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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분야별 이슈③: 대한국어화 시대 맞이한 콘솔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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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여러모로 콘솔 3사에게 있어 격동의 해였다. PC게이밍의 발전속도와 시장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저마다 생존과 궁극적 승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서드파티 확보와 라인업 확충 등 으레 해오던 일이 아니라, 향후 수년을 책임질 신형 기기를 선보인 것. 이제껏 6년 주기를 지켜온 콘솔 라이프사이클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6년 주기로는 도태될 뿐, '쩜오'세대와 ‘스위치’의 대두

PC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게이머의 눈도 높아졌고, 이는 최신게임의 요구사양이 치솟는 결과를 낳았다. 이 와중에 웬만한 사양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가상현실(VR)까지 대두됐다. 6년 주기를 고집하다간 콘솔만 퇴물이 될 판이었다. 고심 끝에 소니와 MS는 기존 콘솔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PS4는 PS4 프로로 나아갔고, Xbox One은 프로젝트 스콜피오로 거듭났다.

눈에 띄는 혁신 없이 사양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한 두 기기는 8.5세대라 명명됐다. 반면 Wii U로 평가와 흥행 양면에서 참패한 닌텐도는 재빨리 차세대 주자를 준비했다. 그간 거치형과 휴대용 기기를 모두 개발해온 닌텐도답게 콘솔 역사상 전무한 하이브리드 콘셉트다. 디스플레이에 패드가 부착된 본체를 휴대하거나, 전용 거치대를 통해 대형 스크린으로 출력할 수도 있다.


▲ 거치형과 휴대용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콘솔 '닌텐도 스위치'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신형 기기가 나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전에 없던 ‘쩜오’세대 등장에 우려도 적잖다. 콘솔의 장점은 추가적인 업그레이드 없이도 한 세대 동안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콘솔이 금새 구형이 되길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아울러 최적화도 문제다. 콘솔은 다양한 사양을 고려해야 하는 PC에 비해 최적화가 쉬워, 사양 대비 양질의 게임플레이를 제공한다. 그런데 ‘쩜오’세대가 끼어들면 개발사로서는 양쪽을 다 신경 쓰거나 어느 한쪽을 저버리게 된다. 소니는 PS4 프로가 나오더라도 PS4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한 달도 안되어 PS4에선 매끄럽게 구동되지 않는 게임이 나오는 실정이다.


▲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쩜오'세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PS VR과 Xbox 플레이 애니웨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니와 MS는 각기 다른 승부수를 띄웠다. 먼저 소니는 PS4와 호환되는 VR기기를 내놓았다. 경쟁자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가 높은 몸값에 고사양 PC까지 요구하는데 반해 비교적 저렴한 단가와 탄탄한 서드파티가 강점이다. 국내 기준으로 바이브 125만 원 대비 PS VR은 59만8,000원으로 거의 반값이다. 성능차이는 있지만 이만하면 경쟁력이 있다.

웬만한 사양의 PC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여느 VR기기와 달리, PS VR은 전세계 5,000만 대 이상이 팔린 PS4가 든든한 기반이 되어준다. 이러한 요소가 진입장벽을 낮춘 덕분에, 현재 PS VR 판매량은 150만 대 이상으로 VR시장에 절반 가량을 잠식했다. 다만 시장 자체가 극히 협소한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소니도 아직은 물량 확보와 마케팅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 화제의 PS VR, 다만 물량공급이 원활치 못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MS가 Xbox를 부양하기 위해 선택한 파트너는 놀랍게도 PC다. MS는 지난해 7월 신형OS 윈도우 10을 발표한 이래 1년에 걸쳐 이전 버전의 윈도우를 모두 무료 업그레이드 해줬다. 여기에 파격적인 소식이 하나 더 있는데, 윈도우를 통합함과 동시에 Xbox와 경계도 허물겠다는 것. 이를테면 게임계 베를린 장벽를 무너뜨리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이것이 MS가 추구하는 ‘Xbox 플레이 애니웨어’다. 게임 하나로 Xbox와 윈도우 10에서 모두 즐길 수 있고, 세이브가 연동되며, 심지어 크로스 멀티플레이도 가능하다. 콘솔의 꽃인 독점작이 사라진다며 반발도 거셌지만, 유저풀 확보를 통한 장점이 더 크다는 것이 MS의 변. 이미 ‘기어즈 오브 워 4’, ‘데드 라이징 4’ 등 여러 대작이 이렇게 출시됐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 콘솔과 PC 경계를 과감히 허문 'Xbox 플레이 애니웨어'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희비 엇갈린 한국 지사들, 감격이 가득했던 대한국어화 시대

