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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개발자가 설명하는, 게임 사운드 시각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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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사운드는 빼놓을 수 없는 감각적 요소다. 당장에 인물이 읊는 대사도 음성으로 들어야 더 실감나는 법이고, 분위기 고조시키는 데는 배경음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각종 효과음은 물론 적이 다가오는 미세한 소리까지 들어야 제대로 게임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리를 안듣고 게임을 한다는 건 일반적인 게이머에겐 쉬이 떠오르지 않는 광경이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아주 흔한 이야기다. 청각장애인은 비장애인에겐 당연한 게임 속의 소리들을 제대로 듣고 느길 수 없다. 게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를 하나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게임 제작자들은 청각장애인을 최대한 배척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활용한다. EA게임즈에서 근무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개발자 캐런 스티븐스가 '청각장애인 게이머를 고려하는 법'을 주제로 펼친 GDC 강연을 통해 해당 장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EA게임즈에서 근무하고 있는 캐런 스티븐스가 '청각 장애인을 고려하는 법'을 주제로 GDC에서 강연을 했다 (사진: 게임메카 초라영)
▲ EA게임즈에서 근무하고 있는 캐런 스티븐스가 '청각장애인을 고려하는 법'을 주제로 GDC에서 강연을 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막 활용은 기본 중에 기본

청각장애인들을 배려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역시 자막 활용이다. 다만, 자막을 활용함에 있어서도 다소 법칙이 있다. 폰트의 경우 게임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기본적인 디자인의 폰트를 사용해야 하며, 무언가를 강조할 경우에도 이탤릭체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특정 단어를 굵게 하거나 밑줄을 긋고 크기를 키우는 것으로 강조를 대신하기도 한다. 

자막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뒤에 배경 색을 입히거나 아웃라인을 폰트에 반드시 더해야 한다. 캐런은 "의외로 게임 속 많은 자막이 이를 지키지 않아 기껏 달아놓은 자막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글자 배경색을 옵션에서 설정할 수 있게 하는 편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또한 매번 자막의 색을 입히는 것도 글자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수화로 강연내요을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요원이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수화로 강연내요을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요원이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막의 크기도 어느 정도 기본 값이 있다. 보통 화면 세로길이의 3%로 설정한다. 픽셀 비율이 적으면 조금 작게 만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2.6~3% 정도의 크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사람마다 시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본 설정과 별개로 폰트 크기를 언제나 조정할 수 있도록 옵션을 설치해 놓을 필요도 있다. 

소리를 구분해서 다르게 전달하라

이와 같은 기본적인 부분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은 아주 많다. 일단 음성의 경우 대화 상황에서 NPC가 유저에게 직접 말하는 것과 배경음처럼 지나가는 NPC가 소리를 내는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말풍선을 통해 이를 처리하는 편이다. 일반적인 자막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막처리를 하면 장애인 입장에선 당연히 헷갈릴 수 밖에 없다. 특히 NPC는 이름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캐릭터 위에 말풍선과 같은 장치를 달아주는 것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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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 마블 슈퍼히어로즈 2'는 중요하지 않은 대사는 흐리게 처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더불어 자막을 띄워놓는 시간과 타이밍도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캐릭터가 말을 하는 중에는 끝까지 자막이 출력돼야 한다. 다만, 중요한 복선이 될 수 있는 대사나 따로따로 들었을 때 더 재밌을 수 있는 농담이나 펀치라인은 너무 빨리 출력하면 안 되며 적절한 타이밍을 구상해야 한다. 오디오나 대사가 겹칠 경우 주인공의 중요한 대사와 그렇지 않은 대사를 분명히 구분해서 중요한 것 위주로 출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음향효과나 배경음악도 빼먹으면 안된다

일물의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하지만, 음향효과나 배경음악 같은 경우는 캡션을 통해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막과 캡션의 차이는 보통 괄호를 통해서 구분할 수 있다. 음향 효과나 음악은 보통 괄호 안에 글을 넣어 표현하기 마련이다. 여기서도 글자에 색을 입히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음향 효과를 알려줄 때는 음향을 묘사해야지 상황을 묘사해선 안 된다. 이를테면 공이 통하고 튀기는 소리를 전달할 때는 '공이 튀기는 소리'라는 캡션을 써야지 '공이 벽에 튀겼다'는 식으로 작성하면 안되는 것이다. 이러면 음향을 상상하기 이전에 상황에 더 집중을 하게 된다. 음악은 가사의 유무에 따라 자막 출력 여부가 달라진다. 음악에 가사가 있으면 가사를 자막으로 표현하면 되지만, 음악에 가사가 없을 경우가 있다. 이 때는 어떤 음악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떤 느낌으로 묘사되고 있는지를 상세히 적어줘야 한다.

'에너지볼이
▲ '에너지볼이 튀겼다'는 음향 정보만 자막으로 표현한 '포탈'의 한 장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밖에도 단서가 되는 소리들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뒤에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나 주변에서 들리는 총소리는 캡션을 통해서 반드시 묘사를 해줘야 한다. 이 경우 반드시 자막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최근 출시된 FPS들과 마찬가지로 소리의 방향을 나타내주는 표식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더불어 환경음도 묘사를 해줘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마을에서의 음악과 사냥터에서의 배경음악은 명백히 다르다. 던전도 위험한 곳에서는 더욱 긴박한 음악이 나오는 것처럼 환경음은 맵별로 다 다르기 마련이다. 청각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선 이 같은 분위기의 변화가 화면에 표시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던전에 들어가면 더 음침한 빛깔이 도는 배경색을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템을 얻거나 타격음 같은 경우는 컨트롤러의 진동 기능을 통해 음향을 대신할 수도 있다.

▲ 많은 게임들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나름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청각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같은 게임 환경을

캐런 스티븐스는 스무살 경에 사고로 청력을 잃었다. 때문에 이번 강연에서도 청중 질의 응답 시간에 설명을 도와주는 사람을 통해서 질문을 파악해야 했다. 캐런은 "미국에만 40만명의 청각장애인이 있다"며 "그들에게도 최대한 비장애인과 같은 게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캐런은
▲ 캐런은 "청각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같은 게임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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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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