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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매달, 8번 발매 연기로 전설된 포가튼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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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그 시절을 함께했던 게임메카는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 '포가튼사가' 광고가 실린 PC챔프 1997년 7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이번 주 소개할 90년대 게임광고는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7월호에 실린 국산 RPG ‘포가튼사가’입니다. 90년대 말 국내 패키지업계의 양대산맥이었던 손노리의 야심작이자, 지금도 여러 의미로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게임이죠.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과 어깨를 겨루던 기대작 답게 7월달에도 2면짜리 광고로 꽉 채웠군요.


▲ '포가튼 사가' 메인 일러스트가 담긴 광고 1면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첫 장에는 주인공(히로)과 여주인공(에이미)의 다정한 모습이 담겨 있는 일러스트가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는 마법사의 탑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서로 마음을 트는 명장면이죠. 참고로 이 그림은 ‘포가튼 사가’ 패키지 정면을 장식한 메인 일러스트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게임을 사면 엘프 여성 파이터메이지의 큼직한 포스터가 동봉돼 있었는데, 그 존재감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기자는 해당 캐릭터가 여주인공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정작 진짜 여주인공은 인게임 도트 그래픽이 그리 예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 발매와 관련된 각종 정보가 담김 '포가튼사가' 광고 2면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우측 광고면을 보겠습니다. 우측 위를 보면 게임 특징이 소개돼 있네요. 사실 이것만 봐도 당시 손노리 내부가 얼마나 정신 없었는지를 대충 알 수 있습니다. 잘 보시면 세 번째 줄과 일곱 번째 줄에 ‘백 여가지의 이벤트’라는 말이 중복돼 있는 게 보이시죠? 제작한 광고를 검수할 틈도 없었다는 것을 짐작케 해 줍니다.

왼쪽 아래에는 ‘7월 17일 발매 확정’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 아래를 보면 이미 수 차례 발매 연기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가격 유지와 스페셜 팩 예약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사실 ‘포가튼 사가’는 당초 1997년 4월 말 발매 예정이었으나, 5월, 6월로 밀린 바 있습니다. 이에 7월 광고에서는 7월 ‘17일’ 이라는 구체적 일자까지 언급되며 발매를 확정짓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포가튼 사가’ 발매일은 이후에도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다음달인 8월호에는 ‘저희 판타그램은 7월 17일 발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라며 8월 초 발매 광고가 떴고, 이후 8월 말, 9월 말, 11월 15일, 11월 22일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1주일 연기는 정말이지 최후의 최후 연기라는 느낌이 진하게 드는군요.

발매 연기에 대한 사과문과 다짐 등이 담겨 있는 손노리 입장문 수없는 발매연기는 게이머들의 애를 까맣게 태웠습니다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 수없는 발매연기는 게이머들의 애를 까맣게 태웠습니다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 발매 연기에 대한 사과문과 다짐 등이 담겨 있는 손노리 입장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포가튼 사가’ 발매 연기가 아직까지 전설로 남는 것은 8차례에 걸친 번복도 있지만, 당시 국내 유저들의 불안감이 유난히 컸기 때문입니다.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게임은 출시되면 게임샵에 가서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 와중 ‘포가튼 사가’는 국내에서 흔치 않았던 PC통신 선결제 예약 판매를 시도했는데요, 돈은 미리 냈는데 출시가 차일피일 연기되니 게이머들의 속은 타들어갔을 것입니다. 뭐, 요즘 게이머들이야 예약구매 뿐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까지 하고서도 ‘언젠간 나오겠지~’ 라고 기다릴 수 있는 보살급 경험치를 가졌지만, 이때 게이머들은 예약판매에 있어 뉴비였거든요.

뭐, 이처럼 수없는 발매 연기에도 불구하고 발매 초기 수많은 버그로 인해 게임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개발 기간을 3~4달만 더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실제 손노리 개발자도 조급했던 당시 개발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깊게 표현했어요. 아무래도 당시 판타그램 산하 일개 개발조직이었던 손노리의 열악했던 입지가 반영된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수없는 발매연기는 게이머들의 애를 까맣게 태웠습니다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 수없는 발매연기는 게이머들의 애를 까맣게 태웠습니다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당시 스크린샷을 자세히 보면 완성 버전에 없는 요소(몬스터의 시체가 남는다던지)도 조금 포함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게임 매뉴얼을 봐도 기획 단계에서 머무른 요소들이 몇 개씩 있고요. 기획과 개발 단계에서는 뭔가 스케일이 좀 더 큰 게임이었는데, 출시 연기 과정에서 꼬이고 꼬인 요소들을 하나둘씩 잘라내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부족한 개발 기한이 마냥 아쉬울 뿐입니다.

사양을 보면 256컬러 그래픽카드, 60MB 하드디스크 공간, 펜티엄 100 CPU 등이 눈에 띕니다. 옛날 게임들이 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사진 한 장 용량 4~5MB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 관점에서는 꽤나 낮은 사양입니다.


▲ 하이콤에서 유통을, 판타그램 산하 손노리에서 개발을 맡았습니다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판매원은 하이콤. 당시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을 유통했던 곳과 같은 회사입니다. [90년대 게임광고] 1화에도 나온 내용이지만, 하이콤은 당시 IMF 사태에 휘말려 부도를 냈고, 소프트맥스는 ‘서풍의 광시곡’ 판매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위기에 처했습니다. 다만 하이콤 부도 당시 ‘포가튼 사가’는 예약판매를 포함한 초기 판매로 이미 수익을 충분히 많이 챙긴 상황이었고, ‘포가튼 사가’ 이후 손노리 팀은 판타그램을 떠나 독립법인을 차려 나갔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죠.

이후 손노리는 ‘강철제국’, ‘화이트데이’, ‘악튜러스’ 등을 개발했고, 로커스홀딩스(현 넷마블)에 합병된 후 손노리와 엔트리브로 분사됐습니다. 엔트리브는 ‘프로야구 매니저’의 흥행으로 엔씨소프트에 인수되었고, 이원술 대표의 손노리는 수없는 부침을 거듭하다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가 되어 ‘화이트데이’ IP를 소재로 한 VR게임을 출시했습니다. 손노리의 흥망성쇠만 해도 제대로 다루면 한 주 원고 분량은 나와버리니 이쯤에서 정리하도록 하죠. 판타그램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은데, 다음 기회를 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게임광고


▲ 그림일기 스타일로 광고한 PC용 다마'곳'찌 '와펫' 광고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게임광고는 ‘와펫(WAPET)’ 입니다. 일명 PC용 다마’곳’찌를 표방한 게임이죠. 당시로부터 1년 전, 반다이에서 만든 휴대용 장난감 ‘다마고치’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전자 애완동물’을 테마로 한 수많은 파생작이 나왔는데, 그 중에는 플랫폼을 PC 등으로 옮겨 보다 고품질 애완동물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와펫’이 아닌가 싶네요.

‘와펫’은 다양하게 진화하는 신생명체를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연구소에서 개발된 생명체지만, 이송 도중 사고로 유출되어 주인공의 손에 들어왔다는 설정이죠. ‘다마고치’ 시리즈와 같이 어릴 때부터 키우고 놀아줘서 그 결과물이 최종 진화에 반영된다는 내용을 띄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24시간 잡고 살아야 몰입감이 높아지는 ‘다마고치’류 게임 특성 상 PC에서 실행시키는 이런 방식은 접근성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와펫’ 역시 ‘다마고치’ 열풍에 편승하려 했던 한 가지 사례로만 남았네요. 더불어 ZUSIN이라는 게임 개발사 역시 이 작품 이후 행방불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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