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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게임업계 쏠림 ③ 세계화 문턱 못 넘는 중소게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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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는 창간 17주년을 맞이해 국내 게임산업의 ‘쏠림 현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허리가 없다, 쏠림이 심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어떠한 부분이, 얼마나 몰려 있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없습니다. 이에 게임메카는 ① 매출 쏠림, ② 플랫폼 쏠림, ③ 내수시장 쏠림,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게임산업의 쏠림 현상이 얼마나 극심한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 게임메카 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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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시장이 과포화 지경에 이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까지 줄곧 10% 이상이었던 연간 성장률이 매년 급락하여 2015년 7.5%, 2016년 5.6%, 올해는 2%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접한 중국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36%에 달하는데 비해 국내는 경기 침체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그렇다면 활로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해외 진출이다. 2015년 기준 전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약 1,308억 달러(한화 148조 원) 가량으로, 이 가운데 국내 비중은 단 6.1%에 불과하다. 따라서 좁은 내수시장을 차지하고자 이전투구하기보단 글로벌 빅마켓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 매년 급락하는 국내 게임시장 성장률 (자료출처: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

실제로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상위 업체는 전부 해외 매출 덕을 톡톡히 봤다. 모바일 전환기 초기부터 세계의 문을 두드린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북미 흥행에 힘입어 전체 매출의 87%를 해외에서 거둬들였고 게임빌과 넥슨, 넷마블도 매출 절반 이상이 해외발이다. 스마일게이트처럼 아예 해외 매출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곳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성공 사례가 여전히 소수 대기업의 전유물에 불과하다는 것.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하는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5년 게임산업 수출액 증감률은 8.1%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수입액의 경우 그간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2015년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점차 게임 수출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화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중소게임사

북미와 일본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살펴보자. 5월 11일 현재 북미 매출 30위권에 국산 게임은 ‘서머너즈 워’가 유일하며, 일본 30위권에도 마찬가지로 ‘서머너즈 워’와 넷마블 ‘세븐나이츠’뿐이 없다. 설령 100위권까지 샅샅이 훑더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정작 해외 진출이 절실한 중소게임사는 세계화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혹자는 PC 온라인과 비교해 모바일의 해외 진출이 한결 수월하다고 말한다. 하다못해 영어만 지원해서 글로벌 론칭하면 되니까. 그러나 각 국가별로 상이한 유저 특성과 문화를 파악하고 피드백을 수용할 준비도 없이 단순 번역만으로 세계에 도전해선 도저히 승산이 없다. 뼈를 깎는 현지화 노력과 상당한 마케팅 비용, 아니면 하다못해 독자적인 전략이라도 갖춰야 한다.


▲ 국산 게임을 찾아보기 힘든 일본과 북미 구글 플레이 (자료출처: 앱 애니)

거기다 국산 게임은 특정 플랫폼에 지나치게 편중돼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제한적이다. 한국이 모바일에 ‘올인’한 반면 세계적으로 모바일 비중은 17% 정도로 낮다. 심지어 선점 효과를 누렸던 PC 온라인과 달리 모바일은 오픈마켓 게임 카테고리 개설이 늦어져 후발주자로 뛴 분야다.

모바일 내에서 장르 쏠림 현상도 간과할 수 없다. 2016년 구글 플레이 게임 카테고리 총결산 보고서를 보면 국내 RPG 매출 비중은 54.8%로 과반을 차지했다. 북미와 유럽에선 전략, 어드벤처, 퍼즐, 서사 중심의 게임이 각광 받으니 ‘모바일 = RPG’라는 기형적인 등식에서 탄생한 국산 게임은 해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기 어려울밖에.

중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쪽 짜리 해외 진출

그나마 중국은 다소나마 진입 장벽이 낮은 시장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유사한 문화권인데다 여타 지역에 비해 오랜 세월 공략해온 만큼 이해도 높다. 매년 무섭게 성장하는 경제 대국이므로 게임을 내놓기에 이만한 기회의 땅도 없을 터이다. 허나 그렇다고 오직 중국에만 몰두해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해외 진출을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

2015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 국가들 가운데 중화권 비중은 32.9%에 달한다. 그 뒤로 일본이 21.5%, 북미 17.2%, 동남아 11.2%, 유럽 10.8% 순이다. 즉, 전체 해외 매출 1/3이 넘는 막대한 금액이 중화권에서 나온다. 이래서야 내수시장 쏠림을 제대로 해소하기 어려울뿐더러, 중국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공산국가라는 점에서 자못 위태롭기까지 하다.


▲ 중국에만 기댄 해외 진출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드 사태 (사진출처: 록히드 마틴)

최근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관계가 냉각되자, 국내 게임업계는 바람 앞에 등불처럼 거세게 흔들려야만 했다. 다시금 이 같은 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역량 있는 중소게임사가 서구권을 위시한 보다 넓은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개발에 재투자하는 과정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건전한 산업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임사 또한 모바일 RPG 일색에서 벗어나 목표시장을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플랫폼 및 장르에 도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얼마 전, 블루홀은 생소한 장르의 PC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약 한 달 만에 200만 장 넘게 팔아치워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러한 뜻 깊은 사례가 더욱 늘어나 대기업의 발자취를 쫓는 것만이 정답은 아님을 보여주기 바란다.


▲ 독자적인 전략으로 성공을 일군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사진제공: 블루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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