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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던 한국게임학회, 올해부터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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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개발자와 게이머 중 국내 게임 전문 교수진들이 모인 '게임학회'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단 '학회'라는 타이틀 자체가 대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는가도 흐릿하기 때문이다. 대중에 어필하기에 그간 '한국게임학회'의 인상이 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한국게임학회가 달라진다. 새로운 학회장으로 취임한 위정현 교수를 중심으로 업계, 정부, 심지어 게이머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한다. 여러 활동을 통해 각계에 가까이 접근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9대 학회장을 맡은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은 1월 26일에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간략하게 밝혔다. 위 학회장은 "한국게임학회 성격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게임 전문가 집단이라는 점, 또 하나는 업계 이해 관계자가 아니라는 점이다"라며 "이러한 특징을 중심으로 기존 학회와 다른 방향을 세 가지 정도 이야기하려 한다. 이와 함께 중요한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가장 집중할 사안은 WHO '게임 중독 코드' 대응

위 학회장이 밝힌 계획은 크게 정부, 업계, 사회 이슈 세 가지다. 정부에 대해, 업계에 대해, 사회 이슈에 대해 각각 가시적인 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진행하는 게임 정책을 평가하겠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규제든, 진흥이든 정부가 진행하는 게임 정책이 잘 운용되고 있는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위정현 학회장은 "규제의 경우 일방적인 여론에 휘둘렸던 측면이 있기에 학회가 이를 평가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겠다"라며 "진흥 역시 각 부처가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그래서 학회 내에 정부 정책을 분석하는 전담 FT를 설치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위정현 학회장이 효율이 없다고 판단하는 진흥 정책은 무엇일까? 위 학회장은 "가장 심각한 것은 글로벌 사업이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글로벌 사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다양한 공략과 현지화 정보에 정부 사업과 20개 이상의 베이스캠프를 두고 글로벌 진출 기업을 키워내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중국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국내에 유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웠다"라고 언급했다.

위 학회장이 지적한 또 다른 부분은 게임사들이 제출한 프로젝트에 정부 예산을 지원해주는 '제작 지원 사업'이다. 그는 "현재의 제작 지원 사업은 그냥 돈 나눠주는 정도에 그친다. 여기에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서 기업들이 차라리 지원을 안 받겠다고 할 정도다. 게임사 선정, 집행, 결과 평가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고,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시장에 생존한 케이스도 없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방향은 업계에 대한 것이다. 학회가 주목하고 있는 점은 양극화다. 위 학회장은 "가능하다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업계 내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계약 등과 같은 양극화 이슈에 대해 알리고, 서로 협력하는 장을 마련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위정현 학회장이 가장 큰 문제로 삼은 점은 불공정 계약이다. 그는 "계약서에 들어간 내용과 다른 요구를 하는 이면계약을 하는 등 개발사와 퍼블리셔, 각 계열사 및 자체 스튜디오 등에 대한 불공정 계약 케이스가 있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불공정 계약은 공정위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사안이다. 그만큼 공정위 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이 있기에 게임업계에 대해서도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 사회적 이슈에는 위정현 학회장이 임기 2년 동안 반드시 해결하고 가겠다는 과제가 있다. WHO가 최근 지정한 '게임 중독 코드' 이슈다. 그는 "게임 중독 코드가 통과되면 셧다운제나 4대중독법 논란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과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게임은 중독자를 양산하는 도구로 비칠 것이고, 게임사 경영진과 개발자들에게 엄청난 대미지를 입힐 것이다. 여기에 건강한 청소년에 '중독자' 이미지를 붙여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현안이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위정현 학회장은 WHO의 '게임 중독 코드' 방침이 구체화되는 올해 5월 전에 이에 대응하는 범 산학연대를 구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학계, 시민단체, 게임산업협회, 모바일게임협회 등 협단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커다란 전선을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라며 "5월에 WHO 방침이 정해지고 보건복지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미 늦기 때문에 그 전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생태계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소비자 이슈도 검토할 계획이라 밝혔다. 대표적인 이슈는 최근 국내를 넘어 서양에서도 논란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랜덤박스'다. 위정현 학회장은 "랜덤박스는 매우 예민한 이슈이고 그것이 가지는 장점과 문제점을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 학회 내에 규제에 관련된 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인데 이 문제 역시 위원회를 중심으로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셧다운제와 같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명된 게임 규제 철폐, 게임사 사회공헌 활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TF 구성 등이 활동 계획으로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업계 초기 창업자 4인에게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지목 대상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엔엑스씨 김정주 회장,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 NHN엔터테인먼트 이준호 회장이다. 위 학회장은 "게임산업이 콘텐츠산업 수출 반 이상 차지하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라며 "게임사 중요 창업자 4인에게 원탁회의를 제안한다. 2004년에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출범할 당시에는 게임이 청소년 중독 이슈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타이밍이었다. 이에 업계에서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20여 개 사 창업자가 모여서 협회 창립을 결의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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