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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제로 던, 기계 '동물의 왕국'은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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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tic), 대규모 전쟁이나 자연 재해로 멸망한 세계를 상상해보라. 아마도 황폐한 대지와 흉물스럽게 남겨진 폐허, 무도한 약탈자가 득시글거리는 끔찍한 풍경이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명화 ‘매드 맥스’에서 정립된 이래 ‘폴아웃’, ‘레이지’ 등 여러 게임에서도 꾸준히 애용돼왔다.

하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무조건 덕트 테이프 칭칭 감은 고물을 들고 사막에서 헤맬 필요는 없다. 오는 28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를 앞둔 PS4 액션RPG ‘호라이즌 제로 던’은 완전히 다른 가정에서 출발한다. 인류 멸망이 곧 행성의 죽음은 아니며, 기술을 만든 이가 쇠락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오랜 세월 건재할 수 있다는 것.


▲ 자연이 만개하고 인류는 원시로 회귀한 아주 먼 미래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문명이 절정에 다다른 ‘철의 시대’로부터 수천 년이 지나, 첨단 도시가 허물어진 자리에는 울창한 수목이 자라났다. 살아남은 인류는 원시적인 생활을 영위하며, 이제는 세계의 주인이 된 기계와 공존한다. 동물의 형상을 한 기계들은 웅장한 대자연과 놀랍도록 잘 어울리고, 사람들의 삶도 그럭저럭 괜찮아 보인다.

이제까지 알아온 포스트 아포칼립스와는 전혀 다르다. 그렇기에 더욱 흥미롭고 이채롭다. 어떻게 이런 세계를 구상하고, 기계 동물과 부족민의 개성을 담아냈을까? 2003년부터 게릴라 게임즈에서 ‘킬존’ 시리즈와 ‘호라이즌 제로 던’을 개발한 콘셉트 아티스트 롤랜드 아이저만스를 만나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우여곡절을 직접 물었다.


▲ 게릴라 게임즈 롤랜드 아이저만스 콘셉트 아티스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에일로이’는 바이킹 여전사? 치밀한 자료 조사로 빚어낸 미래

아이저만스는 “호라이즌 제로 던’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첫 데모는 SF 밀리터리물 ‘킬존’의 소재를 재활용했는데, 기관총으로 동물을 쏘아 죽이는 것이 ‘사냥꾼과 맹수의 대결’이라는 당초 콘셉트와 전혀 안 어울렸다. 그래서 활을 주무기로 고정하고, 정면 대결이 아니라 습성에 따른 약점을 파고드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3차 세계대전에 어떤 무기가 쓰일 것 같느냐는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그건 잘 모르겠지만, 4차 세계대전은 돌멩이와 나무막대기로 치러야 할 것’이라고 답했죠. 먼 훗날, 기술을 만든 인류는 쇠퇴했지만 기계 자체는 남아서 세계를 차지하는 그림을 떠올렸습니다. 서로 대치되는 존재인 기계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도전이었어요”


▲ 과도한 화기를 배제하고 활로 사냥의 묘미를 살렸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아이저만스는 ‘호라이즌 제로 던’의 세계를 그려내기 위해 지난 5년간 헬기로 세계 각지를 오갔다. 마치 BBC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의 웅대함을 세밀하게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사진을 찍었고,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나 밤과 낯의 변화상도 연구했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토대로 게임에 실존하는 랜드마크를 삽입하기도 했다고.

자연환경이 다양하다면 그 곳에서 살아가는 부족민의 문화도 서로 달라야 했다. 베트남과 아프리카, 에스키모 등 여러 문화권을 조사하고 여기서 얻은 영감을 게임 내 부족에 불어넣었다. 실제로 주인공 ‘에일로이’가 속한 ‘노라’족은 바이킹과 닮아서, 나무로 집을 짓고 사냥과 채입을 통해 살아간다. 다른 부족도 마찬가지로 저마다 기원이 존재한다.

물론 이 가운데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에일로이’다. 아이저만스는 “처음 ‘에일로이’를 구상하며 스케치만 수백 장을 했어요. 그걸로 내부 피드백을 받고, 다시금 또 수백 장을 그리길 반복했죠. 강인하면서도 자신만의 결이 있는 사냥꾼이어야 했습니다. 헤어스타일도 사냥하기 적합하게 바꾸고, 쓰러트린 기계의 부품으로 장식된 옷을 입혔죠”


▲ 5년간 치밀한 자료 조사가 빚어낸 압도적인 풍광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올스타 개발팀에 로봇공학 교수까지 합세, 기계 동물의 탄생

그러나 ‘호라이즌 제로 던’에 자연과 부족민만 있다면 여느 판타지 RPG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단숨에 흥미가 동하게 하는 진짜 얼굴마담은 단연 기계 동물이다. 유기체마냥 유연하게 움직이며 풀숲을 배회하는 모습은 진짜 동물과 진배없다. 모여 다니는 순한 녀석들부터 커다란 날개를 지닌 새와 육식공룡스러운 흉폭한 개체도 있다.

“‘킬존’을 만들 때는 기계의 기능적인 면에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것처럼 디자인했죠.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도 처음에는 평범한 메카닉을 상정하고 로봇이기에 가능한 움직임을 부여했는데, ‘정말 로봇처럼 보이는 로봇’은 사냥감으로 부적합하더군요. 그래서 각각의 동물적인 습성을 강조하는 현재 모습으로 점차 발전시켰습니다”


▲ 겉모습만 보아도 대략적인 습성을 파악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기계 동물은 습성에 따라 사냥 방법이 달라지며 공격에 취약한 부위도 모습을 보며 유추할 수 있다. 거기다 ‘강제 전환’ 능력을 활용해 아군으로 삼았을 때도 저마다 쓰임새가 다르다. 그렇다면 콘셉트 단계에서 이러한 게임 디자인까지 전부 결정해서 진행할까? 이에 아이저만스는 “특수한 ‘로봇 팀’이 존재합니다. 아, 팀원이 로봇이란 것은 아니고요”라며 웃었다.

“과거에는 콘셉트 아티스트와 게임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이 각자 팀에 속해있었습니다. 반면 ‘로봇 팀’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서 기계 동물이 게임 내에서 무슨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행동 패턴을 지닐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요. 얼마나 강하고 기민할지 조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썬더 조’ 하나를 다듬는데 18개월이나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부분은 저명한 로봇공학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특히 로봇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설계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덕분에 한층 더 생동감 넘치는 기계 동물의 왕국이 탄생할 수 있었다. 끝으로 아이저만스는 “도대체 무슨 약을 하기에 이런 신박한 디자인이 나오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실은 약이 아니라 과학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 아이저만스와 SIEK 안도 테츠야 지사장이 함께 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김영훈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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