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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랑고에는 울티마·마비노기에서 즐겼던 '하우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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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랑고' 공식 홍보 영상 (영상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공식 유튜브 채널)
※ [앱셔틀]은 새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모바일게임을 바로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5일, 6년이라는 긴 개발기간 끝에 드디어 '듀랑고'가 출시됐다. 출시 여파는 대단했다. 워낙 오랜 세월 동안 기대 받아온 게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서비스 첫 날부터 서버는 먹통이 됐고, 아직도 서버 과부하로 인한 간헐적 접속 불량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듀랑고'가 서비스를 시작한지도 벌써 5일째인데 아직 이게 어떤 게임인지도 잘 파악 못한 게이머가 많다. 전부터 '장화도 끓여 먹을 수 있는' 자유도 높은 시스템, 복잡한 생태계 등 흥미로운 이야기는 많았지만, 그래서 뭐 하는 게임인가에 대한 답은 아직 다소 불분명하게 남아있는 셈이다.

과연 '듀랑고'의 핵심 콘텐츠는 무엇일까? 정말 6년을 기다린 만큼 재미있을까? 한 번 확인해보자.

생존 게임 아닌 '하우징' 게임


▲ 기본 콘텐츠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가꾸는 '하우징'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초기에 게이머들 사이에 퍼진 '듀랑고'의 주요 키워드는 '생존'이었다. 그러나 사실 2017년 E3에서 이은석 개발자가 직접 공언했듯, 의외로 '듀랑고'의 핵심적인 재미는 '생존'에 있지 않다. 정말 중요한 부분은 바로 '하우징(Housing)'에 있다.

'듀랑고'는 기본적으로 개척을 소재로 삼는다.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정글 섬들로 이루어진 세계에 떨어진 보통 사람이다. 열차 승무원, 학생, 주부 같은 사람이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만 보면 생존이 굉장히 중요할 것처럼 짐작된다. 그러나 사실 이 게임에는 가혹한 생존 요소가 없다. 음식을 못 먹어서 굶어 죽거나, 옷을 못 입어 얼어 죽거나, 집이 없어 모래바람을 맞고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생존하기 위해 아둥바둥 애써야 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대신 '듀랑고'는 섬을 개척하고 집을 짓는 '하우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플레이어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뗏목과 열기구 등을 이용해서 탐험하고, 마음에 드는 땅을 찾으면 이를 사유지로 선포해서 자신만의 공간으로 삼을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사유지를 꾸미기 위한 재료를 모으고, 집과 가구를 만드는 등 플레이어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해나가게 된다.


▲ 나무냄비를 땔감 삼아 모닥불을 피우는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튜토리얼 과정을 끝내면 플레이어는 초보자의 섬 어딘가에 도착해 자기 사유지를 갖게 된다. 하지만 획득 직후 사유지는 텅 빈 벌판일 뿐이다. 그런데 제작 메뉴를 보면 모닥불, 천막, 아궁이 등 건축물이 보인다. 이 건축물들은 캠프를 그럴 듯한 모습으로 꾸며주는 것은 물론이요, 실제 유용한 기능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서 모닥불 근처에 있으면 젖은 옷이 말라 피로도 회복에 용이하고, 천막 안에 들어가 자면 부상이 회복된다.

그런데 뭔가 짓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불에 탐' 속성을 지닌 땔감 아이템이 필요하다. 이를 모으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불에 탈 만한 것'을 생각하고 찾아나서야 한다. 갈대를 뽑을 수도, 나무의 잎을 딸 수도, 짐승의 배설물을 모을 수도 있다. 일단 어떤 재료를 얻을지 판단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해당 재료가 있을 법한 장소로 이동해 직접 채취해야 한다. 갈대를 뽑기 위해서는 강가로 가야 하는 식이다.

이렇듯 '듀랑고'는 자신이 직접 야생을 탐사하고, 재료를 채취하고, 사유지로 돌아가 집을 가꾸는 '하우징'에 근간을 두고 있다. 게임의 나머지 부분을 구성하는 콘텐츠도 동기는 '하우징'이다. 예를 들어 사냥은 야생동물을 잡아 사체를 해체해 각종 재료를 얻거나, 동물을 생포해 가축으로 삼기 위해 행해진다. 사냥의 보상 또한 '하우징'으로 환원되는 셈이다. 커뮤니티 콘텐츠인 '부족'도 역할 분담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공용 토지를 꾸미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전투는 여타 MMORPG에 비해 중요도가 다소 떨어진다. 물론 각종 재료를 얻거나 가축으로 삼을 짐승을 포획할 때는 사냥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냥한 동물이 바로 돈이나 무기를 떨어뜨리지는 않으므로, 보다 강한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제작기술이 필수다. '무기 제작', 무기 재료와 공구를 만드는 '도구 제작', 사냥한 짐승의 사체를 해체하는 '도축' 등 여러 기술이 필요한데, 전투 기술만 찍어서는 이를 성장시킬 점수가 남지 않는다. 싸움만 할 수는 없는 셈이다.

