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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행] '던전앤파이터' 두 번째 세계관 리부트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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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앤파이터' 공개 서비스 홍보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처음 발매됐을 때만 해도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은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조금씩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장시킨 결과, 서비스 7년째(2013년)에 들어서는 국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방대한 설정의 게임으로 인정받게 됐다. 다만 처음부터 짜임새 있는 설정 구조를 잡아놓지 않은 탓인지, 갑자기 너무 생소하거나 기존 세계관과 모순되는 설정을 추가하는 일도 잦았다.

넥슨은 설정 구성상 미진한 부분을 쇄신하기 위해 2013년 대규모 업데이트 ‘대전이’를 실시했다. 결론만 놓고 보면 ‘대전이’는 사실 세계관 리부트에 가까웠다. ‘대전이’를 기점으로 ‘던전앤파이터’ 스토리는 갑자기 여러 ‘평행세계’들 사이의 이야기가 됐다. 지금까지 정리되지 않은 채 산재했던 설정상 모순을 ‘평행세계’에서의 이야기라고 정리해버리고, 새로운 세계관에서 단순하고 직관적인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해서였다.

▲ '던전앤파이터'는 '대전이'로 세계관을 사실상 갈아엎었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그리고 ‘대전이’ 업데이트로부터 3년이나 지난 2016년 겨울, ‘던전앤파이터’는 다시 한 번 세계관 리부트를 시사했다. ‘2016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에서 윤명진 디렉터가 ‘재전이’라는 업데이트를 통해 ‘대전이’ 이전과 이후 세계관을 통합시켜 시나리오를 개정할 예정임을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던전앤파이터’는 왜 ‘대전이’라는 파격적인 업데이트로 세계관과 스토리를 리부트 했으며, 이제 와서는 다시 통합하겠다는 것일까? 지금까지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의 흔적을 되짚어 보며 앞으로 ‘재전이’를 통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해보자.

임기응변 식으로 확장해나간 초기 설정, ‘재전이’로 갈아엎다

초기 ‘던전앤파이터’는 횡스크롤 MORPG라는 게임성에만 집중했기에 세계관은 별 특징이 없었다. 작고 무리 지어 사는 비열한 고블린이 마을 여인을 납치해가고, 미노타우루스처럼 생긴 흉포한 ‘타우’가 앞길을 가로막았으며, 지하에는 어두운 피부색에 흰 머리카락을 지닌 오만한 ‘흑요정’이 살았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미 긴 세월 동안 여러 판타지 게임에서 보여준 모습이었다.

이처럼 별 볼일 없게 시작한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은 주인공 캐릭터들과 함께 조금씩 확장되었다. ‘던전앤파이터’는 시즌 1부터 주인공 캐릭터의 특색을 매우 중시했는데, 이들의 성격과 과거사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세계관 설정도 조금씩 추가된 것이다. 예를 들어 ‘마법사’는 특별한 존재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뾰족한 귀 끝과 적색 눈동자를 지닌 ‘마계인’이라는 설정을 붙였고, 이 과정에서 ‘마계’라는 장소가 덩달아 설정된 식이었다.

▲ '마계' 설정이 없을 때부터 '마계인'으로 설정됐던 '여 마법사'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이러한 설정은 실제 게임에 중요하게 반영되지는 않았고, 그저 짧게 언급되는 정도였다. ‘마계인’이라는 배경을 지닌 ‘마법사’는 2005년 업데이트 때 추가됐지만, 구체적인 ‘마계’ 설정이 공개된 것은 2014년 이후였을 정도다. 이처럼 초기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에는 소위 ‘떡밥’ 설정만 가득했고 실제 게임에 구체적으로 반영된 부분은 많지 않았다.

이처럼 ‘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 확장이 미리 체계를 잡아놓고 계획적으로 진행됐던 것이 아니다 보니, 스토리상 다소의 ‘설정 구멍’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즉 임기응변 식으로 세계관을 확장시킨 데 따른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넥슨이 찾은 돌파구가 바로 ‘대전이’였다. 사실 그 이전부터 ‘던전앤파이터’는 갑작스러운 괴물의 등장 등 위기요소를 추가하기 위해서 ‘전이’라는 설정을 사용하고 있었다. ‘전이’란 다른 세계의 존재가 ‘던전앤파이터’의 세계로 이동되는 원인불명의 현상을 말한다. 유저가 만나게 되는 중요한 적들은 대부분 ‘전이’를 통해 나타난 존재로, 후반에 이르면 사도라는 이계의 마왕 같은 보스 몬스터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 '대전이' 공식 홍보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2013년 시작된 ‘대전이’ 업데이트는 이러한 ‘전이’가 전에 없이 거대한 규모로 발생해 전 우주에 영향을 미친다는 스토리였다. 기존 ‘전이’ 설정이 괴물을 등장시키기 위한 장치였다면, ‘대전이’는 세계 전체에 거대한 이변이 소환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테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격변’과 비슷한 느낌의 변화였던 셈이다.

