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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OOOOO..." 사전 유출 심해진 게임판,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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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권 7' 패키지 버전 발매일 유출(상)에 대한 하라다 PD의 절규(하)
(사진출처: Everyeye.it/하라다 PD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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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해외 게임쇼에 취재를 갔을 때 모 게임사 담당자가 넋두리처럼 털어놓은 말이 있다. “요새는 게이머들이 데이터마이닝으로 이것저것 뜯어서 보기에 깜짝 공개가 참 어려워졌다”라는 것이다. 기자 역시 여기에 큰 공감을 느꼈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소위 ‘대형사고’라고 부를 정도의 굵직한 ‘유출’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올해만해도 손에 꼽는 ‘유출사고’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모르는 척 ‘오피셜’을 공개해도 게이머들은 ‘응, 이미 알고 있었어’라는 눈으로 바라보는 이슈가 심심치 않게 터진다. 더 이상 ‘비밀은 없다’는 말이 통할 정도다. 예전에는 E3나 게임스컴 같은 대형 게임쇼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유출’이 이어졌다면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예기지 못하게 ‘1급 비밀’이 퍼지고 있다. 왜 게임업계는 더 이상 ‘깜짝 공개’가 불가능하게 됐을까?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기존보다 ▲ 정보가 유출되는 경로가 많아졌다.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대표적인 게임 유출 경로로 '소매상이나 유통사'에서 정보가 새는 경우다. 정해둔 일정보다 먼저 영상이 공개되거나 정보가 담긴 예약 페이지가 열리며 '비밀'이 공개된다. 두 번째는 내부 개발자나 관계자를 통해 의도치 않게 정보가 공개되는 경우다. 이력서에 담긴 참여 프로젝트가 공개되며 감춰둬야 할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블로그나 SNS에 올린 글에서 슬쩍 정보가 흘러 나오는 경우다. 세 번째는 열성 게이머들의 데이터마이닝이다. 데이터마이닝이 대중화되며 ‘내가 직접 비밀을 밝혀내겠어’라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클라이언트와 사이트를 뜯어보는 유저들이 늘어났다.

또 하나는 한 번 공개된 정보가 너무 빠르게, 광범위하게 펴져나가 ▲ 사태를 진화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 역시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첫 번째는 레딧이나 네오가프와 같은 대형 커뮤니티가 있다. 실수로 공개된 정보를 놓치지 않고 게시물로 올리고, 이에 대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며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된다. 두 번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다. 특정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가 SNS를 통해 계속 퍼지며 원문을 삭제해도 퍼진 정보는 주워담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세 번째는 유튜브나 트위치와 같은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다. 특히 최근에는 개인방송이 활성화되며 BJ들의 방송을 통해 정보가 삽시간이 번지는 일이 많아졌다.

정리하자면 미공개 정보가 유출되는 경로가 늘었고, 정보가 퍼져나가는 범위와 그 속도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빠르다. 결국 모든 게이머가 ‘비밀’을 알게 되기까지 걸리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깜짝 공개의 달인이었는데, 올해 최대 피해자 블리자드

그리고 ‘깜짝 공개’ 불발의 올해 최대 피해자는 블리자드다. 본래 블리자드는 꽉 찬 ‘미공개 정보’로 꾸리는 ‘블리즈컨’이라는 자체 행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애써 준비했던 ‘깜짝 공개’가 온갖 파상공세에 무너진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오피셜 하루 전에 뜨고야 만 ‘오버워치’ 옴닉의 반란이다. ‘오버워치’ 영웅들의 7년 전 사건을 다룬 협동 난투에 새로운 스킨이 포함된 ‘옴닉의 반란’은 블리자드가 공식 트위터를 통한 예고에, 단편 만화까지 동원하며 ‘공개’에 심혈을 기울인 콘텐츠였다. 그러나 너무나 샴페인이 일찍 터지고 말았다. 프랑스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를 통해 난투와 스킨을 소개하는 영상이 유출되며 기껏 준비한 ‘깜짝 공개’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급하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내려보았지만 이미 많은 매체와 유저들이 영상을 가져간 뒤였으며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를 통해 삽시간에 번졌다.


▲ 너무나 일찍 공개되어버린 '오버워치' 옴닉의 반란 (사진출처: 블리자드)

최근에 터진 대표적인 사례는 유출된 지 2주가 넘게 흘러서야 ‘오피셜’이 뜬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겐지’다. 사건 시작 자체는 공식 발표 전에 뉴스레터를 통해 ‘겐지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출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메일이 발송된 것이다. 블리자드는 황급하게 메일 주소 입력 칸을 없앴으나 ‘레딧’을 통해 ‘겐지’의 시공의 폭풍 출전은 예상보다 빠르게 게이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담당자의 실수가 레딧에 오르고, 그 레딧이 트위터를 통해 퍼지고, 트위터가 리트윗되며 많은 게이머에게 전송되는 예기치 못한 ‘도미노 현상’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 블리자드는 급하게 정보 확산을 막아보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사진출처: 레딧)

앞서 이야기된 경로와는 다르지만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역시 너무 빠르게 베일이 벗겨졌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경우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직접 한국에 방문하여 그 베일을 벗기는 역할을 맡았으나 이미 게이머 사이에서는 그전에 공공연한 사실처럼 ‘리마스터’ 소식이 전해진 상황이었다. 이 경우는 국내 주요 매체가 업계 소문 및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수한 근거를 토대로 ‘리마스터’ 공개에 대한 기사를 쓰고, 그 기사가 SNS를 통해 빠르게 번지며 블리자드가 계획했던 완벽한 ‘깜짝 공개’가 불가능해진 케이스다.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발표를 위해 한국에 방문했던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 외에도 굵직한 해외 신작이 유출에 시달렸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은 공식 발표 이틀 전에 첫 트레일러가 공개되어버린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다. 본래는 4월 15일에 북미 올랜도에서 열리는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에서 ‘화려한 등장’을 꿈꿨으나, 그 이틀 전에 유튜브를 통해 영상이 유출되는 초대형 사고가 있었다. 특히 ‘배틀프론트 2’의 특징 중 하나였던 영화와는 독립된 스토리, 스타워즈 모든 캐릭터의 총출동 등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 정보가 유출된 트레일러에 담기며 행사를 준비하던 EA와 제작진 모두 곤란해지고 말았다.


▲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도 유출의 굴레에 빠지고 말았다
(사진출처: 오리진 공식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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