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산업

급변하는 '인도' 시장, 모바일게임 흥하는 생태계된다

/ 1
[관련기사]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으로 국내 콘텐츠 업계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게임업계의 피해사례는 방송 다음으로 많은 6건이 확인되었다. 중국 정부가 신작 출시에 필요한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거나 협력사가 게임 판매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게임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이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신흥시장 오픈 포럼’을 개최했다. 그 첫 국가는 바로 인구 12억을 자랑하는 인도다. 인도는 중국을 잇는 세계 2위 인구 대국이다. 여기에 인구 평균 연령까지 26.7세로 상당히 젊고, IT 기술도 빠르게 발전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혔다. 과연 인도의 게임시장에 진입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게임메카는 25일, 서울 대학로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진행된 포럼에 참석해 알아보았다.

▲ 많은 업계인이 인도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느린 인터넷은 옛말… 급변하는 인도 시장에 주목

2016년 기준, 인도 게임시장 규모는 6,130억 원이다. 같은 기간 10조 7,223억 원을 기록한 한국 게임시장에 비하면 6.1% 수준이다. 또한 인도 게임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모바일게임시장 규모도 한국에 비해 작다. 2017년 1월 인도의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건수는 약 2억 5,000만 건으로 한국의 3배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모바일게임 매출은 450만 달러(한화 약 50억 7,6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PiG 정후석 대표는 인도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숙도를 들었다. 정후석 대표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앱 다운로드 숫자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낮은 지불 습관, 결제 수단 미비, 열악한 네트워크 환경으로 인해 실제 매출은 낮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인도 모바일게임 시장은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후석 대표는 인도 모바일게임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말한 단점들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인도 모바일게임 시장 현황을 소개한 PiG 정후석 대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먼저 인터넷이다. 지난 9월,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그룹은 4G 서비스인 ‘릴라이언스 지오’를 론칭했다. ‘릴라이언스 지오’는 끊김 없는 4G 인터넷 환경을 싼 가격으로 제공했다. 여기에 통화나 문자 메시지까지 무료화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경쟁 통신사인 ‘에어텔’이나 ‘보다폰’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저렴한 4G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4G 인터넷 확산을 가져온 것이다. 이에 대해 퍼니즌 이주민 대표는 “인터넷 환경이 나아지면서, 사실상 인도에서 통신이나 다운로드 용량 제한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결제 문제도 해결됐다. 인도에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사용하는 인구는 고작 15%였기 때문에 앱 마켓 결제가 상당히 불편했다. 그러나 2016년 11월 8일 진행된 ‘화폐 개혁’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인도 정부는 지하 경제에서 흐르는 ‘블랙 머니’ 근절을 위해 고액권 화폐를 신권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신권의 발행이 늦어지며, 사람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찾을 수 없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이 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간단하게 상대방의 계좌에 바로 돈을 송금하는 전자결제 시스템이었다.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전자결제를 활용하다보니, 택시부터 시장,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전자결제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지난 2월부터는 전자결제를 통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즉, 실생활에 사용하는 편리한 전자결제를 통해 인앱결제나 유료 게임 구매가 가능해진 셈이다. 더 이상 결제 수단이 인도 모바일게임 시장의 발목을 잡지 않게 된 것이다.

▲ 의도치 않게 '전자결제 활성화'가 일어났다는 퍼니즌 이주민 대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양한 문화가 있는 인도… 공략하려면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이처럼 인도에서 인터넷 속도와 결제 수단 문제는 해결되었다. 하지만 바로 게임 매출이 뛰어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낮은 지불 습관’에 있다. 이주민 대표는 “물리적인 환경은 다 갖춰졌지만,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 사람들은 게임을 접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이템을 왜 사야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결제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출이 쉬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주민 대표는 “물리적인 변화와 정서적인 변화에 차이가 있는 지금이 인도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아직 인도 게임시장이 경쟁이 적은 '블루오션'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 게임시장에는 어떻게 진출해야 할까? 이주민 대표는 게임 완성도 못지 않게 ‘포지셔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에는 소득 수준과 사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12억 명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 소비층을 어떻게 설정하고, 무슨 전략을 세우는지에 따라 게임 흥행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요소를 앞세운 ‘글로벌 스탠다드’가 중요하다. 인도에서 연봉 1,500만 원 이상의 계층은 가치 판단의 기준이 미국과 영국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게임을 선호한다. ‘미국이 하면 우리도 한다’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래시 오브 클랜’, ‘캔디 크러시 사가’, ‘포켓몬 GO’ 등 해외에서 성과를 거둔 게임은 2017년 1월 기준, 인도 시장에서 최고 매출 10위 권에 들고 있다.

반대로 인도 특유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이주민 대표가 예로 든 것은 한국의 ‘섯다’와 포커를 섞은 인도의 카드게임 ‘틴 파티’다. 게임 자체는 간단한 ‘3카드 포커’라고 볼 수 있지만, 게임 하나가 한 달에 3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일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크리켓'이 대중적인 스포츠다. 따라서 크리켓을 소재로 하는 게임도 인도 게이머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 인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틴 파티' (사진출처: 앱스토어)

지역마다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잘라비’는 굉장히 쉬운 난이도의 모바일 퍼즐게임이다. 독특한 점은 다른 게임과 달리 9개 가량의 언어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좀 더 광범위한 지역을 공략하며, 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 구글 인도 홈페이지, 영어 외에도 다양한 언어를 지원한다 (사진출처: 구글 갈무리)

인도인에게 친숙한 IP를 활용할 수 있다. 인도에는 ‘쪼따빔’이라는 제목의 인기 애니메이션이 있다. 이주민 대표는 “’쪼따빔’ IP를 활용해 만든 런게임 ‘첸나 익스프레스’는 완성도만 두고 보면 엉망이다. 하지만 500만~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 시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주민 대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이주민 대표는 인도가 특별한 통역없이 (영어로) 진출할 수 있는 거대 시장이라고 설명하고, 중국이 본격적으로 진출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은 생소할 것이라며 한국 게임사들이 인도시장을 진출할 적기임을 강조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김헌상 기자 기사 제보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4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