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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지스타 찾은 정치인들, 어떤 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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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사회각계의 게임에 대한 관심도 점차로 커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국내 최대 게임행사 지스타에 수많은 정치인들이 매번 방문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정치인들이 지스타에 찾아와 게임산업진흥에 대한 국회적, 국가적 지원을 약속하고도 그 말을 실행에 옮긴 적은 드물었다.

과연 2017년까지 지스타를 찾은 주요 정치인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은 왜 지스타를 찾았고, 어떤 말을 하고 돌아간 걸까? ‘지스타 2017’을 맞아 지금까지 지스타를 방문한 주요 정치인들의 면면을 정리해보았다. 지금까지 그들이 지스타에서 한 발언과 그 이후의 행보를 짚어보자.


▲ '지스타 2017'에서 지스타를 완성하는 퍼포먼스를 보인 서병수 부산시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우선 지스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정치인이 바로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사실 서병수 시장은 과거 인터넷게임 사업자에게 강제로 연간 매출액의 1%를 징수하는 소위 ‘손인춘 법’을 공동으로 발의했던 전적이 있다. 당초에 이는 순이익이 아닌 총 매출을 기준으로 산출한 징수로 주장됐다. 즉, 적자를 보고 있는 기업도 매출이 나왔다면 징수를 당해야만 했던 것이다. 비록 입법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이 법안은 아직도 대표적인 ‘게임업계 돈 짜내기’ 법안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손인춘 법’을 공동 발의했던 서병수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2014년 부산시장으로 당선되며 갑작스럽게 태도가 돌변했다. 시장으로 당선된 해 서병수 시장은 지스타에 참가해 “게임 발전 저해하는 어떠한 규제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또한 2016년 서 시장은 "지스타를 부산에서 계속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며, 과거 행보에 대해서는 “동료 의원이 부탁해서 이름을 올린 것일 뿐, 게임산업을 저해할 의지는 없었다”고 입을 씻었다.

그렇다면 서 시장은 왜 갑자기 게임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으로 돌변한 것일까? 그 이유는 게임과 지스타가 갖는 수익성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의원 시절에는 게임개발사들에게 거액을 징수하는 법안을 내놓았다가, 지스타 개최지의 시장이 되자마자 태도를 바꿔 "게임을 전략 산업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지원해나갈 것"이라는 말로 태도를 바꾸었다. 게임이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 숙고하기보다는, 게임을 자기 눈 앞의 이익에 이용하기 위해 말을 바꾼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지스타 2015'에 참석한 신의진 전 의원 (좌) (사진출처: 신의진 공식 페이스북) 

이처럼 국회에서는 게임을 노골적으로 중독물이라고 주장하다 지스타에 와서 갑자기 입장을 바꾼 정치인은 비단 서병수 부산시장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의원 신분으로 지스타에 방문했던 신의진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제19대 국회의원이었던 신의진은 2013년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발의한 장본인이다. 즉,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한 것이 그다. 그는 이 법안을 통해 뿐 아니라 게임의 생산, 유통, 판매를 국가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신 전 의원은 악명 높은 ‘손인춘 법’을 공동 발의한 의원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봐도 신 전 의원이 얼마나 게임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신 전 의원은 위의 법안들을 비롯한 여러 문제로 큰 반발이 맞았다. 이로 인해 재선 가능성에 큰 위험이 닥치자, 그는 20대 총선을 5개월 남짓 앞둔 2015년 11월 지스타를 깜짝 방문했다. 여기서 그는 돌연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게임을 엄마로서 시각에서 벗어나 사업적 측면에서 좋은 시각을 갖게 도와준 여러분께 감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상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제는 다르다’며 개심을 전한 셈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이기 때문에 게임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는 황당한 발언에는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결국 그는 지스타 이후 다시 입장을 바꿔, 키즈맘 등 매체에서 ‘인터넷 게임을 너무 하면 사이보그가 된다’거나, ‘아이가 엄마보다 컴퓨터와 상호작용을 많이 하면 뇌 구조가 달라진다’는 등, 게임에 대한 모호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신의진은 결국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에게 공천을 받지 못했다.


