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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온라인 인맥도 현실에서 쓸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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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경 정책국장은 100분 토론에서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관계는 쓸모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출처: MBC 온에어 갈무리)

지난 22일, WHO 게임 이용 장애를 주제로 열린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패널의 발언은 지금도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 하나는 게임이나 SNS를 통해 맺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삼는 것에 대한 찬성 쪽 패널로 참석한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예방 시민연대 김윤경 정책국장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관계는 쓸모가 없다”라는 말이었다. 온라인으로 맺은 인간관계로는 사교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없다는 것이 주였다.

하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온라인으로도 정감 있는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는 일본 드라마 ‘빛의 아버지’는 서먹서먹했던 아버지와 아들이 ‘파이널 판타지 14’에서 생면부지의 캐릭터로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이를 바탕으로 소원했던 부자 관계를 좁혀나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17년 5월에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어린 시절의 잊혀지는 추억을 되살리기 위하여 웨이보를 통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아버지와 함께 게임을 했던 지인을 수소문했고, 사흘 만에 지인을 찾아 추억담을 전해들은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게임을 통해 찾은 셈이다.

▲ 게임을 통해 소원했던 부자가 가까워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빛의 아버지' (사진출처: '파이널 판타지 14' 공식 트위터)

온라인을 넘어 현실에도 온기를 전달하다

그 파급효과는 온라인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을 넘어 현실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난 4월에는 모바일게임 ‘헌드레드 소울’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화마에 삶의 터전을 잃은 강원도 산불 이재민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해 손수 성금을 모아서 이를 전달한 것이다. 주말에 급하게 진행된 모금 활동에도 많은 게이머들의 동참이 이어졌고, 모인 금액은 621만 7,068원이다.

▲ 한 화면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저가 동참했다 (사진출처: '헌드레드 소울' 공식 카페)

작년 12월에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앞장서기도 했다. 출산 중 많은 출혈이 발생하여 수혈이 필요했는데, 산모는 국내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RH-형이었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남편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소식을 들은 ‘피파 온라인 4’ 유저가 운영진에 내용을 전했다. 이후 게임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을 타고 일파만파 퍼졌다. 게이머들은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RH-형을 가진 게이머들의 헌혈이 이어지며 약 3시간 만에 충분한 혈액이 모여 산모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덕분에 갓 태어난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겼다.

▲ 게이머들의 헌혈을 바탕으로 산모가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사진출처: '던전앤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게임사와 게이머가 주고 받은 정이 현실에 있는 미혼모와 아이에 대한 도움의 손길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작년 4월에 한창 상승세를 타던 ‘소울워커’를 즐기던 게이머들은 제작진과 운영진이 고생한다며 먹을거리를 선물로 보냈고, 스마일게이트는 그 중 일부를 미혼모자의 자립을 지원하는 ‘애란모자의집’에 기부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게이머의 행보는 현실로 나아갔다. 해피빈을 통해 이 시설에 성금을 기부하며 미혼모와 아이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4월 10일부터 이틀 간 모인 성금은 5,400만 원에 달했다.

▲ 미혼모자 자립을 돕기 위해 '소울워커' 유저들도 나섰다 (사진출처: 애란모자의집 해피로그 공식 페이지)

2012년에는 위독한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구개구순열을 안고 태어난 아기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리니지’ 유저들이 나선 것이다. 당시 아기 아버지는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에 수술비를 구하지 못해 수술을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이에 유저들은 아이의 쾌유를 바라며 수술비를 모으기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108분 만에 목표로 했던 금액이 모였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 소식을 전해들은 '리니지' 각 서버 서버지기(이슈를 전해주는 유저)가 집에 방문해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사진출처: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파워는 비단 게임만의 일은 아니다. 강원도 산불 당시 가족과 지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 주요 수단 중 하나는 트위터였다. 창원에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SNS를 바탕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행정기관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웃을 찾아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 적도 있다. SNS로 복지 사각지대를 밝힌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온라인 관계망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는 겉으로 보기에는 정감이 없어 보인다. 홀로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거나 고개를 숙이고 폰을 보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 뒤에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 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으며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선뜻 도움의 손길을 전한다. 온라인이기 때문에 오프라인보다 다급한 소식을 더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온라인 소통은 활발해졌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가 온라인 소통 때문에 더 각박해지지는 않았다. 그 보다는 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에 맞춰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김연경 정책국장의 말을 되돌려주자면,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관계는 결코 쓸모 없지 않다.

▲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온정이 흐르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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