이러한 ‘대전이’를 통해 ‘던전앤파이터’는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축적된 설정 모순을 한 번에 정리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빠르게 전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대전이’는 조금 과하게 기존 설정을 뒤엎어버린 면도 있었다. 너무 급격한 설정 변경 탓에 많은 유저가 혼란에 빠졌고, 새로운 설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세계관 재정립한 ‘대전이’, 핵심 소재는 ‘평행세계’

그렇다면 ‘대전이’는 어떤 스토리로 진행됐을까? 우선 ‘대전이’의 원인은 ‘칼로소’라는 창조신에게 있다. ‘칼로소’는 예전부터 게임에서 언급된 적 있는 존재로, 간단히 말하면 우주의 창조자다.

▲ 옛 지구에 나타난 '칼로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던전앤파이터’ 시작 시점으로부터 아주 먼 과거, 이미 지구의 인류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문명을 이룩했다. 인류의 기술은 신적인 존재를 과학적으로 인지하고 연구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이들은 창조신의 힘을 일부 추출해 인공적인 신들을 만들어냈는데, 이렇게 탄생한 것이 이후 12사도로 불리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사도는 모종의 이유로 인류를 이간질해 서로 전쟁을 벌이게 만들었고, 지구는 전세계적으로 핵전쟁의 불길에 휩싸였다.

12사도가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느낀 '칼로소'는 이 사악한 분신들을 다시 흡수하기 위해 지상에 직접 나타났다. 그러나 12사도와 '칼로소'의 대립은 어느 한 쪽이 이기지 못한 채 양측이 모두 파괴되는 것으로 끝났다. 이 때 우주는 '칼로소'가 파괴된 충격으로 수많은 평행세계로 조각났다. ‘던전앤파이터’의 무대인 ‘아라드’도 이러한 세계 중 하나인 것이다.

▲ 수많은 '평행세계'들로 나뉜 '던전앤파이터'의 우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조각나버린 우주는 ‘플레인(Plane; 차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대전이’ 업데이트 이후 공개된 ‘플레인’은 모두 11개로, 실제로는 그 외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가 있다. 각각의 ‘플레인’은 기본적으로 같은 세계지만 특정 사건을 기점으로 다른 역사가 전개된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라드’와 ‘미러 아라드’는 요정의 숲의 화재로 파괴됐는지 안 됐는지 여부에 따라서 역사가 갈라진 두 세계다.

그 중에서도 유저들이 직접 플레이 하게 되는 ‘플레인’이 바로 ‘대전이’가 일어난 세계다. ‘대전이’ 업데이트 이전에 플레이 했던 세계는 유저가 재앙을 막은 ‘미러 아라드’다. 그러나 업데이트 이후 유저가 요정 숲의 대화재를 막지 못한 ‘평행세계 아라드’로 시점이 옮겨간다. 이 ‘아라드’는 숲이 불타면서 세계를 보호하던 요정족의 대 마법진이 손상돼 ‘전이’가 더욱 심각하게 발생한 곳이다. 아예 배경무대가 달라진 것이다.

‘대전이’가 발생한 ‘아라드’에서는 이전에 자주 볼 수 있던 종족인 고블린이 멸종했고, 흑요정은 지각변동으로 인해 지상으로 나와 살게 됐으며, 죽었던 주요 NPC가 아직 살아있게 되는 등 여러 큰 변화가 생겼다. 그런가 하면 게임의 무대가 되던 지역들이 재앙의 여파로 폐허가 되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당시 업데이트 표어대로 ‘유저 빼고 다 바꾼’ 셈이었다.

▲ 다른 시공에서 온 주인공 캐릭터인 '크리에이터'와 '다크나이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여기에 ‘대전이’ 이후 추가된 주인공 캐릭터 중 다수는 ‘대전이’ 여파로 다른 ‘플레인’에서 건너온 인물이라는 설정이다. 이러한 새 주인공 캐릭터들은 게임 진행에 따라 우주에 여러 ‘평행세계’가 존재하며, 그 중에서도 ‘아라드’에서 벌어질 사건을 막지 못하면 전우주가 위험에 처한다는 점을 깨닫고 모험에 나서게 된다. 이처럼 ‘대전이’는 ‘평행세계’ 소재를 통해서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의도로 실시됐다.

그러나 ‘대전이’ 초기에 유저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기존에 오래 즐겨온 스토리와 세계관이 사실상 폐기된 데 불만을 느꼈던 것이다.

주요 스토리는 ‘평행세계’들의 재통합 음모

‘던전앤파이터’는 이후 2016년까지 3년에 걸친 ‘대전이’ 업데이트로 세계관을 계속 수정 했다. 예를 들어서 ‘대전이’가 처음 업데이트 됐을 당시에는 ‘대전이’를 일으킨 장본인이 창조신 칼로소라는 점이 런칭 트레일러를 통해서 공개됐지만, 이후 이 설정이 아예 삭제되고 ‘대전이’가 일어난 원인이 바뀌는 등 근본적인 부분까지 전부 개정됐다.

