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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행] 33년 만에 완성된 나치 세계정복, '울펜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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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년 만에 2차 세계대전 포로 탈출극에서 나치 로봇 부수는 게임으로 변모한 '울펜슈타인'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사진편집: 게임메카)

가장 오래된 게임 세계관을 논할 때 꼭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울펜슈타인'이다. 2차 세계대전 중 포로로 잡힌 미군이 나치로 가득 찬 고성에서 탈출한다는 내용의 '울펜슈타인'은 1981년 처음 발매된 이래, 2017년에 이르기까지 36년이라는 세월 동안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왔다.

그렇다면 '울펜슈타인' 세계관은 어떨까? 이렇게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 시리즈다 보니, 당연히 세계관도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을 거라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묘하다. 이 게임은 장장 33년이라는 세월 동안 통일된 세계관 없이 여러 개발사들에 의해 제작되어왔다. 그렇기에 똑같이 '울펜슈타인'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들 사이에도 역사, 캐릭터, 분위기 등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름만 공유할 뿐 아예 다른 세계관인 것 같은 작품도 몇 있을 정도다.

과연 '울펜슈타인' 세계관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그리고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개발사를 거친 것일까? 이번 주에는 가장 오래된 게임 시리즈 중 하나인 '울펜슈타인'이 33년 동안 세계관을 완성하지 못했던 기구한 사연에 대해 알아본다.

시리즈 시초는 잠입 게임이었다, '캐슬 울펜슈타인'


▲ 시리즈 첫 작품인 '캐슬 울펜슈타인'은 FPS가 아닌 3인칭 잠입 게임이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오늘날 '울펜슈타인'은 FPS 장르의 선구자이자 가장 오래된 게임 프랜차이즈 중에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사실 시리즈의 시작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울펜슈타'인 모습과는 크게 달랐고, 상표권을 두고 여러 풍파가 있었다.

최초의 '울펜슈타인'은 FPS가 아닌 3인칭 잠입 탈출 게임이었다. 1981년에 발매된 뮤즈 소프트웨어 제작 '캐슬 울펜슈타인'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붙잡힌 어느 미군이 탈옥해 기밀문서를 훔치고 본대로 귀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캐슬 울펜슈타인'은 탑다운 시점으로 캐릭터를 움직여서 보초를 암살하고, 시체를 숨기고, 적 군복을 입어 위장하는 등, 후대의 잠입 게임들에서 애용되는 여러 요소를 최초로 도입한 선구적 작품이었다.


▲ '비욘드 캐슬 울펜슈타인'은 그래픽 면으로는 별 진보가 없었지만, 게임성에서는 큰 변화를 이루어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캐슬 울펜슈타인'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재미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1984년에는 후속작 '비욘드 캐슬 울펜슈타인'이 발매됐다. 이 작품은 전작보다 어드벤처 성향이 훨씬 강화된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어는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해서 베를린에 위치한 비밀 벙커 내부 회의실에 폭탄을 갖다 놔야 하며,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위치한 수많은 검문소를 뇌물, 암살, 암구호 등의 방법으로 넘어야 했다. 무기도 단검과 권총 등 은밀함을 중시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울펜슈타인' 시리즈를 발족시킨 뮤즈 소프트웨어는 1980년대 미국 가정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장 침체와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고, 결국 1985년 파산하고 1987년 문을 닫았다. '캐슬 울펜슈타인'이라는 상표에 대한 권리는 채권자에게 넘어갔고, 갱신이 되지 않아 1990년 취소됐다. 이후 '울펜슈타인'이라는 이름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채 남아있었다.


▲ 1990년 취소된 '캐슬 울펜슈타인' 상표권 (사진출처: 미국 특허·상표청)

