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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농구처럼, 대학 e스포츠 개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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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공식 e스포츠 팀을 운영 중인 라이언 스티븐슨 (사진: 게임메카 촬영)

e스포츠의 중요 목표 중 하나는 정식체육화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지난 2015년에 중앙대학교와의 협의를 통해 'e스포츠 특기 전형'을 마련한 이유 역시 정식체육화를 뒷받침할 '학원 e스포츠'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수한 선수를 지속적으로 육성해내는 '학원 스포츠'를 탄탄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을 넘어 최근 e스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대학 e스포츠'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지난 19일(현지 기준)에 막을 올린 게임 전문 컨퍼런스, 'GDC 2018' 현장에서 ‘동아리부터 대학 공식 대표팀까지, 대학 e스포츠 개발하기’를 주제로 한 강연이 진행된 것이다. 골자는 어지간한 대학은 축구나 농구 등 스포츠 대표팀을 두는데 e스포츠라고 못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은 물론 학교와 업계도 대학 공식 e스포츠 확립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마이애미 대학에서 공식 e스포츠 팀을 운영 중인 필 알렉산더 (사진: 게임메카 촬영)

대학 e스포츠 활성화를 강조한 강연을 진행한 인물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게임 기획을 가르치는 라이언 스티븐슨 교수와 마이애미 대학에서 게임 마케팅을 연구 중인 필 알렉산더 교수다. 이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인 동시에,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에 대표 공식 e스포츠 팀을 설립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들이 강연을 통해 주장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대학 e스포츠 활성화는 학생에게도, 학교에게도, 게임산업에도 모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선 스티븐슨 교수는 게임은 학생들에게 훌륭한 체험을 제공하는 매체이자 창의성 있고 생산적인 진로를 열어주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금은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학생들 자신도, 학교도, 업계도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도 심심풀이로 게임을 즐기는 수준에 머물기 쉽고, 학교도 제도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며, 업계도 별다른 후원을 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게임은 쉽게 소비될 뿐이다.

그러나 스티븐슨 교수는 게임 플레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갖춘다면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확신했다. 학생이 친구와 함께 아무렇게나 공을 차고 노는 것은 앞으로의 인생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 축구 대표팀에 들어가 스포츠맨십을 배우고 대회에서 선수로 뛰는 체험을 하면 학생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스티븐슨 교수는 e스포츠도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보다 고차원적이고 새로운 체험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 대학 e스포츠로 학생들이 뻗어나갈 수 있는 분야는 더욱 다양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대학 e스포츠 활성화는 게임에 대한 학생 개인의 가치관을 바꿔줄 수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 무궁무진한 새로운 진로가 열린다는 것이 스티븐슨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게임은 물론 e스포츠에도 이 업종에 종사하는 다양한 직종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이를 모른다고 밝혔다. e스포츠 선수 뿐 아니라 e스포츠 대회 기획자, 게임 마케팅 담당자, 전문패널 등 관련 직업이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에서 e스포츠를 공식 지원한다면 학생들이 게임을 대하는 인식이 달라지고, 보다 넓은 저변과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업계도 대학 e스포츠로 이익을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능한 학생이 게임산업으로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 또 단기적으로는 대학 캠퍼스에 단단한 e스포츠 커뮤니티를 만들어두면, 이 대학 네트워크를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공식 e스포츠는 학교와 학생에게는 더 넓은 진로 체험을, 업계에서는 인재발굴과 게임에 타겟팅된 마케팅 창구가 확장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스티븐슨 교수의 주장이다.


▲ 업계에도 캠퍼스 커뮤니티와 미래의 일꾼 등 다양한 이익이 돌아갈 거라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대학 공식 e스포츠가 쉬운 일은 아니다. e스포츠 확립에는 많은 지도와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당장 교내 대회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대회 전반을 관리하는 주최, 방송 및 음향기술 담당자, 해설자 등 선수 외에도 많은 인력이 요구된다. 여기에 만약 ‘도타 2’,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 여러 종목이 모인 대회를 기획하고 있다면 게임마다 진행 방식과 규칙이 다르므로 각 종목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수급해야 한다.

따라서 스티븐슨 교수는 대학 e스포츠 활성화를 강력하게 지원할 교육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학교에 공식 e스포츠를 신설하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가를 입증하고 필요한 인프라를 제시해야 하며, 다른 동아리와 연계를 통해 자원과 사람을 끌어 모아야 한다. 예를 들어 e스포츠 해설을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식이다. 이렇게 한다면 e스포츠뿐 아니라 다른 학부나 동아리에도 실무를 체험할 수 있는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요청한 것은 게임업계의 지원이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아마추어이므로, 대학 공식 e스포츠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지속적인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유명 개발자나 e스포츠 선수와의 만남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 스티븐슨 교수는 학생들에게 e스포츠에 진출해서 아마추어로 머물지 않고 프로로 나아갈 동기를 주기 외헤서는 게임업계와의 접촉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했다.


▲ 대학 공식 e스포츠 팀 설립 노하우에 대해 질문하는 대만 대학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GDC가 열린 미국 현지의 대학 e스포츠 현황은 어떨까? 마이애미 대학 필 알렉산더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학 e스포츠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 Esports, NACE)에 소속된 학교는 71곳이다. 그러나 학교 대부분은 가입만 했을 뿐 아직 제도적인 지원은 미비한 상태이며, 협회 소속 학교 중 공식 e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14곳 뿐이다. 그러나 e스포츠 프로그램이 있는 14곳마저 대학 체육학부, 학생, 학교 등 책임기관이 중구난방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미국에서도 대학 e스포츠는 이제 막 시작됐고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더 교수는 대학 e스포츠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알렉산더는 이미 18세부터 25세 사이 젊은이들이 전통 스포츠보다 e스포츠를 더 많이 시청하게 된지 오래며, 대학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주장했다. 대학이 학생에게 스포츠맨십을 배양해주고 싶다면 우선 e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끈질긴 설득 덕에 마이애미 대학은 공식 대표 팀 '레드호크스'를 위해 전용 시설까지 제공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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