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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쌍둥이 아닙니다, 게임 속 '색깔놀이' 캐릭터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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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현존 최강의 그래픽카드는 바로 상상력이다” 고전 게이머들 사이에서 도는 격언 아닌 격언입니다. 80년대 패미컴 시절만 해도 게임 그래픽이란 조악하기 짝이 없었죠. 한정된 도트와 색상만으로 사물을 표현하고 배경은 죄 단색으로 때우기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그 안에서 첨단 미래도시부터 암흑가의 뒷골목, 무성한 숲까지 온갖 풍경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는 게임팩 메모리가 부족해 동일한 스프라이트에 색깔만 바꿔 2P 캐릭터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른바 색깔 놀이(Palette Swap)에요. 겉보기에는 쌍둥이나 다름없지만 알아서 상상력을 발휘해 둘이 다른 존재로 인식해야 합니다. 3D 그래픽이 모공의 피지까지 보여주는 시대, 오랜만에 8비트 정취에 취해보시죠.

5위. 랄프와 클락(이카리)

▲ '람보' 아류에서 고유한 캐릭터성이 있는 용병으로 변화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더 킹 오브 파이터즈’로 잘 알려진 역전의 용병 ‘랄프’와 ‘클락’은 당초 고전 슈팅게임 ‘이카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때는 네이팜 스트라이크니 갤럭티카 팬텀이니 화려한 기술 대신 총과 화약만으로 모든 걸 해결했죠. 사실 이 게임이 영화 ‘람보’를 무단 도용한 작품인지라 캐릭터도 ‘존 람보’마냥 웃통 벗고 이마에 붉은 띠를 두른 모양새였습니다.

1P가 ‘랄프’, 2P가 ‘클락’이었는데 차이점이라곤 띠 색깔뿐이었어요. 재미있는 점은 아직까지도 당시 인상이 남아있는 ‘랄프’와 달리 ‘클락’은 파란 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모습으로 확 바뀌었다는 거죠. 실은 이건 ‘이카리’에서 숱하게 나오는 적 졸병 의상입니다. 혹시 적진에 잠입하려고 변장했다가 패션이 마음에 들어버린 것 아닐까요?

4위. 앙드레와 아비게일(파이널 파이트)

▲ '파이널 파이트' 악역이 둘 다 어엿한 '스트리트 파이터' 출전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스트리트 파이터’를 대표하는 두 거구 ‘휴고 앙드레’와 ‘아비게일’도 본래 색깔놀이였습니다. 둘 다 횡스크롤 액션게임 ‘파이널 파이트’ 악역 집단 ‘매드 기어’ 출신인데 ‘아비게일’은 그래도 스테이지 보스인 반면 ‘앙드레’는 그냥 졸개였어요. 이런 게임 해보면 적들 사이에 덩치 큰 녀석이 한 둘씩 꼭 끼잖아요. ‘파이널 파이트’에서 ‘앙드레’가 바로 그런 역할입니다.

그리고 이 ‘앙드레’의 머리 모양만 좀 바꿔놓은 보스가 ‘아비게일’이었던 거죠. 그런데 ‘앙드레’가 먼저 ‘휴고’란 이름을 얻어 ‘스트리트 파이터 3’에 데뷔하고 최근 ‘아비게일’까지 ‘스트리트 파이터 5’ 신규 캐릭터로 등장해 저마다 존재감을 뽐내게 됐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콘셉트가 너무 겹치다 보니 앞으로도 동시 출전은 쉽지 않아 보이네요.

3위. 류와 켄(스트리트 파이터)

▲ 수련바보 '류'도 염색하고 신발 신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대전격투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두 주역 ‘류’와 ‘켄’도 몰개성적인 시절이 있었어요. 시리즈가 아직 흥행하기 전인 ‘스트리트 파이터 1’에선 이들도 색깔놀이 캐릭터에 불과했습니다. 이때 ‘류’는 하얀 도복에 붉은 머리로 나오는데 이걸 노랗게 염색시킨 게 ‘켄’이었죠. 마치 동양인 주인공이 하나 있으니 서양인도 하나 넣어주자는 수준의 발상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류’가 우직한 상남자고 ‘켄’은 호쾌한 장발 미청년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1편 일러스트를 보면 다 도긴개긴 못생겼어요. 얼굴만 이런 게 아니라 성능과 기술까지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그야말로 1P, 2P를 나누기 위한 캐릭터 구분이었던 셈인데, 후속작에서는 같은 스승 밑에서 배워서 실력이 비슷하다는 설정으로 때워버리더군요.

2위. 마리오와 루이지(슈퍼 마리오)

▲ 색깔놀이로 탄생해 30년 넘게 2인자 자리를 지킨 '루이지'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게임계 영원한 2인자로 꼽히는 ‘루이지’, 그는 태생부터 형을 넘어설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81년작 ‘동키콩’이 대성공을 거두며 등장인물 ‘마리오’로 게임을 만들게 되자, 2P로 붙여주려 급조한 존재거든요. 얼마나 대충 만들었는지 이름부터가 ‘마리오’랑 유사(るいじ, 루이지)하다는 뜻입니다. 옷이 초록색 이란 것 외엔 하물며 성우까지 뭐 하나 다른 게 없어요.

다행히 ‘슈퍼 마리오’ 시리즈가 승승장구하며 나름 둘째 주인공인 ‘루이지’도 수혜를 입게 됩니다. 배불뚝이 ‘마리오’와 차별화를 위해 비교적 마른 체형으로 바뀌었고 온화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란 설정도 붙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의상을 벗어버릴 수 없기에 ‘마리오’의 덤이라는 이미지는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1위. 스콜피온 등 닌자 7인(모탈 컴뱃)

▲ 저 중 몇명은 닌자가 아님에도 저렇게 복사, 붙여넣기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모탈 컴뱃’을 빼놓고 색깔놀이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 80~90년대 게임에서 색깔놀이가 워낙 빈번하긴 했지만 이 작품은 격이 다릅니다. 초기 캐릭터가 열 명인데 이 가운데 셋을 똑 같은 복면 닌자로 채우는 패기를 보여줬죠. 심지어 2편에서 개선되기는커녕 두 명을 추가했어요. 끝으로 3편에서 한 명 더 나오고서야 닌자 늘리기도 끝이 났습니다.

무슨 크레파스도 아니고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보라, 검정, 남색까지 다 모였네요. 왜 닌자는 여섯인데 일곱 색깔이냐면 한 명이 오류로 늘어났거든요. 1편에서 녹색 닌자 ‘렙타일’이 가끔 버그로 붉게 나올 때가 있었는데 개발진이 이걸 ‘히든 콘텐츠’라고 되도 않는 변명을 하더니만, 훗날 정말로 추가해버렸습니다. 물론 지금은 일곱 명 전부 고유한 디자인이 주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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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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