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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박] 므흣한 안드 vs 감각적인 iOS, '데스티니 차일드' 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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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차일드’가 론칭 나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최고 매출 1위에 오르며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구글 플레이의 경우 성인등급으로 출시돼 매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이 같은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높은 성과를 올렸다. 김형태 대표가 그간 ‘창세기전’과 ‘블레이드앤소울’을 거치며 원화가로서 쌓아온 팬층이 얼마나 폭넓고 두터운지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 론칭 나흘 만에 양대 마켓 매출 1위 달성! 화제의 신작 '데스티니 차일드'

‘데스티니 차일드’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모아 성장시키고, 보상을 얻어 다시금 캐릭터 수집에 투자하는 전형적인 CCG다. 게임성을 평가할 요소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당장 ‘캐릭터를 가지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장르다. 이에 김 대표는 유려한 일러스트를 부각하는데 전력을 다했고, 이 노림수는 제대로 적중했다. 국내 정상급 원화가가 설립한 스타트업의 처녀작다운 전략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 게임이 두 가지 버전으로 심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구속 받지 않는 창작(?)의 나래를 펼치기 위해 18세 이용가를 택했는데, 국내 애플 앱스토어는 성인등급 자체가 없어 부득불 12세 이용가로 수정한 것. 즉 본래 지향하는 바는 안드로이드 쪽으로, iOS 버전에도 독자적인 매력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과연? 실제로 저마다 일장일단이 있는지 아이폰 유저인 기자가 사심 없이 비교해보았다.


▲ 므흣한 세미누드냐 감각적인 의상이냐! 독자 여러분의 선택은?

성인에게 살색을 허하라, 에로티시즘은 안드로이드 압승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S사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하는 후배의 게임 화면을 본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렇다. 애초부터 18세와 12세 이용가는 선정성에 있어선 상대가 안됐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살색의 향연에 당장 기기변경을 신청하고픈 욕구를 겨우 찍어 눌렀다. 데뷔 이후 줄곧 선정선 논란에 시달렸다는 김형태 대표가 모든 족쇄를 풀고 집도한 작품답게 시쳇말로 ‘므흣’한 묘사가 일품이다. 참기름이라도 바른 듯 번뜩이는 피부와 굴곡이 강조된 엉… 엉…

그나마 보통 상태에서는 위아래로 옷감이 좀 사라진 정도지만 S등급 달성 후 의상을 해금하면 안드로이드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몇몇 캐릭터는 너무 과하게 드러나서 문제일 정도. 아예 전라 상태에서 중요 부위만 소품을 활용해 가려놓기도 했다. iOS는 S등급이 되면 벗기보다는 의상이 화려해지기 때문에 방향성이 확연히 갈리는 부분이다. 여러모로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 성인 아이폰 유저라면 ‘데스티니 차일드’를 위해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 "내가... 내가 아이폰 유저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아흙아앍옳옳옳..."

감각적인 디자인이 살아있는 iOS, 스타킹 페티시라면 강추

그렇다고 iOS가 마냥 열화판이라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황홀경이던 후배의 게임 화면도 보면 볼수록 어딘지 허전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캐릭터들이 죄다 옷을 허전하게 입었으니까. 물론 기자도 야한 거 좋아한다. 벗은 캐릭터 환영한다. 자연의 섭리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한편으로는 온통 살색으로 뒤덮인 게임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굳이 야한 게 보고 싶으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탐닉할 수 있는 성인 콘텐츠가 얼마든지 있으니깐.

김 대표의 작품이 뭇 게이머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그저 에로티시즘 때문만이 아니다. 진짜 강점은 독특한 색감과 질감, 역동적인 구도, 그리고 과거와 현대 동서양을 아우르는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그의 이름을 업계에 알린 대표작 ‘창세기전 3’만 보아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iOS가 문양 하나라도 더 감상할 거리가 많다. 특히, 살색을 가린다고 입힌 스타킹이 특정 취향에 직격하기도 한다. 스타킹과 망사가 조화를 이룬 ‘하급님프 레우케’와 ‘흑염의 헤스티아’가 대표적이다.



▲ 안드(좌)와 iOS(우), 이처럼 입힌 쪽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입힌 만큼 더욱 공들인 초심을 잃지 말아주길

어느 한쪽이 더 뛰어난 것이 아니라 서로 방향성이 다른 것이라는 김 대표의 변은 사실이었다. 단순한 에로티시즘을 넘어 ‘데스티니 차일드’를 통해 의상이나 소품 디자인의 영감을 얻고자 하는 지망생이라면 다양한 디테일이 추가된 iOS가 적격일 것이다. 아울러 ‘은근히 보일 때가 더 좋다’는 옛 성현의 가르침처럼 iOS 버전이 더 므흣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도 없진 않다. 개인적으로 iOS ‘성공한 레다’야말로 나일론의 미학을 200% 표현한 명작이 아닌가 싶다.


▲ 복부를 가린 나일론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iOS '성공한 레다'(우)

허나 안타깝게도 모든 캐릭터가 다 만족스럽게 수정된 것은 아니다. 정말 검열을 위해 가린 게 티가 나는 경우도 없잖아 있다. ‘미혹된 마아트’는 중요 부위만 가렸던 상체가 흰색 천으로 덮이는데, 무늬를 살짝 넣어주긴 했지만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사 프리가’ 또한 iOS에서는 어딘지 예정에 없던 요소를 추가한 듯한 이질감이 감돈다. 모든 일러스트를 두 번씩 작업하는 수고야 십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업데이트가 가속화되다 보면 필연적으로 iOS 버전의 질적 저하가 나타나진 않을까 우려된다. 김 대표 또한 이러한 가능성을 알고 있으며, 효율적인 제작공정으로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만약 개발진이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기자도 흐르는 눈물을 닦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게임 하나 때문에 수십만 원짜리 기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독자 여러분도 이 글을 보고 기자처럼 자신이 즐기는 버전에 애정을 가지길 바라 마지않는다.



▲ iOS 버전이 조금은 억지로 가린 듯한 캐릭터도 있다, 앞으로 개선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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