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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개발사 살린 기적 같은 사랑, 12월의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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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크리스마스는 기적이 일어나는 시기라고 합니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새로운 만남이, 불우한 사람에게는 따스한 손길이, 심지어 서로를 미워하던 사람들도 이 날만큼은 화해를 청하기도 하죠. 마치 크리스마스라는 날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이 걸려있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극적인 연애를 다루는 미소녀게임에서 크리스마스는 단골로 다뤄지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근데 이런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게임 중에, 개발사에게도 기적을 선사한 작품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 주인공은, 바로 이번 미소녀메카에서 살펴볼 미노리의 ‘12월의 이브’입니다.


▲ '12월의 이브'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파산 위기를 겪으며, 확 달라져버린 ‘미노리’

‘미노리(minori)’는 과거 미소녀메카에서 ‘ef’와 ‘신카이 마코토’를 소개하면서 다룬 적이 있어, 아마 꾸준히 본 독자 분들에게는 친숙한 개발사입니다. 다만, 당시 소개했던 미노리와 이번 ‘12월의 이브’ 제작 당시의 미노리는 처한 상황이 다릅니다. 한마디로 암흑기였거든요.

미노리는 2006년 ‘ef’ 시리즈에 이어 2009년 ‘Eden*’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그 후 이들은 훌륭한 연출과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연달아 출시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러나 곧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2012년, 그야말로 회사의 총력을 기울여 만든 신작 ‘스피파라’가 흥행 참패를 겪으면서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까지 처한 것입니다.


▲ 사력을 다했지만 '스피파라'는 흥행에는 참패하고 말았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사이트)

당시 업계에서는 미노리의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간 쌓아온 연줄로 자금을 끌어모아 파산만큼은 면했죠. 이때를 기점으로 미노리의 모습은 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시나리오와 연출로 승부하던 전성기와는 달리, 유저 취향을 철저히 따르는 단발적이면서도 가벼운 작품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다행히 그 첫 작품인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는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미노리는 한 숨 돌렸습니다. 이를 통해 현 미소녀게임 시장에 대한 힌트를 얻은 미노리는 전열을 가다듬고, 2014년에 신작 ‘12월의 이브’를 발매합니다.


▲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 이후, 다음 타자로 나선 '12월의 이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작은 기적이 만들어낸 극적인 연애, 12월의 이브  

‘12월의 이브’는 제목 그대로 12월 24일에 벌어지는 연애 이야기를 다룬 라이트노벨 장르 미소녀게임입니다. 게임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기간에 우연히 일어난 기적이 어떻게 평범한 청년 ‘후루하타 나오토’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심어주는지 보여주죠.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한 소녀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됩니다. 소녀는 불치병으로 인해 약의 힘을 빌려가며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죠. 그런데 이런 소녀를 불치병보다 더욱 아프게 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소녀의 아버지입니다.


▲ 곧바로 시작부터 주인공의 이야기가 다뤄지지는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소녀의 생일인 12월 24일. 평범한 부모라면 누구보다 기뻐하고 챙겨줘야 정상이겠지만, 소녀의 아버지는 이 날에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평소 집에 오는 일도 드문 아버지가 유독 12월 24일에는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소녀 입장에서는 더욱 답답하게만 느껴지죠.

결국 올해도 소녀는 스스로 사온 케이크에 초를 꼽으면서 외로운 파티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인해 쓰러지고 말죠. 자신을 옥죄는 불치병에 대한 분노와 죽음의 공포가 뒤섞이던 찰나, 소녀 눈에 케이크에 꼽힌 촛불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소녀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자,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12월의 이브’ 프롤로그 내용입니다. 이후 플레이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밖으로 나갔다가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난 평범한 청년 ‘후루하타 나오토’가 되어, 이런 의미심장한 프롤로그와 연관되는 이야기를 진행하게 됩니다.


▲ 프롤로그가 끝나고서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캐릭터 소개 >


▲ 우니하라 유키: 주인공과 우연히 마주친 인물로,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주인공 일행과 함께 어울려 다닌다. 직설적인 성격으로, 항상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입에 담아 오해 받는 일도 많다. 또한, 쓸데없는 이야기를 빙빙 돌리는 등 상대하기 피곤한 타입이다. 경박한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본래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 시이나 안즈: 주인공과 어린 시절 소꿉친구로, 미즈카의 동생이다. 상식을 지니고 있으며, 언제나 냉철하지만 가끔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당황한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만, 딱히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다.


▲ 시이나 미즈카: 주인공과 어린 시절 소꿉친구로, 안즈의 언니다. 평소 주인공과 동생, 그리고 자신이 사이좋게 지내는 걸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느긋한 성격이고, 항상 나른한 분위기를 풍긴다. 체력은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머리가 비상해서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모든 걸 내려놓고서야, 얻은 깨달음

아마 여기까지 본 독자 분들 중에 “어라? 이번 작품은 상업성이 강한 작품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는 분이 계실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맞습니다. 이번 ‘12월의 이브’는 전작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와 맥락을 같이하는 상업적 성향의 작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게임에서 보여주는 시나리오가 가볍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록 개발사 사정으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뛰어난 연출로 대표되는 미노리 스타일을 버릴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색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12월의 이브’에서도 기존 작품에서 선보이던 특유의 가슴 파고드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 가슴 파고드는 시나리오는 이번 작품에도 남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12월의 이브’가 재미있는 점은, 기존 미노리 게임의 특징을 어느 정도 계승하는 한편, 상업성을 추구해 새로운 팬까지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전까지 미노리 게임의 단점으로 ‘과정의 지루함’이 지적돼 왔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을 해결한 작품은 사력을 다해 만든 ‘스피파라’가 아닌, 모든 걸 내려놓은 ‘12월의 이브’였습니다.

다만, 이런 새로운 변화가 꼭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읽기 쉽게 바뀌면서 볼륨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미노리의 대표작 ‘ef’ 작품과 비교하자면 절반을 살짝 넘는 정도의 분량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죠.


▲ 분량이 적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감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12월의 이브’를 플레이 해 보면 게임 내적으로 개발사 자금 사정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절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런 부분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장면이 바로 연출과 인터페이스인데요, 뚝뚝 끊기는 연출과 2000년대 초반 작품을 연상시키는 인터페이스는 여러모로 몰입감을 떨어뜨립니다.

이처럼, 이번 ‘12월의 이브’는 잘 나가던 시절 미노리가 간과하던 미소녀게임의 본질을 잡아냈다는 의의도 있지만, 반대로 기존 팬 입장에서는 적은 분량과 부실한 시스템 구성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 어떤 의미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양립한다고 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미노리 입장에서, 기적과도 같았던 신작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난 작은 기적을 다룬 미소녀게임 ‘12월의 이브’… 비록 상업적이고 단발적으로 소비되는 유형의 게임임에도 미노리 특유의 연출력과 슬픈 시나리오를 더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는데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미노리는 골판지를 이어 붙여 행사 부스를 설치하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게임을 만들던 암흑기를 성공적으로 견뎌내고 현재는 활발하게 개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죠. 기적처럼 부활한 미노리가 앞으로 ‘12월의 이브’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오늘의 미소녀메카를 마칩니다.


▲ '12월의 이브'를 기점으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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