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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행] 황금알 '데드 스페이스' 배는 누가 갈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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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된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 '데드 스페이스' (사진출처: EA 공식 블로그)

최근 EA 비서럴 스튜디오 폐쇄 결정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물론 EA가 실적이 부진한 스튜디오를 정리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비서럴은 명성 높은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요람으로, 이 스튜디오 폐쇄는 곧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동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데드 스페이스'는 우주공간에서 공포스럽고 불가사의한 사건을 다룬 TPS로, 슈팅게임으로는 흔치 않게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를 끝까지 훌륭히 연출해 게이머와 매체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2009년 EA는 이러한 인기를 의식해 '데드 스페이스'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확장시켜 차세대 IP로 삼겠다는 공언까지 했을 정도였다. 실제로도 이 시리즈는 SF 공포물 장르의 특성을 충실히 살린 세계관으로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방면의 미디어믹스를 이루어냈다.

그렇다면 이처럼 대단한 흥행작이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개발사가 왜 돌연 폐쇄된 걸까? 그 이유는 사실 비서럴이 아닌 EA에 있던 것으로 보인다. EA는 흥행가도를 달리던 '데드 스페이스'에 너무 큰 기대를 품었고, 개발 방향을 바꾸면서까지 한계를 뛰어넘은 흥행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일부 비서럴 퇴직자들은 바로 그러한 요구가 황금알을 낳고 있던 '데드 스페이스' 프랜차이즈 배를 갈라버리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EA가 과욕으로 '데드 스페이스'를 죽였다고 말이다.

영화 원작 게임 만들던 레드우드 쇼어, SF 공포 게임을 만들다


▲ EA 레드우드 쇼어는 '007' 등 주로 영화 IP 게임만 제작해왔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데드 스페이스'는 태생부터 SF 공포영화에 강한 영향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다. 우선 제작사부터 영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데다, 개발 과정에서도 영화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할 수밖에 없던 사정까지 있던 탓이다.

EA 산하 레드우드 쇼어 스튜디오는 '반지의 제왕', '제임스 본드 007', '대부' 등 영화 IP를 이용한 게임을 만들어온 회사였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게임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만든 게임은 늘 영화의 인기에 기댔을 뿐, 작품성은 메타크리틱 60점 대에 간신히 걸치는 수준이었다.

영화 IP를 사용한 범작만 찍어내는 세월이 이어지자 스튜디오 내부에는 불만이 쌓여갔다. EA에서 시키는 대로 영화 IP 게임들만 만들 뿐, 자기 이름을 걸고 진지하게 창작한 작품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불만을 느낀 것은 당시 스튜디오 책임자였던 글렌 스코필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의욕 없는 개발에 회의를 느낀 스코필드는 스튜디오 내부적으로 작품성 있는 SF 공포게임을 만들자는 뜻을 모았다. SF 공포는 레드우드 쇼어가 이전에 도전해본 적 없었고, 대중적이지도 않은 장르였다. 외부에서 봤을 때 레드우드 쇼어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SF 공포물은 제작진 모두가 좋아하는 장르였으므로, 스코필드를 비롯한 레드우드 쇼어는 자신들의 이름을 건 새로운 작품으로 공포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 '데드 스페이스'에 영향을 준 두 공포게임, '시스템 쇼크'와 '바이오하자드'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레드우드 쇼어의 야심 찬 도전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처음에는 '시스템 쇼크 3'를 개발할 생각을 했다가 EA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고, 이후 '바이오하자드 4'가 출시되면서 충격을 받은 개발진이 제작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 탓에 EA도 레드우드 쇼어의 새로운 시도를 그리 달갑지 않았다. 실제로 GDC 2009 강연에서 '데드 스페이스' 프로듀서 척 비버는 "처음에 EA는 3개월 개발비만 제공했었다"며 힘들었던 개발 과정을 회고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레드우드 쇼어는 최대한 서둘러 작품을 완성해야 했다. 기본 기획은 고립된 우주 공간에서 시체가 변이된 괴물들에게 쫓긴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일일이 쓸 시간은 없었고, 개발진은 어쩔 수 없이 SF 공포영화에 있던 요소들을 따와 바탕으로 삼아야 했다.

이렇듯 '데드 스페이스'는 영화 IP를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에서, SF 공포영화 요소를 따와 개발됐다. 태생부터 공포물의 속성을 띄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데드 스페이스'는 EA 불신과 냉대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공포물이라는 특징으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루어냈다.