▲ '지스타 2013' 전날 느닷없이 축사를 보내온 정홍원 전 국무총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직접 지스타에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지스타와 함께 열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식에 영상 축사를 보낸 정홍원 전 국무총리도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 정 총리는 신의진 전 의원이 발의한 ‘4대 중독법’에 반대하지 말라고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고, 실제로 2013년 6월 “가정폭력의 주된 원인인 4대 중독을 조기발견 및 치료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바 있다. 이로 인해 정 총리는 언론과 대중에 큰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같은 해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에서 “게임산업은 수출역군이며 창조경제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듬 해인 2014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게임산업은 한류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수출산업이자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새로운 희망"이라며,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개선과 해외 시장 진출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 게임산업 성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게임 규제 개선 및 진흥정책은 거의 없었다.


▲ '지스타 2012'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부스를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역대 대통령 당선자 중 최초로 지스타를 방문한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던 2012년 11월, 박 전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지스타를 찾아 ‘게임기업 채용박람회’를 둘러보고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지원정책을 필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행보는 그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디지털콘텐츠 진흥정책과도 부합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 외에도 박 전 대통령은 지스타 여러 부스들을 둘러보고 게임 시연도 해보며 스스로 친 게임 성향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취한 조치는 없었다. 반대로 박근혜 행정부 시기에는 ‘4대 중독법’에 국무총리실과 야당이 함께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기업이 해외이전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4년 의원 시절 지스타를 방문한 바 있다. 다만, 깜짝 방문 식으로 이루어진 당시 방문을 제외하면 지스타를 공식적으로 방문해 게임산업에 대한 이렇다 할 입장을 전한 적은 없다.


▲ 의원 시절 '지스타 2014'에 참석해 방문객들과 사진촬영을 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당선 초기 문재인 대통령은 게임 개발자 아들을 언급하며 게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재까지 문재인 행정부는 게임산업 진흥과 규제완화에 대해 이렇다 할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으나, 이제 취임 반 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니 지켜 볼 단계다.


▲ 친 게임적 행보를 이어온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지스타 2015' 참가 모습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반면 전병헌 전 정무수석도 의원 시절 게임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온 바 있다. 2015년에는 지스타를 방문해 "매년 게임 관련 책임지가 바뀌는 까닭에 정책 지속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정책 전문부서를 만들어 거시적이고 지속적이면서도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발언해 유의미한 변화를 촉구했다. 그 외에도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가 지스타에 참가해 업계 성장을 이끌어주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전 전 정무수석의 친 게임적 성향의 의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e스포츠협회 회장을 지내며, 협회를 매개로 롯데홈쇼핑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혐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전 전 정무수석 보좌관 윤모 씨는 당시 e스포츠협회 법인 카드로 1억원 가량을 유용하고, 비서실 직원 월급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검찰에 의해 확인됐다. 검찰은 이와 같은 사실을 전 전 정무수석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하고 소환할 방침이다. 

이처럼 지스타는 지금까지 게임 규제법안을 발의했다가 역풍을 맞은 정치인들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찾는 자리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이들이 지스타를 찾아 꺼낸 입에 발린 소리 중 실제로 의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거의 없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다만, 최근에는 실제로 게임에 관심이 있고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의원도 일부 보인다.


▲ '지스타 2017'에서 게임 시연 중인 김병관 의원 (좌), 조승래 의원 (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다. 실제로 NHN 한게임과 웹젠 등 게임업계를 거친 김 의원은 제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 중이다. 대한민국 게임 포럼, 사드 사태와 게임에 대한 전문가 긴급 국회 간담회, 게임 과몰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국제 심포지엄을 비롯, 지스타에도 참가해 게임의 순기능과 문화적 가치를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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