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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기 구매부터 추천 게임까지, VR전문가 ‘멀미왕’ 일문일답
  •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입력 2016-07-14 09:43:56
  • 국내에서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란 참으로 가깝고도 먼 존재다. 전세계가 올해를 ‘가상현실 원년’으로 선포하고 관련 소식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VR을 체험해본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 등 PC용 기기는 정식 발매 여부가 불투명하고, 모바일용 VR은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큰맘 먹고 해외 ‘직구’하자니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모두가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발 빠른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이 고가의 기기를 확보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VR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일종의 ‘재야고수’인 셈인데, 기자가 만난 ‘멀미왕’ 장진기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VR전문 리뷰어를 자청한 그는 이제껏 300개에 달하는 VR콘텐츠를 섭렵하고 170개 가량 영상 리뷰를 작성했다. 유튜브 채널(링크) 구독자수는 2만 명을 넘어섰다.

    이만하면 현재 국내에서 VR콘텐츠를 가장 많이 즐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문 에세이 ‘오늘 커피 한잔 어때요’ 작가이자 강연자이기도 한 ‘멀미왕’ 장진기를 만나 VR콘텐츠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들었다.


    ▲ 글을 쓰고 강의하는 작가이자 VR콘텐츠를 리뷰하는 크리에이터 '멀미왕' 장진기

    VR은 드림 비지니스, VR리뷰어로 변신한 인문 에세이 작가

    반갑다. 우선 독자 여러분에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장진기: 글을 쓰고 강의하는 작가이자 VR콘텐츠를 리뷰하는 크리에이터 ‘멀미왕’이다. 영상 리뷰를 시작한지는 4개월쯤 되었고, 이제껏 PC용 VR게임은 약 300개, 모바일용은 50개 정도 플레이했다. 현재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PS VR’은 몇 차례 시연해본 정도다.

    작가라는 본업이 이색적이다. VR콘텐츠 리뷰어의 길로 접어든 특별한 계기가 있나?
    장진기: 2년 전 작은 스타트업을 준비할 때 창업 아이템 중 하나가 VR이었다. 당시에는 성사되지 못하고 그 후 한동안 책을 썼는데, 작년 말 집필을 끝내고 다시금 VR로 파고들었다.

    VR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고 투신한 것인가?
    장진기: 사람은 누구나 ‘모험 본능’이 있다. 먼 옛날부터 미지의 땅을 개척하고 바다와 하늘로 나아가고, 새로운 것을 만져보고 느끼려고 한다. 이러한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것이 VR 아닐까? 생생한 영상은 물론 스테레오 사운드와 진동으로 오감을 만족시킨다. 그야말로 사람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드림 비즈니스’다.


    ▲ 이제껏 300개가 넘는 VR게임을 즐겼고, 영상 리뷰만 170개 가량 작성한 '재야고수'

    어찌합니까~ 정발 안된 VR기기, 구입부터 설치까지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가 상당히 고가인데다 국내는 1차 출시국에서 제외돼 사실상 접하기가 쉽지 않다. 구입 요령을 알려달라.
    장진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는 것인데, ‘오큘러스 리프트’가 599달러(한화 약 69만 원)이고, ‘바이브’는 799달러(한화 약 92만 원)이다. 다만 ‘오큘러스 리프트’는 현재 물량이 부족해서 주문 자체가 힘들다. 대신 이베이나 국내 커뮤니티를 통해 중고품을 구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해외 구매할 경우 배송대행지를 경유하여 2주 정도가 소요된다. 관세, 부과세, 배송비를 붙인 최종 금액은 ‘바이브’ 135만 원, ‘오큘러스 리프트’ 130만 원 정도다.

    원가는 20만원 넘게 차이 나는데 최종 금액은 왜 겨우 5만 원 차이인가?
    장진기: ‘오큘러스 리프트’ 품귀현상 때문이다. 이베이를 통해 구하면 거의 ‘바이브’만큼 가격이 치솟는다.


    ▲ 현재 '바이브'와 '오큘러스 리프트' 해외 직구 비용은 130~135만 원 정도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VR기기 설치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
    장진기: 그리 어렵지 않다. 컴퓨터 조립이 난이도 10이라면, ‘오큘러스 리프트’ 설치는 3, ‘바이브’는 6 정도? PC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까지는 똑같은데 세팅 과정이 조금 다르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HMD를 머리에 쓰고 정면에 모션 센서를 세워놓는데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반면 ‘바이브’는 ‘룸스케일 모션 트래킹’을 위해 ‘라이트하우스 센서’를 설치하는 과정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선호하는 유저도 적잖다.

