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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소문난 ‘VR’에 먹을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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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들리던 얘기가 있다. 2017년이야말로 국내 VR 업계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다. 실제로 작년 초 AI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으로 VR이 지목되면서 수천억 원 규모의 정부와 민간 지원사업이 출범했고, 그에 따라 VR 관련 시장이 움트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PS VR 등이 속속 발매됨에 따라 본격적인 산업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유치되고,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잔치만 요란했지 막상 먹을 거리는 별로 없었다. ‘VR 원년’이라는 단어에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국내 유저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까지 비싸고, 거추장스럽고, 즐길 콘텐츠도 부족한 미래 기술에 그쳐 있다. 그렇다면 2018년에는 국내 VR 산업이 비상할 수 있을까?

2018년 VR은 과연 비상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 지피엠)
▲ 2018년 VR은 과연 비상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 지피엠)

알맹이 없는 ‘VR붐’ 지적… 내년에는 달라질까

2015년 말, 정부는 VR 활성화를 내걸고 수천억 원의 예산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러자 올해 들어 VR을 테마로 한 수많은 행사와 세미나가 우후죽순으로 열렸다. 주최자는 국내외 투자기업부터 게임사, 지자체, 정부부처까지 제각각이었고, 행사 내용 역시 박람회부터 강연, 설명회, 경연 등 다양했다. 실제로 작년 3월부터 6월까지 4달 동안 국내에서 열린 VR 행사만 ‘VR 엑스포’, ‘르호봇 VR day of TECHRIDER’, ‘스트라다월드와이드 MRA 2017’, ‘GDF 2017’, ‘미래부 VR AR 그랜드 챌린지’, ‘서울VR스타트업’ ‘2017 부산 VR 페스티벌’, ‘국립부산과학관 VR 어드벤처’, ‘로보유니버스 & VR Summit’ 등 10여 개에 달한다.

이러한 활기는 VR 산업에 쏠리는 각계각층의 기대를 대변한다. 실제로 이 중에는 내실있게 꾸며진 유익한 행사도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VR 붐에 기댄 ‘투자 유치용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얼핏 각종 행사와 투자 등으로 활기를 띄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제한된 파이를 나눠먹기 위한 그들만의 잔치라는 것이다.

정부의 'VR 육성정책'에 힘입어 올해에만 수많은 행사가 열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정부의 'VR 육성정책'에 힘입어 올해에만 수많은 행사가 열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제로 올해 중순까지 국내 VR 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한 HMD나 플랫폼보다는, B2B 미들웨어나 주변기기, 어트렉션 체험 시설 등 틈새시장에서 각축을 벌여 왔다. 이러한 2차 산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VR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현재 국내 VR 업계는 해외 대형업체들이 주도하는 트렌드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 중 성과를 낸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와이제이엠게임즈는 VR 엑셀레이팅 및 퍼블리싱으로 플랫폼을 조성하는 한편 오프라인 VR카페 사업에도 진출하며 활발한 활동 중이다. 대형 VR 테마파크 ‘몬스터 VR’을 오픈한 GPM,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소속 중소 콘텐츠 제작사 50여개가 모여 설립한 공동 VR 테마파크 브랜드 '판타 VR' 등도 VR 문화 보급에 활발히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VR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VR을 테마로 한 e스포츠 경기도 12월 첫 발을 내딛는 등 2018년 국내 VR 산업 활성화를 기대케 한다.

와이제이엠게임즈는 '서울 VR 스타트업' 등 다양한 VR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와이제이엠게임즈는 '서울 VR 스타트업' 등 다양한 VR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오프라인 VR 체험장과 2세대 VR 기기 속속 등장, 콘텐츠는 여전히 문제

‘VR 원년’을 열려면 자연스레 VR 보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1세대 VR 기기는 비싼 가격,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착용감, 어려운 초기 설정 등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사실상 외면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PS4라는 콘솔의 힘을 빌어 가장 많이 팔린 하이엔드급 HMD PS VR조차 전세계 판매량이 200만 대에 그칠 정도다.

이에, 해외에서는 이러한 불편을 감소시킨 2세대 VR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페이스북 ‘오큘러스VR’로, PC와 연결이 불필요한 독립형 저가 VR ‘오큘러스 GO’, 하이엔드급 무선 독립형 기기인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를 각각 발표했다. HTC의 완전 무선 독립형 HMD '바이브 포커스'가 그 뒤를 이었고, MS의 ‘윈도우 MR' 플랫폼도 외부 센서 없이 전면 카메라로 장소를 인식하는 장점으로 2세대 VR로 각광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개인이 마련하기 부담스러운 VR 기기의 공백을 채워주는 오프라인 VR 체험장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도심형 VR 테마파크와 체인형 VR 카페의 빠른 확산이다. VR 테마파크의 경우 지난 8월 문을 연 ‘몬스터 VR’ 송도점을 필두로 동대문 ‘판타 VR’ 등 점차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VR 카페 역시 단순 체험방 수준을 넘어 자체 콘텐츠 플랫폼을 갖춘 프랜차이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8년에는 VR 체험장 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될 전망이다. 만약 2018년 국내 VR 붐이 시작된다면 보급률이 낮은 가정보다는 이러한 체험장을 필두로 퍼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월 송도에 오픈한 VR 테마파크 '몬스터VR' (사진: 게임메카 촬영)
▲ 8월 송도에 오픈한 VR 테마파크 '몬스터VR'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VR 콘텐츠들이 아직까지 단순 체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올 한 해 ‘오버턴’이나 ‘모탈블리츠’ 등 평가가 좋은 국산 VR 게임들이 몇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VR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해외에서도 ‘스카이림’이나 ‘폴아웃’ 등 유명 게임 기반의 VR 콘텐츠가 선보여졌지만, 기대 이하라는 혹평만 받았다.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PC방과 PC게임 붐을 일으키고, '위닝일레븐'이 플스방과 콘솔게임업계를 견인했듯 VR을 견인하는 콘텐츠가 절실한 시점이다.

불행하게도, 내년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VR 게임 최초의 AAA급 타이틀이라 부르는 ‘에코 컴뱃’이나 ‘마블 파워즈 유나이티드 VR’,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VR 신작 등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긴 하지만, 시장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최소한 일반인들 입에까지 오르내릴 만한 게임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오프라인 인프라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VR 원년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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