이 때 재빨리 '울펜슈타인'의 상표권을 이어받은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훗날 둠 시리즈로 명성을 떨친 이드 소프트웨어였다. 이드 소프트웨어 공동 창립자이자 핵심 기획자였던 존 로메로는 '캐슬 울펜슈타인'의 팬이었고, 이 게임을 3D 게임으로 다시 만들길 원했다. 이드 소프트웨어는 1993년 '울펜슈타인 3D' 상표권을 등록해 은근슬쩍 '울펜슈타인'에 대한 권리를 획득했다. 여담으로 '울펜슈타인 3D' 배급사였던 폼젠도 이 때 덩달아 '울펜슈타인' 상표권을 등록했지만, 얼마 후 이드 소프트웨어를 위해 권리를 포기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울펜슈타인'은 이드 소프트웨어의 품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태어날 수 있었다. '울펜슈타인 3D' 개발진이었던 존 카맥은 빠르고 자극적인 3D 슈팅을 위해 원작에 있던 잠입, 은신, 변장 등 복잡한 요소는 전부 제거했다. 또한 판타지에 푹 빠진 존 로메로는 뜬금 없이 좀비 병사나 나치 초인 병사 같은 공상적인 요소를 대거 추가했다. 사실 이 이미 원작과 별 상관 없는 작품이 됐지만, 어쨌든 이들은 '울펜슈타인'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20대 초반 혈기왕성한 괴짜 개발자들에게 마개조 당한 '울펜슈타인 3D'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사실상 새로운 게임으로 다시 태어났다.

개그와 엽기로 점철된 '울펜슈타인 3D'


▲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변모한 '울펜슈타인 3D'의 표지 일러스트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원작 '캐슬 울펜슈타인'과 '비욘드 캐슬 울펜슈타인'은 나름대로 사실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울펜슈타인 3D'를 제작하는 이드 소프트웨어 개발진은 판타지와 SF에 심취한 젊은이들이었고, '울펜슈타인'을 자신들의 유머 취향에 맞게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1992년 발매된 '울펜슈타인 3D'는 원작과 달리 1인칭 총 쏘기 게임이었다. 초반 줄거리는 나치에 의해 고성에 갇힌 미군 포로가 탈옥한다는 내용 그대로였지만, 이 게임에서는 탈출이 목표였던 원작과 달리 성 안 모든 나치를 제거하고 히틀러까지 찾아가 없애야 했다.


▲ 3인칭 잠입 게임이 아닌 FPS로 변한 '울펜슈타인 3D'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적들도 크게 변모했다. 원작은 기껏해야 보초병, SS 친위대, 경비견 정도가 적의 전부였다. 그러나 '울펜슈타인 3D'에서는 전위적 취향으로 희화화된 적이 추가됐다. 뜬금 없이 나치 뮤턴트 좀비가 나오는가 하면, 보스는 외골격 강화복과 기관포로 무장한 초인과 메카-히틀러 등 황당한 모습이었다.

이드 소프트웨어는 이름 없는 미군 포로였던 주인공에도 엽기적인 설정을 붙여주었다. 주인공인 블라즈코비츠는 연합군의 인간흉기로, 단신으로 적진을 뚫고 들어가 나치 비밀 프로젝트 문서를 탈취하는 임무를 맡았다. 블라즈코비츠도 원작처럼 적에게 생포되어 울펜슈타인 성 지하감옥에 갇히지만 그 이후 행보는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주인공은 쉽사리 간수를 쓰러뜨린 후 탈출하고, 도망치는 길에 아예 겸사겸사 나치 고위 간부들과 히틀러를 찾아가 모두 처치해버리기까지 한다.


▲ '울펜슈타인 3D'에 등장한 메카-히틀러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적들의 이름도 웃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보스 중 하나인 페트게지히트 장군(General Fettgesicht)은 독일어로 '살찐 얼굴 장군'이며, 거구의 초인병사인 트랜스 그로스(Trans Grösse)는 영어 Trans(넘어서다)와 독일어 Grösse(키)를 문법에 어긋나게 합성한 이름이다. 대사도 알고 보면 엽기적인 비속어가 많아서, 이드 소프트웨어가 낸 공식 가이드 서적에는 "독일어로 된 일부 대사는 그저 농담일 뿐이다"라고 명시해놓기까지 했다.

원작의 진지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황당하다. 그런데 이드 소프트웨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울펜슈타인 분위기를 한 번 더 산으로 보내버린다. 확장팩인 '울펜슈타인 3D: 스피어 오브 데스티니'는 줄거리상 '울펜슈타인 3D'에 앞선 이야기로, 여기서 히틀러는 오컬트의 힘을 얻기 위해 예수 옆구리를 찔렀다는 전설이 있는 '운명의 창'을 손에 넣는다. 블라즈코비츠는 창을 되찾기 위해 유령, 죽음의 기사, 악마 등과 싸우고, 종국에는 직접 지옥에 가 결전을 벌인다.