    ‘라이트하우스 센서’ 설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장진기: ‘라이트하우스 센서’는 성인 주먹만한 크기인데, 방의 양쪽 모서리 상단에 대각선으로 달면 된다. 당연히 천장은 사용자의 키보다 높아야 한다. 떨어지지 않도록 튼튼히 고정하자.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면 방 안에서 행하는 모든 움직임을 포착하는데 정말로 놀라운 경험이다. ‘룸스케일 모션 트래킹’ 범위는 최소 2m x 1.5m에 최대 5m x 5m까지가 한계다.

    2m x 1.5m면 한 사람이 움직이기에 상당히 아슬아슬한데, 위험하진 않나?
    장진기: 최소 사이즈라 썩 쾌적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즐길만하다. 머리가 벽이나 장애물에 가까이가면 화면에 경고가 뜨긴 하는데, 그래도 가급적 물건은 미리 치워 놓는 게 현명하다. ‘테니스’ 게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컨트롤러로 벽을 내리쳐 박살을 냈다거나 하는 얘길 자주 듣는다. 방이 좁다면 조심 또 조심하자.


    ▲ '라이트하우스 센서' 범위는 최소 2m x 1.5m에 최대 5m x 5m까지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하드웨어 대결, 간편한 ‘오큘러스 리프트’ vs 몰입도 높은 ‘바이브’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를 비교해주길 바란다. 착용감은 어떤가?
    장진기: 어느 쪽 착용감이 더 뛰어나다기보다는 몸에 익은 기기가 좋다. ‘오큘러스 리프트’ 다루다가 ‘바이브’ 쓰면 불편하고, 반대로 ‘바이브’ 쓰다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해도 불편하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전체적인 외관이 깔끔하고 가벼운 대신 ‘바이브’는 내부 공간이 조금 더 여유가 있다. 안경 착용자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려면 전용렌즈를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두 기기 중 VR체험은 어느 쪽이 더 훌륭한가?
    장진기: 둘 다 하이엔드급 고성능 기기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것과 같다. 당장은 2개의 ‘라이트하우스 센서’와 전용 컨트롤러로 완벽한 ‘룸스케일 모션 트래킹’이 가능한 ‘바이브’가 진정한 VR체험에 가깝다. 향후 ‘오큘러스 터치’가 출시된다면 ‘오큘러스 리프트’도 대등해질 것이다.


    ▲ 당장은 '룸스케일 모션 트래킹'이 가능한 '바이브'의 VR체험이 우세하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VR하면 멀미 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어느 기기가 더 쾌적한가?
    장진기: 괜히 닉네임이 ‘멀미왕’이겠는가. 과거에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 시절에는 5분 플레이하고 1시간은 누워있어야 했다. 하지만 상용버전은 정말 많이 개선되어 마음만 먹으면 4~5시간도 즐길 수 있다. 멀미가 오는 주된 이유는 인지부조화다. 시각 정보와 실제 몸의 움직임이 달라 어지럽다. 따라서 자리에 앉아 게임패드로 조작하는 ‘오큘러스 리프트’ 보다 전용 컨트롤러를 들고 직접 움직이며 즐기는 ‘바이브’가 훨씬 멀미가 적다.

    4~5시간 즐기기에는 기기가 너무 무겁지 않나?
    장진기일반 모니터보다야 불편하겠지만 VR 즐기다가 목에 디스크가 올 염려는 거의 없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바이브’보다 살짝 더 가벼워서 오래 즐기기에 유리하다. 다만 아무리 가벼워도 잠깐씩 쉬어주며 눈도 풀고 스트레칭하길 권한다.


    ▲ 무게가 부담스럽지는 않으나 주기적으로 눈을 풀어주고 스트레칭하길 권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미흡하다거나, 개선을 바라는 점은 없나?
    장진기: 무게나 착용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VR기기는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래도 한 가지를 꼽으라면 어서 무선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VR기기에 연결된 전선은 거치적거릴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앉아서 사용하는 ‘오큘러스 리프트’는 괜찮지만 ‘바이브’는 플레이 도중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당장은 어쩔 수 없이 선을 정리해 천장에 고정하거나 도르레를 설치하는 등 유저들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 중이다.

    모바일용과 PC용 VR기기를 비교하면 어떤가?
    장진기: 비교가 안될 정도다. 하이엔드급 GPU를 통해 구현되는 고품질 그래픽과 높은 해상도, 부드러운 움직임은 오직 PC용 VR에서만 가능하다. 모바일용 VR기기는 스마트폰의 자이로센서로 움직임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끊김이 많아 멀미를 일으킨다. 모바일용만 써보고 VR 전체에 실망해버리는 유저가 많아 안타깝다.


    ▲ 거치적거릴 뿐만 아니라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전선, 다음 세대에는 무선화 될까?

    VR게임은 ‘돈 값’을 할까? 콘텐츠의 양과 질

    플레이한 게임이 무려 300개인데, 현재 나와있는 VR게임이 총 몇 종이나 되나?
    장진기: PC용 VR게임 기준으로 스팀에 270개, ‘오큘러스’ 스토어에 90개 정도다.

