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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넘어 할머니 개발자가 꿈" 여성 게임인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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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티가 개최한 '우먼 인 게이밍' 행사 현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최근 언론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게임 개발자가 있다. 일본에 사는 게임 앱 개발자 와카미야 마사코가 그 주인공이다.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이유는 81세라는 고령에 독학으로 '스마트폰 게임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노년층은 IT와 거리가 멀다는 인식을 뒤집은 것이다. 3인으로 구성된 스타트업 개발사 캣랩을 이끌고 있는 황은애 대표는 그를 예로 들며 "내 꿈이 첫 할머니 개발자가 되는 것이었는데 일본에 이미 이를 이룬 분이 있더라"라고 이야기를 했다. 따라서 본인 역시 '아줌마'를 넘어 '할머니' 개발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노년층처럼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게임업계는 유독 여성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유니티 코리아 김인숙 대표는 "여성이 많이 없는 것은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도 비슷하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여성이 적은 업계에서 '여성 게임인'으로 일하는 삶은 어떨까? 현업에 종사 중인 여성 게임인을 통해 이에 대해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유니티 코리아는 7월 12일, 저녁 7시부터 '우먼 인 게이밍' 행사를 개최했다. '우먼 인 게이밍'은 유니티가 비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네트워킹 행사 중 하나다.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종사자들이 서로 모여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 '우먼 인 게이밍'의 목적이다. 기존에도 유니티는 해외에서 '우먼 인 게이밍'을 주기적으로 열어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는 참가자 약 70여 명이 방문했다. 직군은 아주 다양했다 프로그래밍, 그래픽 아티스트, 사업, 사운드, 인사, 로컬라이제이션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게임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소통을 주제로 한 만큼 분위기는 딱딱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간단한 저녁과 가벼운 주류가 제공되어 서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여기에 토크 현장에도 음식을 가지고 갈 수 있었기에 편안히 먹으면서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우먼 인 게이밍' 현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다양한 음식이 제공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가벼운 술도 준비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금강산도 식후경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그래서 기자도 동참해봤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우먼 인 게이밍'인 만큼 현장 참가자는 물론 초청된 패널도 모두 여성이었다. 유니티 코리아 김인숙 대표는 물론 한빛소프트 김유라 대표, 디지털스카이 조인숙 부사장, 캣랩 황은애 대표가 현장에 자리했다. 김유라 대표는 18년 간 한빛소프트를 이끌어왔으며, 조인숙 부사장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 대한 경험과 함께 여러 번 본인의 회사를 차린 경험이 있다. 컴투스 클라이언트 개발자로 시작한 황은애 대표는 현재 스타트업 창업자로 활동 중이다.


▲ 왼쪽부터 유니티 코리아 김인숙 대표, 한빛소프트 김유라 대표, 캣랩 황은애 대표, 디지털스카이 조인숙 부사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들이 던진 메시지는 하나로 압축됐다.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나은 점도, 그렇다고 크게 불리한 점도 없다는 것이다. 황은애 대표는 "성별이 여성이라는 점은 매리트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같은 개발자인 남편에게 이야기해봤을 때도 남자라고 해서 특별한 매리트는 없다고 하더라. 저는 다만 첫 회사에 들어갔을 때 제가 유일한 여성 신입 프로그래머라서 내가 잘못하면 모든 여성 프로그래머가 욕을 먹는다는 착각 속에서 더 야근하고, 더 공부했던 것 같다. 여자 프로그래머를 욕 먹이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 캣랩 황은애 대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남성, 여성을 떠나 끊임 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공부하는 것이 게임업계에서 오래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이 패널들의 의견이었다. 조인숙 부사장은 "스스로를 자존감이 있는 '사업 개발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마음가짐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일단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 나를 자극하는 점이 있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부족한 부분을 계속 공부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점 역시 중요 포인트라 덧붙였다.

지금보다 예전에 여성 창업자가 더 많았던 이유

하지만 게임업계에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예전에는 지금보다 임원 자리에 오른 여성을 찾기 힘들었다. 이것은 비단 게임업계만의 이슈는 아니다. 한빛소프트 김유라 대표는 "오너(김기영 의장)와 형제라는 것을 숨기면서 일을 하다 보니 둘이 애인 사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라며 "오빠가 대표인 줄 모르고 (김기영 의장에게) '술도 못 먹고 대응도 못하는 여자가 어떻게 마케팅을 하느냐'라고 말한 남자 대표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 한빛소프트 김유라 대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사실 김유라 대표도 있지만 게임업계에는 업력이 오래된 여성 CEO가 꽤 있다. 소프트맥스 창업자 정영원 대표와 컴투스 박지영 전 대표가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렇다면 초창기에는 지금보다 여성 직원이 드물었던 시기인데 왜 CEO는 상대적으로 많은 느낌일까? 이에 대해 조인숙 부사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여성은 다양한 직군에 가거나 중간관리자로 성장하는 것이 어려웠다. 경영학을 전공한 나도 첫 회사에서 속한 곳은 비서실이었다. 여직원은 유니폼 입고 일하던 시절이고 일반적인 업무를 못 보던 시절이다. 그래서 역량이 있는 사람은 나와서 자기 회사를 차렸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 디지털스카이 조인숙 부사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여성이 적다'는 것이 언제나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일을 시작할 때 만난 사람이 대부분 남성이었다. 게임을 만들고, 수출하고, 계약하는 자리에 나오는 사람이 대부분 남자인데 그 사이에 여자가 있자 도리어 더 잘 기억해주는 경향이 있었다. 남성만 수십 명을 보다가 여자가 있으니 튀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점을 비즈니스에 잘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 많은 고민거리와 질문이 쏟아졌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성에게 큰 이슈라고 할 수 있는 '육아'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쌍둥이 엄마인 유니티 김인숙 대표는 "일도 내 것, 결혼도 내 것, 아이도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일에 포커스를 맞추면 상대적으로 육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육아에 집중한다면 일에 대한 포커스를 낮추며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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