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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도 안 되는데, 웹보드게임 자율규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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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웹보드게임 소비에 대한 보호 어디까지?' 토론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지난 2015년에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공개한 확률이 만족스럽지 않고, 게임사들의 참여도 미적지근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즉, 게이머는 게임사의 자율규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 소위 ‘고포류’라 불리는 웹보드게임에도 자율규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며 이목이 집중됐다.

3월 31일, 국회 의원회관 제 3 세미나실에서 ‘웹보드게임 소비에 대한 보호 어디까지?’를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의 핵심은 하나로 압축된다. ‘웹보드게임에도 자율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 토론회 핵심은 '웹보드게임에도 자율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우선 웹보드게임에 대한 정부규제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웹보드게임은 기본적으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환전’이 금지되어 있다. 웹보드게임은 사행성 게임도, 도박도 아닌 그냥 게임인데 정부는 사행성을 막는다는 이유로 웹보드게임을 도박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과하다는 의견이다.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는 “웹보드게임 규제나 성인의 게임 결제한도 제한은 2000년대 중반에 터진 ‘바다이야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 웹보드게임은 사행성 게임도, 도박도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의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두 번째는 게이머가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는 게이머들이 게임에 얼마나 돈을 쓰는가를 3단계로 제한한다. 한 달에 30만 원, 하루에 10만 원, 한 판에 1만 원이다. 이러한 점이 웹보드게임을 하는 게이머가 원하는 대로 게임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심우영 책임연구원은 “소비자 법에 대한 트렌드는 소비자를 사업자와 동등한 시장 경제 주체로 올리는 것이다. 본인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거래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며 합리적인 소비행위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한 달, 하루, 1회 단위로 게임머니 사용이 제한된다 (사진출처: 게임메타 촬영)


▲ 한국외국어대학교 심우영 책임연구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은 정부 규제로 인해 게임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 백주선 자문위원은 “2015년에 만들어진 웹보드게임 정책협의체에서 정부규제를 평가하는 시간이 있었다. 웹보드게임에 대한 정부규제가 사행성을 완화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에는 큰 피해를 입혔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이용자는 35%에서 50%가 줄고, 매출은 70%에서 75%가 감소했다. 웹보드게임 주요 3사는 상당한 이용자 및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라고 설명했다.


▲ 게임이용자보호센터 백주선 자문위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몇 년 동안 해도 안 되는 자율규제, 웹보드라고 될까

웹보드게임에 자율규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그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게임업계는 지난 몇 년 동안 자율규제를 안착시키지 못했다. 지난 2015년부터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 핵심은 ‘확률 공개’다. 확률형 아이템에 어떤 아이템이 들어 있는지, 그리고 각 아이템이 등장할 확률은 얼마인지를 게이머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사의 자율규제는 게이머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모든 게임사가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확률 정보도 아이템 여러 개를 등급으로 묶어서 공개해 원하는 아이템의 등장 확률을 알기 어렵다. 여기에 게임 내, 공식 홈페이지, 공식 카페 식으로 게임마다 확률 정보를 게시한 곳이 모두 달라서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 동안 게임 규제법을 반대해온 게이머들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만은 찬성하는 이유는 게임사가 해온 자율규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게임사를 믿을 수 없기에 차라리 법에 맡기는 게 낫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업계가 자율규제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게이머들이 웹보드게임 자율규제를 반길 리 만무하다.


▲ 유저가 스스로 본인의 게임 이용을 관리하는 '책임게임시스템' 도입도 이야기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즉,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안 되는 이 상황에서 웹보드게임마저 자율규제로 돌리겠다는 주장은 게이머를, 나아가 여론을 설득하기 부족하다. 앞서 심우영 책임연구원이 말한 것을 토대로 따져보면 웹보드게임에서 게임사만큼이나 중요한 주체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다. 그리고 자율규제가 ‘게임사와 게이머’를 동등한 존재로 본다면 게이머의 입장도 충분하게 반영돼야 한다.

따라서 게임업계가 웹보드게임에 자율규제를 도입하고 싶다면 그 전에 시작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율규제가 아무런 성과도 없는 상황에서 웹보드게임까지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게이머 입장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라는 것’처럼 느껴질 우려가 크다. 즉, 확률형 아이템부터 자율규제를 잘 안착시키고, 그 다음에 웹보드게임도 자율규제를 시작해보자고 말하는 것이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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