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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없애나 못 없애나, 게임 설치에 쏟아지는 '액티브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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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액티브 X'는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요악’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간 사회 각층이 '액티브 X'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애쓴 결과, 이제는 예전만큼 많은 '액티브 X'에 시달리며 살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런데 관공서와 금융기관과 더불어 아직도 '액티브 X' 설치가 필수인 분야가 있다. 바로 게임이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 ‘클로저스’, ‘리니지’ 등의 대다수 국내 온라인게임은 여전히 '액티브 X'를 설치해야 실행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국내 온라인게임의 태도는 '액티브 X'를 퇴출시키고자 하는 국내외 추세를 홀로 거스르고 있는 꼴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액티브 X'란 인터넷 익스플로러 웹 브라우저에서 작동하는 애드온인 '액티브 X 컨트롤'을 뜻한다. 즉 익스플로러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지 않아 별도 설치가 필요한 모든 기능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러나 '액티브 X'는 넓은 확장 가능성만큼 문제도 많다. 설치 절차가 복잡하고 호환성 문제로 충돌을 일으키거나, 과도한 추가 설치로 브라우저 속도 저하 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에 해외에서는 '액티브 X'가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신규 웹 브라우저인 엣지에서는 더 이상 '액티브 X'를 기본적으로 지원하지 않기로 했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액티브 X' 퇴출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점차 실효를 거두고 있다. 대선주자 문재인 후보는 2012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선공약으로 공공사이트에서 '액티브 X'를 비롯한 플러그인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내걸었다. 비단 말만이 아니다. 실제로 3월 27일에는 이미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홈페이지의 대국민서비스에서 모든 '액티브 X'를 제거했다고 전했다. '액티브 X' 축소라는 세계적 흐름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국내 온라인게임에서는 아직도 '액티브 X' 설치가 필수로 남아있다. 많은 국내 온라인게임은 '액티브 X'를 설치하지 않으면 실행이 불가능할뿐더러,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게임 설치 과정에서 은근슬쩍 '액티브 X'를 함께 깔아버리기까지 한다.


▲ 약관을 잘 보면 '부가 프로그램' 설치 항목이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넥슨이 서비스하는 ‘던전앤파이터’는 게임 설치 과정 중 자연스럽게 '액티브 X'를 함께 설치한다. 이러한 '액티브 X' 설치는 넥슨의 ‘클로저스’ 등 여러 게임에서 똑같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설치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액티브 X'가 설치되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커다란 '액티브 X' 설치 표시가 뜨던 옛날과는 달리, 넥슨 게임들은 게임 설치 과정에서 '액티브 X'를 같이 설치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설치하기에 앞서 약관을 살피면 ‘부가 프로그램’을 함께 설치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는데, 바로 이 ‘부가 프로그램’에 '액티브 X'가 포함되는 것이다.


▲ 던전앤파이터 설치하면 '액티브 X'가 원 플러스 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더 큰 문제는 한 번만 '액티브 X'를 깔았다고 넥슨의 모든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에 넥슨 게임과 함께 '액티브 X'를 설치했더라도, 일부 게임은 추가로 별도의 '액티브 X'를 설치해야 실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던전앤파이터’를 하기 위해서 '액티브 X'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같은 넥슨 게임 ‘클로저스’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액티브 X'를 한 번 더 설치해야 한다. 이처럼 잦은 '액티브 X' 요구는 게임 설치 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롭게 만들어 이용에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한다.


▲ 같은 넥슨 게임이지만 '던파'와 '클로저스'는 '액티브 X'를 따로 설치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른 게임사의 게임도 사정은 비슷하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1과 2, ‘아이온’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게임 실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액티브 X'를 깔아야 하며, 추후 '액티브 X'에 문제가 생기면 게임을 이용하는 데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출시된 웹젠의 ‘뮤레전드’도 별도 '액티브 X'를 설치해야만 실행이 가능하다.


▲ 최근에 발매된 '뮤레전드'도 '액티브 X' 설치가 요구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상의 게임들이 지닌 특징은 바로 웹 브라우저 상에서 실행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웹 브라우저 상에서 실행시키는 방식의 런처는 소위 ‘웹 런처’라고 불린다. ‘웹 런처’ 방식은 게임을 실행할 때 반드시 공식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데, 이 때 해당 업체의 다른 게임이 노출되어 자동적인 광고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주 게임 홈페이지에 접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용자 커뮤니티 활동을 접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웹 런처’는 웹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실행되므로 '액티브 X' 설치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게임이 이와 같은 ‘웹 런처’ 방식으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리니지’나 ‘아이온’과 같은 엔씨소프트 게임임에도 ‘블레이드 앤 소울’은 별도 '액티브 X' 설치 없이 실행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최근에 ‘블레이드 앤 소울’이 웹 브라우저를 통한 실행이 아닌, 독자적인 런처로 실행되는 방식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 독자 런처 사용으로 '액티브 X'와 결별한 '블레이드 앤 소울'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마찬가지로 국내에 서비스되는 해외 게임들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나 블리자드의 ‘오버 워치’ 등도 설치 및 실행에 '액티브 X'를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이 게임들도 웹 브라우저가 아닌 독자 런처를 통해 실행된다. 다만 이러한 해외 게임들은 실행에는 '액티브 X'를 설치할 필요가 없지만, 게임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는 '액티브 X'가 요구되는 일도 있다. 예컨대 블리자드의 게임들은 실행에 웹 브라우저가 아닌 별도 런처(블리자드 앱)를 사용하므로 실행에 '액티브 X'가 요구되지 않는다. 그러나 게임 상품 결제를 위해서는 공식 홈페이지 웹 상점(블리자드 샵)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때는 신용카드와 계좌이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결제방식이 '액티브 X'를 요구한다. 따라서 게임을 구매하고 싶은 이용자는 결국 '액티브 X'를 설치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게임사의 의향과는 무관하게 국내 전자금융거래법상 어쩔 수 없이 '액티브 X'가 강요되는 경우다.


▲ 블리자드 게임에서 '액티브 X'가 필요한 부분은 현금 결제 정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국내외로 '액티브 X' 사용이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도 많은 국내 온라인게임이 '액티브 X'를 고집하는 데는 분명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러한 '액티브 X' 설치 요구가 이용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국내외 추세에 맞춰 게임업계도 '액티브 X' 폐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외부세계의 경쟁에서 고립된 ‘갈라파고스’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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