 으스스하게 반사돼서, 반갑기보다는 팔에 소름이 돋는다. 안개도 자욱해 곧 비가 올 듯한 축축한 공기도 느껴진다.


    ▲ 호러 장르가 아닌데, 그에 못지 않게 으스스한 분위기

    ‘블러드본’은 고품질 그래픽을 강조하는 게임이 아니다. 물론 차세대 콘솔 타이틀인 만큼 그래픽을 강조한 여타 작품들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수준을 보여주지만, 분위기로 사람을 압도해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뾰족한 건물과 캐릭터의 가죽 의상, 기요틴이 연상되는 대검 등 사소한 소품들이 어우러져 암울하지만 매력적인 고딕 판타지 세계관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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