    시중에 나와있는 게임은 거의 다 해본 셈이다. 콘텐츠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가?
    장진기: 일반적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팀은 평균 2만 원이고, ‘오큘러스’ 스토어는 5~6만 원으로 조금 더 비싸다. 대신 ‘오큘러스 리프트’는 음성까지 완전 한국어화된 작품이 많다. 스팀의 경우 환불정책(2시간 이하 플레이는 무조건 환불)을 악용하는 유저도 더러 있다.

    무료게임은 없나?
    장진기: 무료게임도 많다. 인상적인 점은 딱히 무료라고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따금씩 정말 실험적이고 훌륭한 무료게임을 접하곤 한다.


    ▲ VR게임은 스팀(좌)에 270개, 오큘러스 스토어(우)에 90개 정도가 출시돼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VR게임은 불륨이 작다는 인식이 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돈 값’을 하나?
    장진기: 물론이다. VR은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거기다 8~10시간 플레이를 보장하는 VR게임도 있다. 마켓을 보면 콘텐츠가 탄탄한 작품과 실험정신이 강한 작품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닌텐도 레지 필즈 아이메 북미 대표가 ‘VR은 사회적이지 않다’고 비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VR을 즐기다 보면 외롭지 않나?
    장진기: 전혀.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VR게임이 얼마든지 있다. 가령 ‘렉 룸’이라는, 전세계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스포츠를 즐기고 얘기를 나누는 게임을 보자. 마이크를 통해 서로 얘기도 나누고 악수도 하고, 공도 던져준다. ‘룸’을 통해 일본인, 중국인, 미국인과 함께 논 적도 있다. 또한 ‘풀 네이션’은 다른 이와 당구를 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위에 병을 깨거나 물건을 던져 상대를 방해할 수도 있다. 외려 일반적인 온라인게임보다 커뮤니티성이 훨씬 강하다.


    ▲ VR을 통해 전세계인과 함께 게임을 하며 소통할 수 있다, 이미지는 '풀 네이션'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재야고수 ‘멀미왕’이 추천하는 VR게임 10선

    VR에 가장 궁합이 좋은 게임 장르는 무엇인가?
    장진기: 단순히 무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야 VR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따라서 호러게임을 추천하는데, VR 특유의 생생한 현장감이 공포를 배가시킨다. 차나 비행기 등 탈 것을 운전하는 게임도 좋고, 우주처럼 일반적으로 갈 수 없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것도 괜찮다. 1인칭 게임이 몰입도가 뛰어난 반면 3인칭은 눈 앞에 장난감이 움직이는 듯한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VR체험은 1인칭이라고 생각한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에서 추천하는 게임을 5개씩 꼽는다면?
    장진기: ‘오큘러스 리프트’는 ‘클라임’, ‘크로노스’, ‘엣지 오브 노웨어’, ‘이브 발키리’, ‘프로젝트 카스’. 그리고 ‘바이브’는 ‘잡 시뮬레이터’, ‘후르츠닌자’, ‘더 스릴 오브 더 파이트’, ‘버젯 컷’, ‘풀 네이션’을 추천한다. 게임은 아니지만 체험 콘텐츠 중에 고르자면 ‘바이브’의 ‘더 랩’, ‘더 블루’, ‘틸트 브러쉬’, ‘유니버스 샌드박스’, ‘나이트카페’는 꼭 한번 해보길 권한다.

    추천작 중에 국산 게임이 없어서 아쉽다.
    장진기: 국산 게임은 ‘룸즈’와 ‘스매싱 더 배틀’을 해봤는데, 둘 다 훌륭하다. 마켓에 올라온 글을 봐도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아직은 VR이 초기단계라 잘만 만들면 금방 눈에 띄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에 수익성이 불확실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 최상의 VR체험이 가능한 장르는 공포와 조종 시뮬레이션, 이미지는 '이브 발키리'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1세대 VR기기 살까 말까, ‘멀미왕’의 선택은?

    지금이 VR기기를 구입할 적기인가, 아니면 다음 세대를 기다려야 할까?
    장진기: 다음 세대가 언제 나올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나와있는 상용버전도 충분히 훌륭하다. 다만 아직은 정식 발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구하기가 번거롭고 추가비용도 만만찮다. 어떤 기기가 됐건 가급적 정식 발매 이후에 구입하길 추천한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콘텐츠 한국어화에 적극적이고 최근에 전파인증도 받아 곧 정식 발매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VR기기와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끝으로 VR전문 리뷰어로서 앞으로의 포부를 듣고 싶다.
    장진기: 앞으로도 여러 콘텐츠를 경험하고 공부하여 VR전문가가 되고자 한다. 대중에게 VR을 알리는 것이 내 역할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국내 VR콘텐츠를 공유하고 판매하며, 마케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스팀’과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 국내 VR콘텐츠를 위한 유통, 마케팅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멀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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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orks@gamemeca.com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독자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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