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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게임 속 4차원 ‘한국’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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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을 두 달여 앞두고 세계의 이목이 국내로 쏠리고 있다. 곧 바다건너 수많은 외국인이 방한할 텐데, 과연 그들이 기대하는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전국민이 삼시세끼 김치만 먹고 생활체육으로 양궁을 수련하며 거리에선 말춤을 추고 앉았다 하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부 인식을 파악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들의 창작물을 살펴보는 것이다. 가령 2013년작 영화 ‘월드워Z’에서는 한국이 무슨 산간오지 농경국가로 묘사되지만 이듬해 개봉한 ‘어벤져스 2’에서는 반대로 선진국다운 면모를 뽐낸다. 그렇다면 각종 해외 게임에서는 한국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을지 직접 살펴봤다.

5위. 디센트 3

‘디센트’는 비행기를 조종해 3차원 공간을 탐험하는 이색적인 FPS다. 국내도 90년대에 동서게임채널이 유통해 2030 게이머라면 한번쯤 즐겨봤을 텐데, 전방위로 덮쳐오는 적들과 미로 같은 구성 때문에 머리털 빠지게 고전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는 스토리를 전혀 몰랐는데 실제로도 별 건 없더라. 그냥 PTMC라는 다국적 회사를 위해 로봇들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그런데 1, 2편은 계속 우주 어느 행성에서 싸우던 게임이 갑자기 3편에서 지구, 그것도 뜬금없이 서울을 무대로 삼았다. 실은 모든 사건의 흑막은 PTMC였고 그들의 본사가 바로 서울에 있다는 놀라운 전개다. 다만 게임 배경으로 채택하면서 현장 답사는 고사하고 사진도 한 장 안 봤는지, 고증이 엉망인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다.

워낙 옛날 게임이니 투박한 도심 풍경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간판이 제정신이 아니다. 편견이 한껏 느껴지는 ‘행복한 개음식’도 보이고 ‘중고꽃’ 가게도 있다. 꽃도 중고로 팔다니 역시 검소한 나라다. 벽에는 대충 구글링했을 법한 중국인 변검 그림이 붙어있는데 PTMC 본사는 누가 봐도 마개조된 숭례문이고. 이 와중에 대표 이름은 또 왜 ‘스즈키’란 말인가.


▲ 행복한 개음식… 설마 멍멍 짓는 그 개인가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 일본인이 대표인 회사가 숭례문을 마개조해 사옥으로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4위.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

‘세인츠로우’로 잘 알려진 볼리션의 신작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은 근 미래 서울에서 펼쳐지는 특수부대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그간 북미 갱스터 게임을 만들던 개발사가 갑자기 웬 한국인가 싶지만, 그전부터 ‘세인츠로우’ 주역 캐릭터 중 하나가 한국인이었으니 관심은 있었던 모양. 이 ‘쟈니 겟’은 서울시 경찰이란 설정으로 이번 작에도 나온다.

어쨌든 우리나라가 나온다니 반갑긴 한데, 문제는 딱히 이게 서울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국적인 색채가 전무하다. 대부분은 현대적인 빌딩뿐이고 그 사이에 기와집이 있긴 하지만 이게 진짜 궁궐인지 콘셉트 잡은 이자까야인지 헷갈린다. 연꽃이나 석등 조형물도 크기와 위치가 완전 제멋대로고. 벚꽃은 또 왜이리 많이 심어가지고 여기가 도쿄인지 서울인지 참.

개발사도 이렇게만 해놓긴 민망했는지 가로등마냥 길가 틈틈이 태극기를 세워놓았다. 마치 “여긴 한국이에요, 아셨죠?”라고 주장하듯이. 덕분에 언제든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만 켜면 광복절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소소한 장점이 있다. 반면 게임성에서는 평가가 많이 떨어지다 보니 서울 하나 보고 무작정 구입한 국내 게이머들만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 간판만 빼면 도대체 왜 여기가 한국인지 알 수 없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언제부터 서울에 이렇게 벗꽃이 만발했던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3위. 더 시크릿 월드

‘더 시크릿 월드’는 성전기사단, 일루미나티 등 온갖 음모론을 집대성한 MMORPG다. 게이머는 신앙을 중심으로 체계와 규율을 강조하는 템플러, 고등한 지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일루미나티, 동양적인 신비를 다루는 드래곤 가운데 한 비밀조직에 몸담고 뒷세계의 패권을 다투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중 드래곤의 근거지가 서울이라는 것.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거대 비밀조직이 서울에 있다니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당시 개발자 인터뷰를 보면 개인적으로 한국을 굉장히 좋아하며 수 차례 여행했다고. 그래서인지 고증이 꽤 봐줄만한데 간판도 그럴싸하고 기와집의 무늬나 형태도 한옥이 분명하다. PC방 간판에 ‘카오스’라고 적혀있는데, 이게 타사 게임 제목인지는 몰랐나 보다.