▲ '울펜슈타인 3D: 스피어 오브 데스티니' 표지 일러스트 (상), 보스로 등장한 데빌 인카네이트 (하)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처럼 '울펜슈타인 3D'는 대놓고 엽기적인 분위기의 게임이었다. 제작진은 짜임새 있는 줄거리 보다는 입체감을 살린 빠른 속도감의 전투를 더욱 중시했다. 그렇기에 실제로 게임 속에 반영된 설정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나치가 어떻게 시대를 앞선 최첨단 무기와 초자연적 힘 등을 지니고 있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큰 고민 없이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죄다 집어넣은 셈이었다. 실제로 2014년 존 카맥은 트위터에서 "솔직히 당시에는 공식 배경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어쨌거나 당시로는 획기적인 그래픽과 화끈한 전투 덕분에 '울펜슈타인 3D'는 큰 인기를 얻었다.다만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드 소프트웨어는 울펜슈타인 시리즈를 계속 발매하지는 않았다. 주요 기획자였던 톰 홀이 사내 불화로 퇴사한 문제도 있었고, 이드 소프트웨어가 1993년 이후 신규 프랜차이즈인 둠 시리즈 개발에만 집중하며 '울펜슈타인'에 소홀해지기도 했었던 것이다. 그렇게 '울펜슈타인'은 다시 한 번 프랜차이즈가 동결되어버리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과거에 이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캐슬 울펜슈타인'을 하면서 자라 '울펜슈타인 3D'를 만들었던 것처럼, '울펜슈타인 3D'를 하며 자란 세대의 개발자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또 다른 '울펜슈타인'을 만들었다. 바로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었다.

이드 소프트웨어가 방치한 울펜슈타인 세계관, 다른 회사들이 완성했다


▲ 아예 진지하게 오컬트 FPS로 가닥을 잡은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울펜슈타인 3D'로부터 9년 만인 2001년에 나온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은 이드 소프트웨어가 아닌 그레이 매터 인터랙티브에서 제작했다. 이드 소프트웨어는 판권 제공 및 자문을 맡았는데, 그래서인지 이 게임은 분위기상 전작과 큰 차이가 있었다. 전작은 줄거리나 설정 면은 거의 신경 쓰지 않았던 반면,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은 전작 소재들을 그대로 등장시키면서도 나름대로 진지한 분위기의 이야기를 써냈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이야기는 전작에도 등장한 오컬트 소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나치는 2차 세계대전 중 입수한 오컬트 유물들을 바탕으로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1세를 부활시킬 계획을 세운다. 이 게임에서 하인리히는 사실 마술사 왕으로, 마술을 사용해 죽은 자를 되살리고 시체로 괴물을 만든 악당이었던 것으로 묘사된다. 나치는 이러한 하인리히를 고대 이집트에서 구해온 유물로 부활시켜 장군으로 삼고자 한다.


▲ 결국 나치에 의해 부활한 언데드 하인리히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게임에서 주인공 블라즈코비츠는 하인리히가 봉인된 고성 울펜슈타인으로 잠입해 나치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끝내 나치는 전세계에서 모은 유물을 사용해 하인리히를 부활시키고, 블라즈코비츠는 되살아난 하인리히와 언데드 전사들까지 상대하여 끝내 고대 언데드 마술사 왕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은 전작에서 아무렇게나 던진 좀비, 유령, 악마 등 소재를 엮어 '헬보이' 분위기의 그럭저럭 괜찮은 줄거리를 만들어냈다. 진지한 캐릭터와 정합성 있는 줄거리를 갖춘 세계관은 사실상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을 시작으로 정립된 셈이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은 게임적으로도 메타크리틱 88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게임 개발자의 선택 수상 후보로 지명되는 등 좋은 게임으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이드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둠과 퀘이크 개발에만 집중했다. '울펜슈타인' 시리즈는 2009년 모바일게임 '울펜슈타인 RPG' 하나만 내놓았을 뿐이다. 이후로도 '울펜슈타인'의 명맥은 상표권 소유자 이드 소프트웨어가 아닌 다른 기업들이 이어갔다.


▲ 이차원의 힘을 이용하고자 하는 나치에 맞서는 내용의 2009년 '울펜슈타인'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2009년에 출시된 시리즈 다음 작품 '울펜슈타인'은 액티비전 자회사인 레이븐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작품이었다. 이 게임은 메타크리틱 74점이라는 그저 그런 점수에, 상업적으로도 발매 첫 달에 10만 장도 간신히 팔았을 정도로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울펜슈타인'은 세계관상으로 꽤 중요한 설정을 여럿 추가했다. 이후로도 계속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캐롤라인 베커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가 이 때 등장해 정체성을 확립했고, 지구를 둘러싼 다른 차원들의 존재가 설정됐다.

