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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셔틀] 뻔하지 않은, 여운 남는 국산 인디게임 '후엠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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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엠아이: 도로시 이야기' 공식 홍보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 [앱셔틀]은 새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모바일게임을 바로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5월 7일에 발매된 ‘후엠아이: 도로시 이야기’는 오내모 스튜디오의 모바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인격이 네 개로 분리된 소녀 ‘도로시’를 대화로 치료해 다시 한 번 온전한 마음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후엠아이’는 대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드라마와 ‘소통’의 감동을 주요한 재미로 삼았다. 게임 내 추가 결제 요소는 없으며 가격은 2,200원. 별 부담 없이 시작해 잔잔한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게임이다.

▲ 적절한 대답을 골라 인격들 사이의 공감을 이끌어내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게임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에 따라 ‘도로시’의 여러 인격들과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플레이어는 매 주제마다 세 가지 대답 중 하나를 선택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대답에 따라 각 인격은 다른 반응을 보이며, 게임의 시나리오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후엠아이’는 ‘도로시’의 인격들과의 대화로 진행된다. 유저는 매 ‘주(Week)’에 한 번씩 꿈 속에서 ‘도로시’를 만나서 이번 주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어떤 때는 혼자 밥을 먹으며 쓸쓸했다는 정도의 사소한 이야기만 하지만, 때로는 손을 베여 피가 나자 인격이 바뀌어 난동을 부리는 등 심각한 사건이 벌어질 때도 있다. 그 ‘주’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에 대화도 매우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

▲ 별 일 없이 지나가는 때도, 다른 인격에게 몸의 통제권을 뺏겨 문제가 생기는 때도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대화는 ‘도로시’가 잠든 꿈 속에서 벌어진다. 따라서 대화 시간도 잠이 깨기 전까지 한정된 시간 동안만 할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은 게임상에서 대화 횟수 제한으로 나타난다. 매 ‘주’ 플레이어는 ‘드림타임’이라는 자원을 얻는다. ‘드림타임’은 ‘도로시’가 꿈꾸며 플레이어와 대화하는 시간으로, 하나를 소모해 한 번 대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드림타임’을 8개 가지고 있다면 최대 8번까지 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주어진 ‘드림타임’을 다 소모하면 해당 ‘주’는 종료되고 다음 ‘주’로 넘어간다. ‘드림타임’을 다 소모하지 않아도 대화를 끝내고 다음 ‘주’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이 때 남은 ‘드림타임’은 다음 ‘주’로 이월된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이번 ‘주’ 주제가 되는 사건에 따라 주어진 ‘드림타임’을 다 써서 대화를 깊게 이어갈지, 혹은 ‘드림타임’을 아끼기 위해 대화를 빨리 정리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즉 자원을 관리해 대화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 맛이 간 '도로시'의 분리된 인격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도로시’는 자신의 원래 인격 외에도 ‘앨리스’, ‘그레텔’, ‘신디’라는 세 인격을 갖고 있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주인공처럼 망상에 집착하고 현실을 부정한다. 반면 ‘그레텔’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두 아이가 등장하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나온 듯한 모습이다. ‘그레텔’은 ‘도로시’가 늘 나쁜 부모에게 위협받고 있다고 믿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두에게 적대적이고 폭력적으로 군다. 마지막인 ‘신디’는 동화 ‘신데렐라’ 속 공주처럼 도도하고 남을 깔보는 성격이다. 각 인격은 조금씩 서로를 불신하거나 멸시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대화를 통해 이 네 가지 인격을 조화시켜야 한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게임 메뉴에서 어떤 인격과 대화할지를 골라야 한다. 그러면 상대가 먼저 이야기하며, 플레이어는 그에 따라 주어진 세 가지 대답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상대가 먼저 이야기하고 플레이어가 대답해 대화가 진행되는 방식은 여느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 '통합도'가 떨어질수록 분리된 인격들은 '도로시'의 몸을 뺏고 싶어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대답을 아무렇게나 선택하다가는 끔찍한 결과가 초래된다. 인격이 상처를 받거나 궁지에 몰리면 더욱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나타내는 두 가지 파라미터가 바로 ‘스트레스’와 ‘통합도’다. 과격한 대화로 몰아세우면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결국 ‘도로시’는 완전히 미치거나 죽고 만다. 즉 게임 오버를 당한다. 각 인격들을 설득해 뜻을 모으지 못해도 ‘도로시’는 파멸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통합도’를 올릴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

▲ '통합도'가 다 차면 분리된 인격은 '도로시'를 인정하고 하나가 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대화를 통해 ‘통합도’를 최대로 끌어올린 인격은 ‘도로시’와 다른 인격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 해당 인격은 본체 ‘도로시’에게 흡수되어 하나가 되며, 이를 통해 ‘도로시’는 전보다 안정되고 쾌활한 성격으로 바뀌어간다.

▲ 알고 보면 불우한 과거의 입양된 아이인 '도로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게 인격들 사이의 대화를 이끌어나가다 보면 플레이어는 점차 ‘도로시’의 인격이 나뉜 이유를 알아가게 된다. 사실 ‘도로시’는 과거의 끔찍한 사건으로 자신도 모르게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다. 조각난 인격들은 조금씩 본체 ‘도로시’의 기억을 나누어 가지고 있으나, 저마다 왜곡된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인격들을 회유해서 조금씩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 ‘도로시’가 완전한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해내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후엠아이’의 스토리 흐름은 고전 RPG인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나, 고전 그리스 비극 ‘오이디포스 왕’을 연상시킨다.

▲ '스트레스'와 '통합도'에 따라 비극적인 시나리오로 치달을 수도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게임 방식이 이렇다 보니 ‘후엠아이’에서는 스토리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후엠아이’ 스토리는 꽤 흥미롭다. 여기에는 검과 마법도, 마왕도, 우주전쟁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조금 지루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해보면 비극적이고도 서정적인 ‘도로시’의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6종의 엔딩은 깊은 여운마저 남긴다. ‘워킹 데드’나 ‘사이베리아’ 등의 드라마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후엠아이’에도 분명 만족할 것이다.

▲ 잘만 이끌어주면 '도로시도' 연애도 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후엠아이’에도 조금 아쉬운 점은 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적은 볼륨과 낮은 난이도다. 대화와 소통은 이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이자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엠아이’의 대화 선택지는 다소 뻔하게 느껴진다. 캐릭터마다 성격이 너무도 극명하게 나뉘다 보니, ‘정답’에 해당하는 선택지를 찾기도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디’는 “도로시도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어”라는 뉘앙스의 선택지만 고르면 금방 ‘친화도’를 올릴 수 있다. 이처럼 간단한 난이도의 대화 패턴은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의 긴장감을 줄여버린다.

하지만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후엠아이’는 ‘소통의 드라마’를 게임화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독특하고 가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요즘처럼 스토리가 주는 감동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후엠아이’는 더욱 눈에 띈다.

▲ '도로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플레이어와의 대화에 달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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