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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걸린 게임업계, 어떻게 일으켜 세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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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부 게임생태계 상생발전을 위한 게임정책 간담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국내 게임업계는 심각한 허리디스크에 걸려 있다. 아주 큰 기업과 아주 작은 기업만 남고 그 중간을 받칠 중견기업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다른 말로는 ‘양극화’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허리가 아픈 업계를 어떻게 하면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허리디스크’의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7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색다른 간담회가 열렸다. 업계 선두기업이 아니라 작은 게임사의 고충을 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이번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 한국모바일게임협회, 게임인연대, 게임개발자연대, 인디라!인디게임개발자모임, 녹색소비재연대,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게이미피케이션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문제는 양극화다. 업계의 허리를 받쳐줄 중견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손꼽힌 것은 셧다운제와 심의다. 우선 셧다운제에 대해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관련 자료가 없어서 연대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셧다운제가 시행된 2011년과 2012년을 비교해보면 심의를 받은 온라인게임 수가 546개에서 253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라며 “대기업은 셧다운제에 필요한 시스템을 마련할 여력이 있으나 중소기업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서 온라인게임을 만들지 않거나 셧다운제가 없는 성인 게임으로 넘어갔다”라고 말했다.


▲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어서 심의에 대해서는 인디라 김성완 대표가 “인디 게임 입장에서는 심의가 걸림돌이다. 일단 심의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요구하는 비용이나 요건을 갖출 수 있지만 소규모 개발사에게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셧다운제와 심의 모두 중소 개발사가 새로운 온라인게임을 만들고, 출시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 인디라 김성완 대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심의도 부담스럽고, 셧다운제도 감당이 안 된다면 이 두 가지가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 스마트폰 게임은 정부 심의도 없고, 셧다운제도 없다. 여기에 셧다운제가 시작된 2011년은 굳게 닫혀 있던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가 열리며 ‘스마트폰 게임’이 각광을 받았다. 즉,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중심이 옮겨가는 업계 트렌드에, 온라인게임을 시도하기 어렵게 만든 셧다운제와 중소 게임사가 부담스럽게 여겨온 심의가 맞물리며 모든 게임사가 ‘스마트폰’에 몰렸다.

시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게임이 몰린다면 경쟁이 치열해진다. 그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게임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면 ‘마케팅’이 중요해진 것이다. 과거에는 드물었던 지하철이나 TV 광고가 급격히 많아진 이유도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게임을 알리기 위해서다. 결국 마케팅 비용은 순식간에 늘어났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큰 기업만 살아남고 중견 개발사나 퍼블리셔는 긴 침체에 빠졌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중소 게임사 육성과 인재양성, 허리디스크를 낫게 할 명약

원인진단을 마쳤으니 이제 ‘처방’ 단계다. 눈에 보이는 치료책은 셧다운제와 정부의 게임 심의 두 가지를 없애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진척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가 부모가 원하는 아이는 셧다운제에서 빼는 ‘부모선택제’를 추진 중이다. 심의는 올해 1월에 게임사가 직접 게임을 심의할 수 있는 ‘자율심의’가 시작됐다. 문제는 둘 다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 모두 진행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규제 완화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현장에서 제시된 키워드는 두 가지다. ‘중소 게임사 육성’과 ‘인재 양성’이다. 작은 개발사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단계적으로 마련하고, 국산 게임의 경쟁력을 높일 우수한 인재를 많이 키워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우선 소규모 게임사 지원에 대해 동양대 김정태 교수는 “정부의 창작지원을 기획, 개발, 출시, 마케팅까지 나누어 단계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개편되었으면 한다. 여기에 스타트업이나 인디와 같은 소규모 게임사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어 있는데 그 범위를 중견기업까지 넓혔으면 한다. 회사가 크지는 않지만 10년, 20년 동안 이어진 장수 중견기업도 있는데 이들이 제대로 된 ‘허리’ 역할을 하도록 돕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소규모 개발사도 부담 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사업 지원절차를 간단하게 바꾸고, 상금이 걸린 ‘인디게임 공모전’을 많이 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 동양대 김정태 교수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17년 간 게임개발자 양성 교육을 해온 김성완 대표는 “현재 국내 게임 개발자 교육은 대학교, 고등학교, 민간 교육원 전체적으로 규모가 줄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트렌드가 바뀌며 기존 개발 인력이 해외로 빠져버리는 경우도 많다”라며 “새 인력은 부족하고, 기존 인력은 유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10년 간 축소된 공공 게임 교육 기관을 제대로 부활시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인재’의 경우 40대 이상 중년 개발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재교육이나 재취업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게임업계 지망생, 신입, 경력, 중견까지 단계별로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는 ‘생애주기별 교육’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전명진 회장은 “40대 중반이 되면 개발자는 회사를 나오게 된다. 그 사람들이 게임업계를 떠나지 않고 본인이 가진 기술을 게임업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재취업이나 재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스마게 전명진 회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조승래 의원은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간담회 현장을 끝까지 지키며 의견 수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간담회에서 나온 주요 이야기는 현재 국회에서 준비 중인 ‘게임포럼’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조승래 의원실은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이 뜻을 모았다”라며 “게임 이용자, 개발자, 업계 전문가, 국회, 정부가 함께 하는 ‘게임포럼’을 1년에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열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 개발자, 업체 등 게임업계에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첫 ‘게임포럼’은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


▲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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