이처럼 세계관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던 '울펜슈타인' 시리즈는 여러 개발사의 손을 거치며 조금씩 설정을 덧붙여갔다. 블라즈코비츠의 숙적인 나치 장군 빌헬름 '데쓰헤드' 슈트라세, 실존 반 나치 단체를 바탕으로 한 동맹 조직 크라이사우 서클 등의 설정은 모두 이 시기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러나 정작 이드 소프트웨어는 '둠 3', '레이지' 등의 다른 타이틀을 개발하느라 바빠 자체적으로 '울펜슈타인' 세계관을 정리하는 데는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았다. 그 탓에 이 시기 발매된 '울펜슈타인'은 작품마다 조금씩 설정이 어긋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울펜슈타인 3D', '리턴 투 캐슬 울텐슈타인', '울펜슈타인'에 등장하는 블라즈코비치는 모두 외모와 체격이 다르다. 전반적인 세계관 틀은 공유했지만 설정이 완전히 통일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 '울펜슈타인 3D'의 블라즈코비츠 (좌),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블라즈코비츠 (중), '울펜슈타인'의 블라즈코비츠 (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사진편집: 게임메카)

누더기 같던 울펜슈타인 세계관, 베데스다가 정립하다


▲ 깔끔하고 섬뜩한 이미지로 세계관을 재정립한 '울펜슈타인: 뉴 오더' (사진출처: 베데스다 공식 홈페이지)

2009년 '울펜슈타인'이 출시되고 얼마 안 있어 이드 소프트웨어는 베데스다의 모기업 제니맥스에 인수됐다. 이로 인해 이드 소프트웨어가 지니고 있던 '울펜슈타인' 상표권도 함께 제니맥스에게로 넘어갔는데, 마침 베데스다는 '울펜슈타인' IP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고 적극적인 세계관 관리에 나섰다.

제니맥스 자회사 머신게임즈가 개발하고 베데스다가 유통한 '울펜슈타인: 뉴 오더'는 울펜슈타인 세계관을 제대로 확립하겠다는 베데스다의 의지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2014년 발매된 이 게임은 '울펜슈타인 3D', '울펜슈타인 3D: 스피어 오브 데스티니',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울펜슈타인'의 설정을 집대성한 세계관을 완성시켰다. 블라즈코비츠가 히틀러를 제거했다거나, 언데드로 부활한 하인리히를 파괴했다는 내용 등 너무 막 나간다 싶은 일부 설정만이 배제됐다.


▲ 신비한 분위기의 다트 이슈드 기술 보관소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울펜슈타인: 뉴 오더'가 정립한 설정은 이러하다. 유대인 신비주의자 집단 다트 이슈드는 순수한 이성과 지식을 통해 신과 합일하고자 하는 사상을 갖고 있다. 다트 이슈드는 오직 자신들의 앎을 증진시키기 위해 실용성 없는 과학을 오랜 세월 동안 개발시켜왔고, 그 결과 오래 전부터 당대의 정상과학을 훨씬 앞지르는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이들이 지닌 초자연적인 통찰은 아마도 전작인 '울펜슈타인'에 등장한 이차원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다트 이슈드는 중세에 이미 레이저 기술과 유전자 조작 기술을 비롯한 최첨단 기술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 황제 오토 1세가 이들의 유전 기술을 잘못 활용해서 괴물을 만들어내는 등 다트 이슈드 과학이 오용돼 재앙을 초래한 일은 늘 있어왔다. 이들의 발명품을 이해 못한 사람은 과학을 기적이나 마술로 여겼고, 시간이 흐르며 다트 이슈드 기술은 많은 전설과 괴담을 낳았다. 심지어 일부 다트 이슈드 단원은 마법사로 여겨지기도 했다. 자신들의 발명품이 어떤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 자각한 다트 이슈드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발명품이 타인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 덕분에 매우 오랜 세월 동안 다트 이슈드는 세상에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은 채 숨어 지낼 수 있었다.