해외에서 콘솔 3사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사이, 이미 격차가 벌어질 대로 벌어진 국내 지사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신임 대표가 들어선 SIEK는 앞서 ‘마리오 사장님’ 카와우치 시로가 일궈놓은 우위를 지키며 여러 신형 기기의 동시발매까지 이끌어냈다. 한국MS도 ‘Xbox 플레이 애니웨어’와 여러 한국어화 타이틀에 힘입어 추격에 열을 올렸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한때 Wii와 3DS를 성황리 론칭하며 몸집을 불린 한국닌텐도는 초라하게 쪼그라들었다. 불어만가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올해 초 80%에 달하는 인원을 감축했다. 몇 년 전부터 차세대기와 주요 타이틀을 들여오지 않는 등 조짐은 있어왔다. 그나마 ‘포켓몬스터 썬/문’이 잘되며 체면치레는 했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닌텐도 스위치 국내 발매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 한국닌텐도 역사상 최고의 첫 주 판매량을 올린 '포켓몬스터 썬/문' (사진제공: 닌텐도)

어쨌든 소니의 선전으로 국내 콘솔시장은 한층 성장했다. PS4 보급이 증가하며 자연스레 주요 타이틀 현지화에 박차가 가해지고, 콘솔로 진출하겠다는 국내 게임사도 늘었다. 특히 현지화의 경우 그야말로 ‘대한국어화 시대’라 할 만큼 다양한 작품이 상륙했는데, 반다이남코 ‘슈퍼로봇대전’,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와 세가 ‘용과 같이’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슈퍼로봇대전’은 워낙 다양한 로봇물 판권이 얽혀있어 그간 해외 전개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야쿠자 사회를 전면에 내세운 ‘용과 같이’ 또한 한국어화가 요원했기는 마찬가지. 이런 작품들이 현지화되고 핵심 개발자도 잇따라 내한하는 모습에 많은 게이머가 감격을 금치 못했다. 해적판이나마 겨우 구해 사전을 뒤지며 즐기던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 대한국어화 시대 선봉을 자처한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연말을 뒤흔든 ‘극우’ 논란, 주요 관계사의 고민이 필요한 때

일본산 게임이 대거 한국어화되며 예상치 못한 문제도 터져 나왔다. 몇몇 게임에 내제된 ‘극우’적 표현과 내용이 뜨거운 논란을 부른 것. 최근 SIEK는 한껏 기대감을 고취시킨 ‘용과 같이 6’ 한국어화 발매를 돌연 취소했는데, 정식 발표는 없지만 ‘극우’ 요소 때문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게임 내에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전함 ‘초 야마토’가 등장하기 때문.

‘용과 같이 6’ 발매 중단에 대해선 ‘현명한 판단이다’와 ‘지나치게 몸을 사렸다’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민족적 상처가 아직 완치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흉흉한 시국 탓에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기까지 했다. 이 시점에서 일본 회사가 직접 ‘극우’ 요소가 담긴 게임을 들여오기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으리라. ‘대한국어화 시대’의 명암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내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페르소나 5’는 주인공 중 한 명의 신발에 그려진 욱일기가 비판을 받았고, 2월 발매 예정인 ‘슈퍼로봇대전 V’도 ‘야마토’에서 파생된 ‘우주전함 야마토 2199’가 참전해 누리꾼 사이에서 격론이 오갔다. 앞으로도 한국어화 타이틀이 늘어갈 예정인 만큼, 주요 관계사가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들끟는 게임 속 '극우' 논란, 사진은 '신차원게임 넵튠 V'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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