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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기회? 고통? 충격적인 게임 속 시간 루프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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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후회되는 일, 다시 선택하고 싶은 일이 많다. 누구나 그럴 때는 '시간을 한 번만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너도나도 흘러가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아마 복권이나 주식, 스포츠, 도박 등 미래 예측형 산업은 한순간에 망할 것이다. 랜덤박스, 뽑기도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닐 테고.

하지만 게임 속에서는 극히 일부 선택받은 자들에 한해 시간을 되돌릴 기회가 주어진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되는 삶은 고통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명 ‘루프물’로 불리는 시간반복 게임 TOP 5를 선정해 보았다.

5위, 크로스 채널


▲ 밝은 모습 속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으로 Roof! (사진출처: 위키디피아)

플라잉샤인의 대표작 ‘크로스 채널’은 국내에 아직 보편적이지 않을 무렵, 루프물의 매력을 널리 알린 비주얼 노벨 게임이다. 방송부 합숙이 끝나고 돌아온 주인공 일행 앞에 모든 사람이 사라져버린 세계가 펼쳐진다. 친구들은 불안에 떨며 마을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거나, 패닉에 빠지거나,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억지로 일상을 이어가려 애쓰기도 한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세상에서의 일주일은 계속 리셋된다.

‘크로스 채널’의 핵심은 빛 뒤에 가려진 어둠과 마주하는 것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얼핏 평범하거나 유쾌해 보인다. 덜렁이 선배, 귀여운 후배, 츤데레 동급생, 바보 같이 착해보이는 친구… 그러나 사실은 치명적인 정신적 문제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 당한 존재들이다. 플레이어는 반복되는 1주일 속에서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마주보고, 각각의 아픔을 보듬게 된다. 가식으로 감춰오던 닫힌 마음을 한 명 한 명 열어가는 과정은 출시 15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감동적이다.

4위, 섀도우 오브 메모리즈


▲ 이 잘생긴 남자가 계속해서 죽어야 하다니 (사진출처: Ghostfoxgaming)

시간을 되돌려서 고치고 싶은 과거는 한두 가지가 아닐 테지만, 아무래도 최고를 꼽자면 닥쳐온 자신의 죽음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데스티네이션’을 보면 알 수 있듯, 죽음이라는 것은 한 번 피하더라도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온다. ‘섀도우 오브 메모리즈’는 운명적으로 찾아오는 죽음을 피해 수 없이 시간을 되돌리는 남자의 처절한 이야기다.

어느 날 길에서 누군가의 칼에 찔려 사망한 주인공은 사후세계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다. 이 능력으로 죽음을 피하려 하지만, 사신의 손길은 새로운 모습으로 끊임없이 찾아온다. 음독사, 추락사, 사고사, 화재로 인한 질식사, 심지어 도자기에 맞아 죽는 어이없는 죽음을 보고 있자면 ‘주인공 괴롭히는 게임인가’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려면 끊임없이 시간을 돌려야지.

3위, 쓰르라미 울 적에


▲ 애니, 만화 등으로 수없이 재창조된 '쓰르나미 울적에' (사진출처: matome.naver.jp)

동인 게임으로 시작해 거대 미디어믹스로 진화한 ‘쓰르라미 울 적에’ 역시 루프물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작이다. 시골 마을 여름 축제 기간에 정체불명의 괴사 사건이 발생하고, 불길한 여름이 끝 없이 반복된다. 주인공은 그 사건의 피해자가 되기도, 관계자가 되기도, 또는 이와는 무관한 제 3의 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이 게임의 특징이라면 주인공이 시간이 되돌려지는 사실을 모르는 것. 그리고 각 장 별로 마련된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각 장별로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돼, 최종적으로는 진실을 향한 조각을 모아가게 된다. 예로 전 장에서는 듬직했던 동료가 이번 장에서는 도끼를 들고 주변 사람들을 습격한다거나, 만나면 서로 장난치기 바빴던 친구가 나를 죽이려 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심지어 마을 전체가 몰살당하는 결과도 비일비재하다. 수수께끼로 가득한 이야기의 감춰진 뒷배경들이 밝혀지는 해답 편에서는 누구나 무릎을 탁! 치게 된다.

2위, 3days ~차오르는 시간의 저편에~


▲ 반복되는 3일, 그리고 살해당하는 주인공 (사진출처: amazon)

‘3days ~차오르는 시간의 저편에~’는 루프물 부흥기 일본에서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어느 평범한 날 공원에서 학교 선배가 살해당하고, 다음 날 동급생이 자살하고, 그 다음 날에는 자신과 소꿉친구가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이런 끔찍한 3일이 반복된다. 주인공은 어떻게든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향해 닥쳐오는 비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다가오는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3일 마다 한 번씩 살해당한다니, 끔찍한 일이다.

계속되는 주인공의 죽음으로 평행선을 이루는가 싶은 이야기의 진실은 9회차 말미에 진실의 문이 열리면서 드러난다. 알고 보니 이 세계는 음양술과 마법진이 판치는 판타지적 세계관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과거로 돌아간 해답편에서도 여전히 루프는 계속되며, 과거를 통해 이 세계를 둘러싼 진실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된다. 오컬트와 루프물이 섞인 세계관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주의할 점은 잔인한 고어 요소와 19금 요소가 다수 섞여 있다는 것. 스토리에 반해 게임을 하려 한다면 반드시 이쪽 분야 내성이 충분한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1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세상 살기 참 편한 능력을 얻었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안 된다 (사진제공: 스팀 공식 페이지)
▲ 세상 살기 참 편한 능력을 얻었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안 된다 (사진제공: 스팀 공식 페이지)

만약 자의로 시간을 역행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자유롭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여학생의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그린다. 주인공 맥스는 학교 화장실에서 한 여학생이 클래스메이트와의 다툼 끝에 실수로 격발된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을 보게 되고, 엉겁결에 시간을 되돌려 끔찍한 총기사고를 막아낸다. 더불어 자칫 죽을 뻔 했던 여학생이 자신의 오랜 친구였던 것을 알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이야기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자각하게 된 맥스의 승승장구 스토리를 그릴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친구를 돕는 과정에서 목숨이 오가는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고, 과거를 바꾸면서 발생한 수많은 나비효과로 시공간이 흐트러진다. 결국 나중에는 과도한 시간 역행의 부작용이자 대체 현실의 결과로 거대 폭풍이 마을을 향해 덮쳐 오기까지. 그야말로 인생은 이상함 투성이다. 친구의 목숨과 마을 궤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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