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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원인 포괄임금제, 게임사들이 잘못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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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마블, 불공정 갑질-열정페이가 무너뜨린 청년의 삶' 토론회 현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게임업계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면 ‘포괄임금제’는 빠지지 않고 꼭 나온다. 회사가 직원과 협의해 '이 정도 야간 혹은 연장근무를 한다고 가정해서 결정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포괄임금제다. 문제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일해도 월급은 똑같은 상황이 나오고 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점은 대부분의 게임사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포괄임금제에 대해 게임업계가 잘 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혁신팀 곽철홍 사무관은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린 '넷마블, 불공정 갑질-열정페이가 무너뜨린 청년의 삶' 토론회 현장에서 '포괄임금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곽철홍 사무관은 "포괄임금제라고 하면 아무리 긴 시간 동안 일을 해도 수당을 안 줘도 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라도 근무시간이 1주일에 60시간이 넘으면 그 이상의 시간에 대해서는 추가 수당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 고용노동부 곽철홍 사무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와 함께 곽 사무관은 게임업계는 전반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라 꼬집었다. 그는 "게임업계 자체가 초기에는 대학교에서 동아리를 하거나, 아는 사람이 모여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오래 일해도 야근이라기보다 같이 모여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살았던 사람들이다"라며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넷마블 같은 대기업은 어느 정도 인식이 있지만 중소 업체는 근로기준법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본래 포괄임금제는 근무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이 대상이다. 포괄임금제는 엄격하게 운영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편의를 위해서, 혹은 일을 좀 더 많이 시키기 위해서 무분별하게 사용된 측면은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0년 대법원 판례에는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함에도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포괄임금제는 무효라고 판시한 결과가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포괄임금제 개선 준비에 돌입한다. 곽 사무관은 “우선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지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내년에는 이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포괄임금제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도 이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제로 인해 장시간 야근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삶의 질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김요한 노무사는 포괄임금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서 지도도 하고, 연구용역도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좀 한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19대, 20대 국회에서 무수한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다시 연구용역을 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했다.


▲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김요한 노무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어서 그는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규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한다. 법정근로시간은 1주일에 40시간이고, 이후 직원과 합의해 12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 법의 입법 취지는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벌어라’가 아니다. 사용자에게 인건비 부담을 주어 최대한 야근시키지 말고 법정근무시간을 지키라는 것이다”라며 “그런데 포괄임금제는 사용자가 이러한 입법 취지를 의식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몇 시간을 일해도 임금은 똑같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의식이 마비된다”라고 말했다.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게임사는 물론 업계 종사자들의 노무지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진퇴사를 강요 받거나, 권고사직으로 이야기해놓고 자진퇴사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게임업계 근로계약서에는 연봉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지 말라는 조건이 있다. 즉, 옆에 앉은 사람의 연봉이 얼마인지 모르는 것이다. 이 부분은 사실 노동권 침해다. 근로조건에 대한 이야기는 자유롭게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노동자는 제약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국내 주요 게임사는 다수의 스튜디오를 자회사나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구조에서 자회사가 아닌 모회사에 법적으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울 수 있는가도 화제로 떠올랐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원장은 “넷마블의 경우 회사는 분리되어 있지만 업무상 지휘감독이나 일정 조율, 인사, 총무 등을 넷마블게임즈가 주도하고 있다. 묵시적 근로계약이나 불법파견의 경우 좀 더 조사가 필요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노동관계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공동사업주로서 연대책임을 구성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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