고전 공포 영화 참고해 완성도 높인 '데드 스페이스'


▲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데드 스페이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2008년에 출시된 '데드 스페이스'는 공포라는 근본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영웅 주인공의 호쾌한 싸움이 아닌, 겁에 질린 일반인의 절박하고 광기 어린 발악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데드 스페이스' 기본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래 인류는 극심한 자원부족에 처한다. 그러나 위기의 시대에 광속운행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게 됐고, 행성을 파괴해 자원을 채취하는 플래닛 크랙 공법으로 다시 한 번 번영을 누리게 된다. 주인공 아이작 클락의 연인 니콜 브레넌은 플래닛 크랙 채굴선 이시무라 호의 의무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시무라 호가 보낸 구조 요청이 도착하고, 이에 채굴 기업이 아이작 클락을 포함한 구조 팀을 보내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 행성을 쪼개 자원을 채취하는 거대 우주선, 이시무라 호 (사진출처: '데드 스페이스' 공식 블로그)

하지만 사실 이시무라 호 내부는 끔찍하게 뒤틀린 괴물들에 의해 살육의 도가니로 변한 후였다. 이 괴물들은 사실 이미 죽은 승무원들의 시체가 되살아나 변이한 것으로, 사지를 잘라 움직임을 멈출 수 있을 뿐 죽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또한 이시무라 호에 진입한 구조 팀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환각과 망상에 사로잡히며 미치기 시작한다. 이러한 고난 속에서 아이작 클락은 니콜을 찾아 이시무라 호를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아이작 클락은 끔찍한 공포와 광기에 시달리면서도 공업용 장비를 사용해 괴물들을 처치하며 가까스로 문제의 근원을 알아낸다. 문제는 바로 이시무라 호가 극비리에 운송 중이던 외계유물 복제품 레드 마커로, 여기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사람들을 미치게 하고 시체를 괴물로 되살리는 것이었다. 정리하면 아이작 클락이 애인 니콜 브레넌을 찾는 한편, 원인이 되는 레드 마커를 파괴해야 하는 것이 전체 이야기다.

▲ 게임에서 아이작은 네크로모프가 된 니콜의 환상을 보는 등 극심한 정신착란에 시달린다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이처럼 차가운 우주공간에 홀로 있는 불안, 미지에 대한 공포, 기괴한 외계생물 등 다양한 SF 공포영화의 요소를 따와 집대성한 '데드 스페이스'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2008년 한 해만 총 100만 장 이상 팔린 것은 물론, 메타크리틱 86점이라는 높은 평가 점수까지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공은 참신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겠다는 야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 반대로, 척 비버는 '어떻게 우리는 신규 공포물 IP를 만들었나'라는 강연에서 이미 대중성이 검증된 소재들을 바탕으로 한 덕분에 단기간에 안정성이 높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명 영화의 흔적은 네크로모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인간이 끔찍하게 뒤틀리고 변이한 괴물인 네크로모프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재료가 된 인간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생김새를 유심히 보면 얼굴, 이빨, 머리카락 등 인간일 때 신체 일부가 알아볼 수 있게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식 화보집 '아트 오브 데드 스페이스'에 따르면 제작진은 '불쾌한 골짜기' 효과를 노리고 이러한 디자인을 택했다고 한다. 단순히 정체불명의 괴물이 아니라, 몸을 빼앗긴 인간이라는 특징을 살린 것이다.

하지만 이 공포스러운 네크로모프 설정은 사실 '데드 스페이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 창조해낸 것은 아니다. '아트 오브 데드 스페이스'는 인체가 찢기고 뒤섞인 네크로모프 디자인이 1982년에 개봉한 유명 SF공포영화 '더 씽'에서 따왔음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인간과 곤충이 불쾌하게 혼합된 모습은 1979년 영화인 '에일리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199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 '데드 스페이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데드 스페이스'의 네크로모프 원화 (사진출처: '데드 스페이스' 공식 블로그)

그런가 하면 레드 마커에 의해 겪는 정체불명의 광기 디멘시아 효과도 영화에서 따왔다. 1961년 SF소설 '솔라리스'와 1997년 SF공포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은 우주에 인간을 미치게 하는 미지의 힘이 존재한다는 공상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두 영화에서 주인공 일행은 우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 노출되고, 자신의 가장 어두운 상상과 기억이 실체화되어 나타나는 공포스러운 환영에 시달린다. 결말에서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던 힘을 차단해내지만, 그 후로도 정신적 트라우마는 영원히 남아 주인공을 병적인 상태로 몰고 간다.

