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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앞두고 다이어트 돌입한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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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 판교 사옥 (사진제공: 넥슨)


올해 넥슨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이슈는 매각이다. 국내 대표 게임사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은 글로벌적으로도 큰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월에는 예비입찰이 진행됐고, 오는 15일에는 본 입찰을 앞두고 있다. 누가 넥슨을 사들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은 없으나, 지난 예비입찰에는 카카오, 텐센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털, KKR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한 실체는 없으나 넥슨 매각은 현재진행형이다. 본 입찰이 진행되는 15일 전후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넥슨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매각을 앞둔 넥슨이 조금씩 군살을 빼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그 동안 서비스하던 게임을 접는 것이다. 지난 3월 말에는 ‘HIT’와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M.O.E.)’ 서비스 종료 소식을 전했으며, 지난 4월 초에는 ‘니드포스피드 엣지’가 5월에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2일에는 온라인 AOS ‘배틀라이트’ 국내 서비스를 접는다고 밝혔다. 3월부터 현재까지 게임 4종을 정리한 것이다.

3월부터 두 달 동안 게임 4종을 정리한 넥슨

▲ 'HIT'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넥슨)

넥슨이 서비스하던 게임을 정리한 적은 많았다. 하지만 주목해볼 부분은 시기와 횟수다. 앞선 게임 4종이 문을 닫는다고 발표된 시점은 넥슨 매각이 진행되는 시기와 겹친다. 아울러 3월부터 2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서비스 종료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매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게임을 접는다는 소식이 4번이나 연달아 나온 점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특히 ‘HIT’는 넥슨에 큰 의미가 있는 게임이다. 모바일 시장 공략에 고전하던 넥슨의 한을 풀어준 첫 게임이 바로 ‘HIT’이기 때문이다. ‘HIT’는 출시 직후 구글과 애플 매출 1위를 석권하며 확실한 모바일 성공을 안겨줬다. 이후 ‘HIT’를 만든 넷게임즈는 넥슨에 인수되었고, ‘오버히트’와 넷게임즈 차기작 ‘V4’까지 넥슨의 품에 들어갔다. 넥슨 모바일 사업에서 상징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HIT’를 접은 것은 무게가 상당하다.

이어서 ‘배틀라이트’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국내 서비스가 접혔다. ‘배틀라이트’는 작년 12월에 국내에 정식 출시됐으며, 지난 2일에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공지가 올라왔다. 5개월 만에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매칭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로 유저가 적다는 것은 AOS로서 치명적인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해외 게임을 발굴해 국내에 들여오고, 국내 출시를 앞두고 배틀로얄 모드를 추가하고, e스포츠도 추진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너무 이른 시점에 게임을 놓았다고 볼 수 있다.

2012년부터 이어온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중단

▲ 넥슨앤파트너즈센터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넥슨앤파트너즈센터 공식 홈페이지)

게임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는 것은 게임사의 몫이다. 성과가 미비한 게임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이다. 게임 라인업을 정리해 인력과 자원을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올해 행보에 있어서 넥슨과 매각은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게임 4종을 정리하는 것은 심상치 않다.

이와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2012년부터 진행해온 게임사 창업 지원 사업 ‘넥슨앤파트너즈센터(이하 NPC)’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다. 2012년에 선릉에서 시작되어 2013년에는 판교에도 문을 연 NPC는 대표적인 게임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해왔으며, 사무공간 외에도 재무, 법률, 투자, 퍼블리싱 등 기업 운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왔다.

7년 동안 이어온 NPC의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4월 초다. 이 역시 넥슨 매각이 추진 중인 시기와 겹친다. 스타트업 발굴을 목적으로 한 네오위즈홀딩스 ‘네오플라이’,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이 건재한 가운데 게임사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시작으로 알려진 NPC가 문을 닫는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NPC 폐쇄를 잇따른 게임 서비스 종료와 묶어서 생각하면 넥슨이 오는 15일에 있을 본 입찰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돌입한 것은 아닌가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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