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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야근과 철야, 모바일 중심의 시장 재편이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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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 우연인가, 필연인가?' 토론회 현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작년에 게임업계에 직원이 돌연사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정최경희 센터장은 “20대에서 30대까지 순환계통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십만 명 당 10명 미만이다. 넷마블 직원 3,000명인데 이를 10만 명으로 가정하고 사망률을 추산하면 66.7명에 달한다. 단순한 ‘우연’이라 넘기기에는 너무나 큰 사건이다”라고 밝혔다.

과도한 야근과 철야는 넷마블만의 문제는 아니다. 게임업계 전체에 야근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업무시간이 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일한만큼 수당도 제대로 안 나온다는 것이다. ‘개발자를 갈아 넣는다’는 잔인한 말이 종종 오갈 정도다. 게임업계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2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단순히 넷마블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업계 근무환경이 얼마나 나쁜지, 왜 이렇게 나빠졌는지, 이를 좋게 만들기 워해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본 시간이었다.

원래 게임업계는 야근으로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더 심해졌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근무환경이 더 안 좋아진 것일까? 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의 변화’다. 시장을 주도하는 플랫폼이 모바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왜 개발자들의 근무환경을 나쁘게 만들었을까?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위원은 “게임업계에는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길게는 수개월 동안 밤샘과 야근을 반복하는 ‘크런치 모드'가 있다. 문제는 이 '크런치 모드'가 굉장히 자주 찾아온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은 게임 하나를 3년에서 5년 정도를 만드는데, 모바일은 3개월에서 5개월 만에 게임을 완성해야 한다. 여기에 이벤트는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새해, 설날, 벚꽃 필 때, 어린이날, 월말, 월초, 여름방학, 겨울방학, 개학 전후, 휴가 시즌 등 언제나 '이벤트'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영선 연구위원은 "여기에 모바일의 경우 시장이 빠르게 변한다. 그런데 시장 변화를 반영해야한다는 이유로 경영진 혹은 사업팀에서 원래 없었던 계획이 자꾸 내려온다. 이를 업계에서는 '허들'이라고 부른다. 발빠른 시장 변화에서 문제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작업 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방법은 그대로인데 계획만 자주 바꾸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원래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하던 ‘크런치 모드’가 이제는 경영진의 ‘허들’을 넘기 위한 수단으로 달라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주력 플랫폼이 모바일로 바뀐 것은 개발사와 퍼블리셔 사이에도 전에 없던 ‘갑을 관계’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모바일에서 중요한 것은 ‘자본’이다. 매출 또는 인기 상위권 게임에 많은 유저가 몰리는 모바일 시장. 여기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눈에 띄어야 한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TV 광고, 한눈에 시선을 확 끌 수 있는 IP가 '성공의 열쇠'가 된 이유는 이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성공을 위해 많은 돈을 가진 대형 퍼블리셔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는 퍼블리셔의 하청업체처럼 되어버린다.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A, B, C 개발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중 게임을 잘 만드는 쪽은 C 개발사다. 하지만 퍼블리셔가 보기에 B 개발사도 C에 버금가게 게임을 잘 만들고, 여기에 C보다 마음대로 다루기 쉽다. 그렇다면 퍼블리셔는 자기가 가진 C 개발사의 게임 아이디어를 B 개발사로 넘긴다. B 게임이 더 잘 되게 밀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B 게임을 푸쉬한 후 성공을 거뒀다면 그 회사를 자회사로 사들여 자기 것으로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모바일게임 성공에는 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쥐고 있는 쪽은 퍼블리셔다. 따라서 퍼블리셔가 자본을 무기로 개발사를 떡 주무르듯 한다. 잘 만들던 게임을 180도 바꿔서 다시 만들라고 하기도 하고, 적어도 한 달은 필요한 일을 15일 안에 끝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무리한 요구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를 맞추기 위해 직원들을 짜내야 한다.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의 불공평한 관계가 게임 개발자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별근로감독과 불공정거래 단속, 2가지부터 빨리 해야 한다

그렇다면 게임업계의 근로환경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민주노총 구자현 서울남부지구협의회 의장은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해결책을 제시했다. 구자현 의장은 “우선 넷마블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다. 야근 금지, 퇴근 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 금지 등을 약속한 넷마블이 실제로 이를 잘 지키는지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임금을 주지 않는 연장근무’와 같은 위법사항이 있다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며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의 불공정거래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 민주노총 구자현 서울남부지구협의회 의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장기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구 의장은 “어떻게 하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여기에 포괄임금제(연장, 야간근무 등 본래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어서 일한 것에 대한 수당을 일한 시간에 따라 계산해서 주지 않고 연봉이나 월급으로 묶어서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폐지하여 노동자가 본인이 일한 시간만큼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동 분쟁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과로사 의심 사건과 같은 노동 분쟁이 터지면 직원이 아니라 회사가 ‘입증에 대한 책임’을 물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17년 차 IT 노동자라고 밝힌 한국정보통신산업조합 박상규 대의원은 “IT 산업의 경우 연장근로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 있다. 하지만 모든 근태기록은 회사가 가지고 있으며 이를 공개하지도 않기에 직원으로서는 ‘과로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 의료과실 입증을 환자가 할 수 없기에 의사가 책임지는 것처럼 연장근무 관련 분쟁 시 직원이 아니라 근태기록을 소유한 회사에 입증 책임을 지워야 한다”라고 전했다.


▲ 한국정보통신산업조합 박상규 대의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2시간이 넘게 진행된 토론회 현장을 시작부터 끝까지 지켰다. 이정미 의원은 “작년 10월에도 이랜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해 300개가 넘는 매장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넷마블을 비롯한 게임업계의 노동실태에 대해 파악하게 되었다. 넷마블의 경우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바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아울러 게임산업의 노동현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바꾸는 법률적 대안 마련도 약속 드린다”라고 말했다.


▲ 정의당 이정미 의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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