▲ '울펜슈타인: 올드 블러드'에 등장한 다트 이슈트 기술로 만들어진 언데드 괴물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과학자이자 장군 슈트라세가 우연히 이집트와 터키에 있던 다트 이슈드의 비밀금고를 발견하며 문제가 시작됐다. 슈트라세는 다트 이슈드 발명품을 부분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세상에 없던 막강한 병기들을 개발해 나치를 무장시킨다. 전작에 나온 생체개조 좀비 뮤턴트, 외골격 강화복, 인공지능 로봇 등은 모두 이러한 배경 속에 만들어진 발명품이라는 설정이다.

나치는 다트 이슈드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한 병기로 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유리하게 끌어간다. 이들은 1940년대에 이미 거대로봇과 레이저 병기를 운용하여 연합군을 압도하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좌절시키며, 미국에 먼저 핵무기를 사용해 항복을 받아내기까지 한다. 게임은 이처럼 나치 독일이 압도적인 기술로 전세계를 정복한 다음 시점을 무대로 한다. 시기상으로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과 '울펜슈타인'의 다음 시점이다.


▲ 다트 이슈드 기술을 얻은 나치는 이미 달까지 정복했다 (사진출처: '울펜슈타인'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주인공 블라즈코비츠는 이미 전작에서 여러 번 나치를 막았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전세를 뒤집을 수 없었던 것으로 묘사된다. 이에 '울펜슈타인: 뉴 오더' 도입부에서 블라즈코비츠는 연합군 정예부대와 함께 슈트라세 박사를 제거하기 위해 투입된다. 하지만 이들은 슈트라세 박사 연구실에서 역으로 생포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고, 블라즈코비츠를 비롯한 소수 인원만 간신히 탈출해 살아남는다. 다만 블라즈코비츠는 탈출 과정에서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다.

식물인간이 된 블라즈코비츠는 운 좋게 폴란드 사람들에게 발견돼 병원에 14년을 보낸다. 이후 기적적으로 회복된 그는 이미 세상이 나치에게 정복된 지 한참이 흘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 시기의 나치는 달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금성 궤도에 우주 정거장을 띄우고 테라포밍 중이며, 전작 '울펜슈타인'에서 실패한 이차원 진출계획까지 진행 중이다. 게임은 블라즈코비츠가 이처럼 열세인 상황 속에서 나치와 슈트라세 장군을 상대로 분노의 복수극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울펜슈타인: 뉴 오더'는 이처럼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나치가 지배하는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주었다. 더 이상 울펜슈타인이라는 고성은 나오지 않지만, 최첨단 기술과 오컬트로 무장한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우는 고독한 인간백정의 싸움이라는 주제는 확실히 살린 셈이다.


▲ 더 많은 나치를 잡을 수 있는 세계관이 된 '울펜슈타인' (사진출처: '울펜슈타인: 뉴 콜로서스' 공식 홈페이지)

오랜 세월 많은 개발사가 설정 덧붙여 완성된 '울펜슈타인' 세계관

뮤즈 소프트웨어가 만든 '캐슬 울펜슈타인'은 사실적 잠입 게임이었다. 여기에 이드 소프트웨어가 뛰어들어 전위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낸 '울펜슈타인 3D'로 인해 시리즈는 판타지 SF FPS로 급격한 장르 전환을 이루었다. 이후 여러 개발사의 참여로 조금씩 설정을 덧붙였고, 마침내 베데스다에게 상표권이 넘어간 후에야 통합된 세계관을 갖추었다. 따지고 보면 첫 작품 이후 33년이 지나고서야, 여러 개발사의 손을 거친 끝에 간신히 세계관이 완성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 '울펜슈타인' 세계관은 정비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울펜슈타인 3D'에 나온 황당한 설정 중 계속 등장할 예정이라고 언급된 게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울펜슈타인 3D: 스피어 오브 데스티니'의 중심소재였던 운명의 창은 '울펜슈타인 RPG'와 '울펜슈타인'에서도 재차 언급되는 등, 세계관의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 그런가 하면 머신게임즈에서는 아예 "메카 히틀러가 나올 때 이 시리즈는 끝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베데스다와 머신게임즈는 전작에 등장했던 소재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재등장시킬 예정인 듯하다. 그러니 시리즈의 팬이라면, 다음 작품에는 어떤 황당한 옛 설정이 개정되어 나올지 기대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다.


▲ '울펜슈타인'에 등장했던 나치 오컬트 부대와 이차원이 재등장하는 '울펜슈타인: 뉴 콜로서스' DLC (사진출처: 베데스다 공식 홈페이지)
이새벽
게임메카 취재팀 기자 이새벽입니다. 게임 배경에 깔린 스토리와 설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잠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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