디멘시아 효과는 이 두 작품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설정이다. 디멘시아 효과 또한 인간 기억을 바탕으로 공포와 광기를 불러 일으키는 실체 없는 힘이며, 그렇기에 물리적으로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점도 같다. 제작진은 '아트 오브 데드 스페이스'에서 디멘시아 효과에 노출된 인간이 점점 미치는 모습의 연출은 위의 두 영화에서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했다. 특히 아이작 클락이 결말에서 약물로 자살한 애인의 환영 때문에 절망에 빠지는 것은 '솔라리스'와 많은 점에서 비슷하게 묘사된다.

이렇듯 초기 '데드 스페이스'는 SF 공포물이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분명히 했고, 같은 장르의 고전에서 다양한 모티프와 아이디어를 적절히 차용해왔다. 이러한 차용을 통해 '데드 스페이스'는 게임 중에서는 흔치 않게 정통 SF 공포물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즉, '데드 스페이스'는 공포물이라는 장르로 성공한 셈이었다.

과한 기대 품은 EA, 황금알 낳던 '데드 스페이스' 배를 가르다


▲ '데드 스페이스' 성공에 힘 입어 제작된 미디어믹스 상품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데드 스페이스'가 생각보다 큰 성공을 거두자 EA는 '데드 스페이스'를 아예 주요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키우기로 했다. 그에 따라 레드우드 쇼어 스튜디오는 보다 규모가 큰 비서럴 스튜디오로 재구성됐고, 다양한 '데드 스페이스' 만화와 소설이 제작됐다.

'데드 스페이스 2'는 이러한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2011년에 출시됐다. '데드 스페이스 2'에서 주인공 아이작 클락은 간신히 살아남아 구조됐지만, 이번에는 정부에 의해 실험대상이 되고 만다. 사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레드 마커와 네크로모프의 존재를 알고 실험해왔다. 또한 레드 마커와 정신적으로 접촉한 그를 통해 모종의 정보를 얻어내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장기간 약물 투여로 아이작 클락의 정신을 헤집어놓았다.

그가 갇힌 실험실에서 발생한 모종의 사고는 이번에도 '데드 스페이스 2' 무대인 도시 스프로울을 지옥으로 만든다. 실험체 네크로모프가 탈주해 학살을 벌이고, 그 시체가 또 다른 네크로모프가 되어 일어나며 도시 전체가 통제불능에 빠진 것이다. 이 와중에 아이작 클락은 다시 한 번 애인 니콜 브레넌이 나타나는 환각과 광기에 시달린다.

전작이 물리적 실체를 지닌 네크로모프를 중시한 반면, '데드 스페이스 2'는 실체가 없는 적 디멘시아 효과를 부각시켰다. 게임 내내 주인공은 내면의 광기에 시달리고, 최종 전투는 의식을 붕괴시키고 미치게 만드는 레드 마커의 목소리와 정신적 전투를 치르는 식으로 진행된다. 전작과 궤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공포라는 주제를 여전히 중요하게 다루었던 셈이다.


▲ 내면의 광기에 대한 공포를 다룬 '데드 스페이스 2' (사진출처: '데드 스페이스 2' 공식 홈페이지)

그 외에도 게임적으로 여러 면에서 진보된 '데드 스페이스 2'는 전작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프랜차이즈 가치를 한층 높이는 데 성공했다. EA 발표에 따르면 '데드 스페이스 2'는 출시 한 주 만에 200만 장이 판매됐다. 메타크리틱 또한 전보다 높아진 87점을 기록했다.

'데드 스페이스'가 두 번이나 큰 흥행을 기록하자 EA는 이 프랜차이즈를 보다 대중적인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는 본질적으로 공포물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공포물은 그 특성상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수반될 수밖에 없으므로, 취향을 크게 타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데드 스페이스'가 공포물 장르의 한계를 넘어 보다 넓은 층에 어필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공포를 줄이는 것 말이다.

