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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넷츠고 이용권 줬던 ‘버추어 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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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그 시절을 함께했던 게임메카는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 ‘버추어 캅 2’와 '버추어 파이터 2' 광고가 실린 PC챔프 1998년 2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오늘 소개할 게임광고는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2월호에 실린 세가 게임 2종 광고입니다. 1990년대 중반을 뒤흔들었던 3D 게임의 대표작인 '버추어 캅'과 '버추어 파이터' 2편이죠. 아케이드에서 인기를 등에 업고 세가 새턴이나 PC 등으로 이식됐는데, 오늘 광고는 그 PC 이식작입니다.


▲ 웹 기반 PC통신 '넷츠고' 이용권을 주던 '버추어 캅 2' PC판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먼저 '버추어 캅 2' 광고입니다. ‘버추어’ 대신 ‘버츄어’라는 게임 제목이 눈에 띄는데, 자세히 보면 게임명은 ‘버츄어’, 내용 설명은 ‘버추어’네요. 게임위(당시는 영등위에서 관할) 등급을 보면 ‘버추어’와 ‘버츄어’가 각각 심의를 받았습니다. 같은 게임이라도 플랫폼이나 버전에 따라 유통사가 달랐기 때문인데, 일단 SKC 유통 PC판의 경우 ‘버츄어’가 공식 표기명칭이긴 하군요. 기사에서는 향후 굳어진 명칭인 ‘버추어’로 통일하겠습니다.

‘버추어 캅 2’ 광고 왼쪽 위 구석을 보면 ‘넷츠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올드 게이머라면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 이 ‘넷츠고’ 정체는 당시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브라우저이자 PC통신입니다. 게임 유통사인 SKC와 같은 SK 그룹사 SK텔레콤에서 서비스하던 통신이라 보너스 이용권이 덤으로 붙었군요. 1주일도 1달도 아닌 3일 이용권이라는게 아쉽긴 하지만요. 참고로 넷츠고는 2002년 SK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네이트에 합병되며 또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한켠에는 ‘버추어 캅 2’에서 새로 추가된 여성 캐릭터 ‘자넷’이 비중 있게 소개돼 있습니다. 슈팅 게임에 여성 캐릭터가 추가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꽤나 특징적인 요소였지만, 1인칭으로 진행되는 게임 특성 상 딱히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강조되는 일이 많지 않았기에 큰 인기를 끌진 못한 비운의 캐릭터입니다. 차라리 ‘Help me!’ 라며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파란양복 인질이 더 유명하죠.

개발사는 세가, 유통사는 SKC
▲ 개발사는 세가, 유통사는 SKC 소프트랜드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아래쪽을 보니, 유통사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띕니다. SKC 소프트랜드(이하 SKC)는 SK그룹에서 만든 게임 유통사로, 국내 게임 유통사의 조상격 존재입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저작권 개념이 희미해 해외 게임들 대다수가 불법 유통됐는데, 동서게임채널이 설립되고 SK가 SKC를 통해 게임 유통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국내 게임산업이 시작됐죠. SKC는 향후 다양한 국내 패키지게임 수출도 맡아 했는데, 당시에는 명실상부한 S급 퍼블리셔였습니다. 당시 세계에서 게임 기술력으로 1위였던 세가의 대표작을 들여온 것만 봐도 그 명성을 알 수 있죠.

참고로 SKC 게임소프트 사업부문은 99년 분사해 위자드소프트가 됐고, '워크래프트'나 '디아블로' 등 블리자드 게임 유통 뿐 아니라 ‘캠퍼스 러브 스토리’의 남일소프트를 흡수해 게임 개발까지 지휘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 최대주주의 자금횡령 사태가 일어나 큰 타격을 받은 후 레텍커뮤니케이션에 흡수됐습니다. 나중에는 계열사였던 메가폴리 엔터테인먼트도 사라지면서 그야말로 역사 속 이름으로 남았죠.

'철권 3'의 폭발적 인기 속에 관심에서 밀려난 '버추어 파이터 2'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 '철권 3'의 폭발적 인기 속에 관심에서 밀려난 '버추어 파이터 2'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버추어 캅 2' 바로 옆에는 세가 AM2 개발실의 역작 '버추어 파이터 2' 광고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사실 두 게임의 판매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아케이드에서야 큰 인기를 끌었지만, PC 패키지. 특히 국내에서는 고난길이었죠. ‘버추어 캅 2’는 당시 불법 복제의 가장 흔한 대상으로 ‘용산에서 PC 사면 깔아주는 게임’ No.1이었기에 실제 패키지 판매는 저조했습니다. ‘버추어 파이터 2’는 이미 이 때만 해도 나온지 4년이 다 되어 가는 구작이었죠. 설상가상으로 후속작인 ‘버추어 파이터 3’가 이미 1년 반 전에 아케이드로 출시된 상태인데다 국내 분위기는 이미 97년 발매된 ‘철권 3’에 꽂혀 있던 터라 PC판 발매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뭐, 국내 PC 패키지 판매를 떠나서 위 두 게임은 확실히 세가의 전성기를 이끈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스즈키 유가 이끄는 세가 AM2 연구소는 70억 엔의 당대 최고액 개발비를 들여 ‘쉔무’를 제작했으나 처참히 흥행에 실패했으며, 이는 드림캐스트의 몰락과 세가 콘솔 사업 철수로 이어집니다. 이후 스즈키 유는 세가 자회사 디지털렉스와 AM플러스 연구부장 등을 거쳐 YS넷을 설립했으며, 최근에는 킥스타터를 통해 ‘쉔무’ 시리즈 뒤를 잇는 ‘쉔무 3’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년 출시 예정이라고 하는데, 사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긴 하네요.

* 덤으로 보는 당시 B급 광고


▲ 전화 녹음을 통해 중고 거래를 연결시켜주던 중고거래 중개 시스템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요즘엔 집에서 중고게임을 사려면 카페나 커뮤니티 등지에 올라온 글을 읽으면 됩니다만, 90년대 중후반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당장 PC통신 접속이 가능한 유저 수도 적었으니까요. 어쩔 수 없이 동네 게임샵이나 용산 등을 찾아가야 했는데, 동네 게임샵에는 물량이 적고 용산은 웬만한 경험치 없이는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온라인 중고거래가 있었습니다. 바로 위 광고에 나오는 ‘중고게임 자동화시스템’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700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면 게임 판매, 구매, 교환 등이 가능했죠. 기본적인 시스템은 현재 중고거래 카페/커뮤니티와 같습니다. 다만, 글을 올리는 대신 음성녹음과 청취를 통해 연락했다는 점이 다르죠. 원하는 게임을 키보드로 쳐서 검색할 수 없었기에, 게임별로 고유번호를 부여해 놓은 점도 특징입니다.

당시 학생이었던 저도 이 광고를 보고 중고게임을 좀 싸게 사볼 수 없을까 하고 몇 번인가 전화를 걸어본 기억이 나네요. 뭐, 이 시스템도 무료봉사가 아니다 보니 전화를 걸고 원하는 게임 물량을 검색하고 음성을 듣는 데 정보이용료가 꼬박꼬박 부과돼 그 달 전화요금이 살짝 많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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