다만 드래곤 자체가 동양적인 향취가 너무 강하다 보니 서울도 그러한 방향으로 편중되게 그려졌다. 건물 각각의 고증은 나쁘지 않은데 이건 기와집이 많아도 너무 많다. 서울의 미래적인 마천루를 모조리 허물고 그 자리에 한옥마을이 빼곡히 들어선 격이다. 서울에선 한옥에 살기가 아파트 구하기보다 힘든데, 게임에선 서민 살림이 꽤나 넉넉한 모양이다.


▲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카오스 온라인' 깨알 홍보해주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아무래도 드래곤의 본거지는 북촌한옥마을인걸로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2위.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

‘아랑전설’이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길티기어’ 등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대전격투게임은 자연히 한국 스테이지도 하나쯤 추가되기 마련. 이런 장르의 스테이지는 그저 배경일 뿐이므로 전반적으로 고증이 썩 나쁘지 않다. 그냥 풍경 사진 하나 골라서 그대로 그려 넣으면 되니까. 그런데 여기서 괜히 창작열을 불태우다 보면 그때부터는 고증이 산으로 간다.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는 신규 캐릭터 ‘한주리’를 통해 천편일률적인 태권도 사범의 전형을 비틀어 큰 호평을 받았다. 여기까진 좋은데 ‘한주리’와 함께 한국 스테이지까지 과감히 바꿔버릴 줄이야. 도시와 고궁이 도로 하나 사이로 면해있는 것은 서울의 특색이라 쳐도 궁궐 둘레로 포장마차가 잔뜩 늘어서 김치를 파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마도 무언가 축제를 표현하고 싶었나 본데 당최 무슨 날인지 알 수가 없다. 고궁은 물론 도시에까지 ‘농자천하지대본(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 적힌 거대한 깃발이 펄럭이는데 이건 뭐 추수감사절이라도 지내는 모양. 엑스트라 노부부의 복장도 한복이 아닌 중국 전통복식이다. 중국에서 그걸 입고 관광 왔다면 할 말은 없지만.


▲ 우리나라도 추수감사절 하나, 이게 다 무슨 깃발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이와중에 한국에서 제일 맛있는 반찬이라며 김치 판매 중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1위.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가까운 미래, 강화 슈트로 무장한 민간군사기업를 소재로 한 FPS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전체적인 이야기는 북미에서 진행되지만 그전에 잠시 주인공이 파병 가는 지역으로 서울의 강남 일대가 등장한다. 이 파병 경위가 북한이 우리나라를 침략해서 막아주러 간다는 내용이라 국내 게이머라면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차피 초반에 한번 쓰이고 끝인 스테이지임에도 공들인 티가 역력한데, 코엑스로 보이는 건물과 주위 도로 등이 실제와 유사하게 배치됐다. 간판도 굴림체로 도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폰트와 효과를 주어 그럴싸하게 꾸몄고 써있는 글도 ‘고인돌 돌판구이’만 빼고 그럭저럭 괜찮다. 답사 와서 술만 마셨는지 술집 고증이 유달리 좋은 게 포인트.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간판과 실제 가게 디자인의 매치가 안 된다는 것. 가령 ‘화담 전통찻집’이란 곳은 전통 차를 판다면서 내부는 영락없는 중국집이다. 카페라면서 유흥업소 같은 가게도 있고 학원인데 밥집 같기도 하다. 간판 고증은 아주 훌륭해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보지 않으면 무슨 의미인가. 하지만 밥집 같은 학원이라니 기자는 개인적으로 찬성이다.


▲ 북한이 무슨 재주로 전면전을 걸어왔는지는 일단 넘어가고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와서 술집만 답사했는지 모든 가게가 술집처럼 생겼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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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FPS
제작사
슬래지해머게임즈
게임소개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는 FPS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신작이자 '콜 오브 듀티: 고스트'의 뒤를 잇는 작품이다. 2054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삼은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에는 이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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