실제로 EA 사장 프랭크 지보는 2012년 인터뷰를 통해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어떻게 해야 더 넓은 층에 통하는 프랜차이즈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데드 스페이스 같은 IP는 500만은 넘는 팬이 있어야 계속 투자할 수 있다"며, "그보다 적으면 마케팅 비용과 제작 비용이 너무 커서 계속 투자하기 힘들다" 전했다. 이러한 지보의 이야기로 볼 때, EA는 내부적으로 '데드 스페이스 3' 개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 본격 전사로 거듭난 '데드 스페이스 3' 주인공들 (사진출처: EA 공식 블로그)


▲ 네크로모프 외에도 다양한 인간들과 총격전을 벌이게 됐다 (사진출처: EA 공식 블로그)

2013년 발매된 '데드 스페이스 3'는 공포 요소를 줄여서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기리라는 EA 기대가 반영된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미스터리와 공포로 점철되어있던 전작 분위기를 크게 탈피, 외계유적 탐험과 서사시적인 대규모 전투를 다루었다. 또한 존 카버라는 특수부대 출신인 제2의 주인공을 등장해 총질을 하고 다니는가 하면, 아예 최종 전투에서는 아이작 클락과 존 카버 단 두 사람이 달 크기의 초거대 네크로모프를 시원하게 박살내버린다.

물론 '데드 스페이스 3'은 전작에 비해 아이템 개조, 전투 등 게임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개선된 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이었던 '공포'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더 이상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기괴한 불사의 적도, 사실 같은 환각으로 광기를 유발하던 디멘시아 효과도 없어진 것이다. 공포를 거세 당한 '데드 스페이스 3'는 그저 흔한 TPS 총 싸움 게임일 뿐이었다. '데드 스페이스 3'은 메타크리틱에서 전작들보다 낮은 78점을 기록했다.


▲ 달 크기 초거대 네크로모프도 '데드 스페이스 3'에서는 그저 타도의 대상일 뿐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결국 공포게임에서 공포를 뺀 '데드 스페이스 3'는 상업적으로 부진한 결과를 거두었다. 구체적인 수익은 알 수 없으나, EA CFO 블레이크 요르겐센은 이 게임의 판매량이 "우리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2017년 10월 EA는 비서럴 스튜디오를 폐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데드 스페이스' 주요 제작진이자 비서럴 부사장이었던 스티브 파포우트시스는 해고됐고, 그 외의 인원들은 다른 스튜디오로 보내지는 구조조정을 받았다.

이를 두고 '데드 스페이스' 개발에 직접 관여했던 인물은 대부분 '데드 스페이스'가 끝났다고 보는 듯하다. '데드 스페이스' 제작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벤 워넷은 프랜차이즈가 끝나버린 이유는 과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게임매체 피씨게이머 인터뷰에서 "데드 스페이스 3은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을 스스로 무너뜨린 꼴이었다고 생각해요. 더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팔기 위해서 무리했어요. 공포물이 대중적으로 어필하기는 무척 힘든데 말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직까지도 EA는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데드 스페이스 2' 때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진행되던 미디어믹스 및 외전 개발은 모두 중단됐다. 게다가 사실상 개발진도 모두 흩어진 지금, 이 프랜차이즈가 다시 한 번 살아날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장래가 촉망되던 세계관, 언젠가 완성된 모습 볼 수 있을까?


▲ 마지막 작품 '데드 스페이스 3: 어웨이큰드'는 확실한 결말 없이 모호하게 끝났다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데드 스페이스'는 게임으로는 흔치 않게 SF공포물이라는 장르로 성공해 프랜차이즈를 성장시켰다. 많은 게이머가 '시스템 쇼크' 이후 오랜만에 제대로 된 SF 공포게임이 나왔다고 흥분했고, 매체들 또한 '데드 스페이스' 특유의 집중된 내러티브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장래가 촉망되던 프랜차이즈는 너무나도 어이 없게, 정상에 선 상태에서 기약 없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이에 많은 팬들이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부 개발자는 EA를 떠나 다른 회사에 들어간 이후에도 아직 '데드 스페이스'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 듯하다. 벤 워넷은 '데드 스페이스' IP는 EA 소유라고 하면서도, 언젠가 꼭 비슷한 SF 공포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 외에도 글렌 스코필드, 아트 디렉터 이안 밀햄 등 여러 개발진이 워넷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아직도 자신들이 보여주지 못한 섬뜩한 이야기가 한참 남아있다는 것이다.

과연 '데드 스페이스'는 비서럴 폐쇄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언젠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혹은 옛 개발진들이 모여 못다한 이야기를 엮은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줄까? 근시일 내에는 힘들 듯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데드 스페이스' 어두운 이야기가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
이새벽
게임메카 취재팀 기자 이새벽입니다. 게임 배경에 깔린 스토리와 설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잠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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