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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몬스터 사냥 말고 '사랑'하자, 프린세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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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사냥하고, 재료를 갈무리하는 ‘몬스터 헌터’처럼, 대부분 게임에서 몬스터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쓰러뜨려야 하는 대상으로 나옵니다. 때로는 캐릭터의 육성을 위해, 때로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몬스터는 적이라는 공식은 그야말로 불변이었죠. 이는 미소녀게임이라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 미소녀게임 시장에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몬스터를 적대하기보다는 연애 대상으로 삼는 독특한 작품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이런 작품을 보고 미소녀 몬스터들이 나온다는 의미에서 ‘몬스터’와 ‘무스메(일본어로 여자아이)’를 합쳐 ‘몬무스’라 불렀습니다.

지금이야 ‘몬무스’ 장르가 만화로도 다뤄질 정도로 많이 자리잡은 편이지만, 초기에는 미소녀라 해도 몬스터와 사귄다는 설정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밖에 없었죠. 오늘은 이런 ‘몬무스’ 장르가 활발히 퍼지기 이전에, 혜성처럼 나타나 큰 파문을 불러온 미소녀게임 ‘프린세스 X’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프린세스 X' 메인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사이트)

혁신을 위해 설립되다, 포이즌베리

‘프린세스 X’는 지난 2011년, 일본 란바 어뮤즈먼트 산하 개발팀 포이즌베리(Poison@Berry)에서 만든 미소녀게임입니다. 아마 미소녀게임 팬이라면 개발팀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텐데요. 그 이유는 바로 ‘프린세스 X’를 위해 만들어진 개발팀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란바 어뮤즈먼트 산하에는 ‘Black Cyc’와 ‘White Cyc’ 등 다양한 개발팀이 있었지만, ‘몬무스’ 장르는 기존 개발팀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았죠. 결과적으로 새로운 혁신을 위해, 란바 어뮤즈먼트는 포이즌베리를 설립하여, 이름처럼 일반적인 미소녀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파격적인 설정의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미소녀게임 ‘프린세스 X’는 말 그대로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작품이었습니다.


▲ 포이즌베리는 '프린세스 X'를 위해 설립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몬스터 공주를 상대로 결혼 활동, 프린세스 X

‘프린세스 X’ 스토리는 주인공 ‘미쿠리야 신이치’의 아버지가 한 국가의 공주와 혼담을 약속하면서 시작합니다. 문제는 그 공주가 몬스터였고, 이런 혼담을 약속한 국가가 하나가 아니었다는 점이죠. 덕분에 평화롭던 주인공의 일상은 갑작스러운 몬스터 공주들의 난입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말죠.

▲ 과연 마지막에는 누구와 맺어질까? 선택은 플레이어 몫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스로를 주인공의 신부라고 주장하는 몬스터 공주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무력한 주인공 ‘신이치’... 플레이어는 이런 주인공이 되어, 몬스터 공주들의 호감을 사는 한편, 나중에는 자신과 결혼할 몬스터 공주 1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캐릭터 소개>


▲ 나쟈: 본명은 나디우스 12세,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뱀인 나가족이다. 고르고네이온조복합평지제국의 황녀이자, 수많은 마물을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다. 때때로 주인공을 위해 인간의 다리로 바꾸기도 한다.


▲ 프록시마: ‘프로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켄타우로스족.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이다. 또다른 히로인 ‘나쟈’와는 적대국 공주다. 켄타우로스라는 특성을 이용해, 주인공과 드라이브를 즐기는 등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선다.


▲ R-코마도리: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계제국의 안드로이드 황녀다. 기계제국의 뛰어난 기술력을 이용하는 만능해결사 같은 모습으로 나온다. 주인공이 결혼하지 않으면 남극의 빙하를 모두 녹여 인류를 멸망시키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 테구스 고젠: 요괴들의 나라의 공주로, 인간 상반신에 거미 몸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도 처음에는 그 외형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지만, 이런 그녀의 모습에 익숙해지기 위해 점차 노력하게 된다.

지금의 ‘몬무스’와 비교하더라도 남다르고, 기상천외하다

‘프린세스 X’에서 플레이어가 공략할 수 있는 히로인은 5명으로, 대부분 ‘몬무스’ 계열의 게임처럼 중세 판타지 배경 RPG에 흔히 볼 수 있는 슬라임, 나가, 드라이어드, 미믹 등의 몬스터가 미소녀로 나옵니다.

그런데 ‘프린세스 X’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야말로 미소녀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히 상상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조합을 선보입니다. 그 대표격이 바로 ‘42’라는 캐릭터입니다. 게임에서 ‘42’는 히로인 ‘R-코마도리’의 전속 메이드 로봇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무려 주인공이 공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나옵니다.


▲ 참고로 '42'는 저기 보이는 원통형 기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통 미소녀게임에서는 “사실 안에 미소녀가 있다”라는 반전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프린세스 X’에서는 이런 전개 없이 그야말로 순수한 기계 그 자체와 주인공이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공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던 플레이어들은 처음에 큰 충격에 빠졌지만, 현재는 인기 투표에서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히로인 취급을 제대로 받고 있는 실정이죠.

이런 파격적인 모습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강한 인상을 남겼기에 다양한 ‘몬무스’ 계열 작품이 나온 시점에서도 팬들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평범함을 거부했기에, 이리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상상력이 있는 한, 미소녀게임에 한계는 없다

오늘은 일반적인 미소녀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마이너한 장르를 살펴봤는데요. 미소녀게임을 오래 즐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정말 미소녀게임 업계의 상상력은 그 끝을 모를 정도로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것이 많습니다.

평범하고 소박한 것도 좋지만, 가끔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미소녀게임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가끔은 이런 아득해지는 연애도 나쁘지만은 않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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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중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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