만약 쉽고 빠른 전투 위주 게임을 원했다면 '듀랑고'는 취향에 조금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인기를 끌었던 '울티마 온라인'이나, 2000년대 초반 '마비노기', 혹은 '헤이븐 앤 허스' 및 '심즈' 같은 게임을 재미있게 했다면, 아마 '듀랑고'에서도 이러한 게임들에서 맛봤던 '하우징'의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자원 찾고 수집하는 '탐험'의 재미


▲ 뼈바늘을 만들기 위해 사냥한 공룡의 다리뼈를 적출 중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듀랑고'는 기본적으로 나만의 공간을 가꾸는 '하우징' 요소가 핵심 동기가 된다. 그러나 사유지를 가꾸고 꾸미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탐험에 나서야 한다. 사유지 울타리 안에서 모든 재료를 자급자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듀랑고'의 섬은 '안정 섬'과 '불안정 섬'으로 나뉜다. 이 중 '안정 섬'에는 상대적으로 자원이 적고 위험한 생물도 없으며, 시간이 지나도 지리적으로 고정되어있다. 그렇기에 사유지는 오직 '안정 섬'에서만 얻을 수 있다. 반면 '불안정 섬'은 며칠을 주기로 새로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탓에 사유지는 얻을 수 없지만, 대신 '불안정 섬'에는 각종 특이한 생물과 자원이 존재한다.

'불안정 섬'은 저마다 조금씩 식생이 다르다. 예를 들어 '온대 해역'에 위치한 섬 중에는 약재로 사용되는 들장미 덤불이 있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툰드라 해역'의 섬에는 '다이어울프'와 같은 털 많은 짐승들이 서식하므로, 이를 사냥해 털가죽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섬에 해당 식생에 속한 모든 동식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온대 해역' 섬에는 들장미 덤불이 있을 수 있지만, 또 다른 '온대 해역' 섬에는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 '온대 해역'의 '불안정 섬'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원하는 재료를 찾아 다양한 식생의 섬을 직접 탐사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 섬이나 함부로 가면 봉변 당하기 십상이다. 각 식생마다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열대 해역'은 자주 내리는 비로 옷이 젖는다. 또 '툰드라' 해역은 추위 때문에 피로가 잘 회복되지 않는다.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리 그에 맞는 준비를 해둬야 한다.

예를 들어서 비가 내리는 곳에서는 모닥불을 자주 설치해야 하고, 냉대기후에서는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플레이가 가능은 하지만, 피로도가 빠르게 올라 금방 활동할 수 없게 된다. 피로도가 지나치게 누적되면 사유지로 돌아가 일정시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따라서 한 번 출정으로 오래 탐사하고 싶다면, 피로도를 관리할 수 있을 만한 수단을 미리 강구해두어야 한다.

물론 자유도 높은 '듀랑고' 특성상, 특정 아이템을 찾아 여러 섬을 누비는 게 귀찮다면 주위에서 대충 찾을 수 있는 재료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흰색 염료를 만들 때 가장 우수한 재료는 진주다. 진주만으로 염료를 제작하면 가장 명도 높은 백색이 나온다. 그러나 진주를 찾지 못했다면 조개 껍질이나 부들로도 흰색 염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 재료들로 만든 염료는 진주에 비해 명도가 낮고 탁한 빛을 내지만, 진주를 구하기 힘들 시 차선책으로 택할 수 있다.


▲ 취향과 여건에 맞게 다양한 식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덕분에 '듀랑고'는 플레이 하는 사람에 따라 스스로 난이도를 조정해가며 플레이 할 수 있다. 꼭 완성도 높은 장비를 제작해야겠다면 각종 희귀한 재료들을 찾아 오지를 탐사해야 하지만, 조금 품질 떨어지는 것을 감수한다면 주위에서도 얼마든 간단한 재료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한 플레이가 가능한 셈이다.

'유저 커뮤니티' 콘텐츠, 재미는 있지만 살벌하다

앞에서 살핀 것처럼 '듀랑고'는 '하우징'과 '탐험'으로 대표되는, 밑바닥부터 자유로운 삶을 일구어나가는 게임이다. 여기에 한 가지 살필 부분이 더 있다. 바로 '유저 커뮤니티' 콘텐츠다. '듀랑고'는 여러 플레이어가 함께 하는 MMORPG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재미를 빼놓고 언급하기 힘들다.