이처럼 스토리가 계속 수정된 끝에, 이제 ‘던전앤파이터’ 스토리는 ‘평행세계’를 하나로 합치고자 하는 사도 ‘힐더’를 막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 다양한 생물로 환생한 사도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대전이’ 이후 스토리는 이전에 간략히 언급만 된 12사도와 칼로소 설정에서 시작된다. 12사도와 칼로소는 모두 신성한 존재였기에 파괴됐다고 해도 정말로 소멸한 것은 아니었다. 12사도는 여러 ‘평행우주’에서 다양한 생물의 모습으로 환생했고, 칼로소는 여러 분신들로 나뉘어 흩어진다.

그리고 여기에 여러 차원들 사이를 부유하게 된 지구의 조각이 하나 등장한다. 본래 미국 뉴욕에 해당했던 이 도시는 12사도와 칼로소의 대립으로 지구가 파괴될 때 우주로 튕겨나갔다. 이 작은 행성 조각에는 아직 인간들이 살고 있었지만, 핵전쟁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 외계생물 침입, 자원부족으로 인해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이렇게 처참하게 변한 뉴욕이 바로 ‘마계’이며, 아직까지 이곳에서 살아남은 지구인의 돌연변이 후손들이 ‘마계인’인 셈이다.

▲ '마계'의 각 지역은 실제 뉴욕에서 명칭을 따 왔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마계’는 구 지구 출신 사도 ‘힐더’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사도인 동시에 지구인인 ‘힐더’는 이처럼 추악한 곳이 된 지구를 다시 한 번 예전의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한 가지 소망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칼로소가 힘을 되찾게 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지구를 복원하겠다는 ‘힐더’의 계획은 다른 ‘평행세계’들에 큰 위험으로 작용한다.

가장 큰 문제는 칼로소가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사도 중 대부분이 죽어야 한다는 점이다. 본디 12사도가 칼로소에게서 추출한 힘으로 창조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힐더’는 수많은 ‘평행세계’를 떠돌며 환생한 사도들을 찾아 하나씩 ‘마계’로 불러들인다. 그 후 모든 준비가 된 ‘힐더’는 ‘아라드’에 함정을 파놓고, 속임수로 사도들을 하나씩 ‘아라드’로 보내 죽게 만든다. 유저는 바로 이러한 ‘힐더’의 음모에 따라 보스로 등장하는 사도들을 쓰러뜨리게 되는 것이다.

▲ 게임 중 상대하게 되는 사도는 모두 '힐더'의 음모에 걸린 자들이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사도가 모두 죽어 그 힘이 칼로소에게 회귀한다고 해도 ‘아라드’의 위기는 끝나지 않는다. 칼로소가 힘을 되찾아 우주를 하나로 되돌리면, 그 과정에서 여러 개로 나뉘어있던 ‘평행세계’는 모두 소멸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우주를 원래 상태로 복원하면 유저를 비롯한 ‘아라드’ 전체가 사라지게 되는 셈. 그렇기에 ‘대전이’ 후반 스토리는 주인공 캐릭터가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평행세계’ 소멸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다가오는 ‘재전이’ 업데이트, 결국 ‘평행세계’들의 재통합 이루어질 듯

2016년 9월에는 결국 유저가 ‘마계’에 진입하는 스토리가 업데이트됐다. 지금까지의 스토리로 볼 때 유저는 칼로소를 회복시켜서 우주를 하나로 재통합시키고자 하는 ‘힐더’와 맞서게 될 듯하다. 실제로 최근 추가된 새 캐릭터 ‘다크나이트’와 ‘크리에이터’는 모든 ‘평행세계’가 최후를 맞이하는 미래로부터 온 인물들로, 우주의 재통합을 막기 위해 과거를 바꾸고자 하는 목적을 품고 있다.

▲ '2016 던파 페스티벌'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그런데 지난 2016년 겨울에 열린 ‘던파 페스티벌’에서, 게임 디렉터를 맡고 있는 윤명진은 ‘대전이’ 이전과 이후 세계관을 하나로 통합해 새로운 스토리를 전개하겠다 전했다. 다시 말해 ‘아라드’와 ‘미러 아라드’ 두 ‘평행세계’를 하나로 연결시키겠다는 뜻이다. 또한 ‘대전이’ 이후 파괴된 장소인 ‘엘븐가드’ 등의 지역도 ‘대전이’ 이전의 상태로 복원될 가능성 또한 시사했는데, 이는 ‘아라드’와 ‘미러 아라드’가 하나로 합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언급으로 미루어볼 때, ‘던전앤파이터’ 스토리는 부분적으로나마 ‘평행세계’들이 재통합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듯하다. ‘재전이’는 2017년 여름 업데이트 될 예정으로, 머지 않아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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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앤파이터 2005년 8월 10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액션 RPG
제작사
네오플
게임소개
횡스크롤 온라인 액션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콘솔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타격 판정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또한 공중 콤보, 다운 공격, 스킬 캔슬 등 과거 오락실에서 즐겼던 벨트스크롤 액션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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