'듀랑고' 유저 커뮤니티 콘텐츠는 확실히 재미있다. 높은 자유도가 보장되는 샌드박스 게임답게 플레이어간 활동도 무척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루면 역할을 나누어 함께 재산과 토지를 관리할 수 있고, 함께 모여 거대한 공룡을 사냥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부족'에 속하지 않은 플레이어라도 '섬 장터'를 이용해 각종 아이템을 사고 팔거나, 소규모 파티를 이루어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상당히 독특한 시스템도 있다. 바로 구조요청이다. '불안정 섬'이나 PvP 구역인 '무법 섬'에서 쓰러질 시 플레이어에게는 선택지가 제시된다. 다량의 아이템을 잃어버리고 안전장소에서 살아나거나, 다른 플레이어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다. 구조를 택할 시 플레이어는 보상을 걸고 자신을 구해달라고 해당 섬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공고를 띄우게 된다. 이를 본 이에 의해 구조 받으면, 보상으로 걸었던 아이템은 자동으로 구조자에게 넘어간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플레이어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쓰러진 플레이어가 보상을 걸고 구조를 요청하면, 일부 플레이어는 '다른 보상을 제시해보라'며 협상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몇몇 전투에 능한 플레이어들은 팀을 이루고 사설 긴급구조대를 꾸리기까지 했다. 위험한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구조 요청이 올라오자마자 빠르게 출동해서 누구보다 먼저 고객을 구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살벌한 장면이 나올 때도 있다. 게임상의 허점을 이용한 무단 토지 점거, 토지 매각 강요, 절도, 파괴행위가 벌써 빈발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주거나 괴롭히는 방향으로도 자유도가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게임에서 허용된 재미라 볼 수도 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울화가 치미는 일이므로 조금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과금, 정말로 필수 아닌 선택이다


▲ 성장과 제작이 드는 시간을 단축하는 '워프 잼' 정도나 과금 요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요즘 모바일게임을 논할 때 과금 부담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많은 게임이 고액 과금을 요구하며, 과금 없이는 게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듀랑고'는 과금 없이도 플레이에 아무 지장이 없을 뿐더러, 돈을 들인다 해도 곧바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지도 않는다. 소위 이야기하는 'Pay to Win'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물론 '듀랑고'에도 아이템 뽑기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치장용 의상이나 장식용 가구에 불과하다. 돈을 쓴다 해도 당장 막강한 무기나 갑옷을 얻지는 못한다. 한 달 동안 성장속도를 100% 높여주는 유료 버프 상품 '듀랑고 패키지'를 판매하기는 하지만, 이 또한 캐릭터당 한 번이라는 구매횟수 제한이 있다.


▲ 뽑기도 있긴 하지만 게임에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 외에 돈이 들어갈 부분은 '워프 잼' 구매 정도다. '워프 잼'은 게임 중 걸리는 대기시간을 즉시 완료시켜주는 재화로, 1분 단축에 1개가 소모된다. 예를 들어 짓고 있는 집을 완성할 때까지 15분 남았다면 '워프 잼' 15개를 소모해 즉시 완성할 수 있다. 시간이 아까운 사람들을 위해 있는 고속통행권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워프 잼'은 일일 퀘스트를 통해 수십 개씩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듀랑고'는 넥슨이 확언한대로 과금 부담이 적다. 만약 지속적인 과금 필요 없이 오래 할 만한 게임을 찾는다면, '듀랑고'는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취향만 맞는다면 재미는 확실한 게임


▲ 함께 공동체를 만들고 번영한 마을을 가꾸는 '부족' 콘텐츠 (사진제공: 넥슨) 

확실히 '듀랑고'는 취향을 타는 게임이다. 모바일게임 대세인 쉽고 빠른 자동 전투, 유저간 경쟁 중심 콘텐츠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 보니 캐릭터 수집형 RPG나 대전중심 MMORPG에 익숙해진 게이머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바쁜 직장인 중에는 자동전투가 없고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듀랑고'를 꺼리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고 '듀랑고'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듀랑고'는 모바일게임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하우징'과 '탐험' 콘텐츠를 통해 샌드박스식 개척의 묘미를 잘 담아냈으며, 그 재미는 PC게임에 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6년의 기다림이 무색할 정도의 재미는 확실하다. 특히 '울티마 온라인'이나 '헤이븐 앤 허스' 등을 재미있게 했던 게이머라면 반드시 해보길 추천한다. '듀랑고'는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샌드박스 어드벤처 팬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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