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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한 게임 많아... CFK는 '용자 퍼블리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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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사 15주년을 맞이하는 CFK는 뭇 게이머에게 ‘용자 퍼블리셔’로 불린다. 2004년 인기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는 ‘이카리 신지 육성 계획’ 한국어판 출시를 시작으로, 각종 서브컬쳐 패러디로 가득한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 수위의 한계에 도전하는 ‘한계돌파’ 시리즈 등, 온갖 기상천외한 게임을 국내에 들여오는 데서 비롯한 별명이다. 국내에서 통할까 싶은 매니악한 게임을 들여오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대표가 사실은 석유 재벌이라 돈이 넘친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물론 CFK가 석유가 쏟아지는 유전을 보유한 회사는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도전정신 넘치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메카는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CFK 구창식 대표를 만나, 그간의, 앞으로의 용자 행보에 대해 직접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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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FK 구창식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용자 퍼블리셔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CFK 구창식 대표는 2017년 성과를 묻는 질문에 ‘확대’라고 답했다. 기존 주력하던 퍼블리싱 사업을 더욱 성장시킨 한 해라는 평가다. ‘신차원넵튠 VIIR’과 같은 PS4 신작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지역 퍼블리싱을 CFK가 맡았고, 가이낙스 대표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 스팀 출시를 주도한 것 역시 CFK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퍼블리셔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또한, ‘한계돌파 캐슬판처스’처럼 범상치 않은 게임을 국내에 선보이는데도 열심이었다.

이처럼 CFK가 보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하는데 노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창식 대표는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시장이 커지고 유저를 늘리기 위해서는 게임 장르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캐슬판처스’ 같은 타이틀도 나오지 않았나 싶다. ‘넵튠’ 시리즈의 경우,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롱런하는 과정이다. 유저로부터 ‘이런 것도 해요?’라는 말을 들으면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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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출시한 타이틀로 꽉 채운 책장. 이것도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운 일도 많았다고 한다. 구창식 대표는 “과거 NDS 시장이 커질 때, 하드웨어는 보급됐지만 소프트웨어는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NDS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을 할 기회가 적은 유저층을 찾았는데, 생각해 보니 어린 여학생들이 할 만한 게임이 많지 않았다. 이에 ‘메이크업 프린세스’처럼 여학생들이 좋아할 법한 게임을 국내에 들여왔다. 처음 유통 업체에서는 ‘이런 게임은 안 팔릴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설득 끝에 출시할 수 있었고 반응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메이크업 프린세스
▲ CFK가 내놓은 NDS 타이틀 '메이크업 프린세스' (사진제공: CFK)

이제는 당연시 된 한국어 번역 작업 역시 마찬가지. 구창식 대표는 예전부터 좀 더 좋은 완성도의 번역을 선보이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였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게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직원들이 많아 일본 개발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일례로 ‘신차원게임 넵튠 V’에서 나오는 ‘다메가미(일본어 중 '글러먹었다’는 뜻의 ‘다메’와 여신을 뜻하는 ‘메가미’의 합성어)라는 단어가 있다. 발음이 유사한 점을 활용한 말장난이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CFK에서 이 단어를 ‘잉여신’이라고 번역하며 국내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제 ‘잉여신’이라는 단어는 다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부를 때 쓰이기도 한다. 서브 컬처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초월 번역’으로 이어진 것이다.

넵튠
▲ '초월번역'으로 꼽힌 '잉여신'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CFK는 2018년에도 퍼블리싱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먼저 기존 주력 플랫폼이던 스팀과 PS4로는 꾸준히 신작을 내놓는다. 지난 2월에는 PS4용 RPG ‘데스 앤드 리퀘스트’ 한국어판 발매를 확정했고, 일본에서 발표된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 1 플러스’ 등을 검토 중이라고. 여기에 새로운 플랫폼으로도 진출을 앞두고 있다. 구창식 대표는 “닌텐도 스위치로는 당연히 진출할 예정이다. Xbox One은 국내에서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까지 감안하면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스 앤드 리퀘스트
▲ 한국어판 발매가 확정된 '데스 앤드 리퀘스트' (사진제공: CFK)

영역 확대, 국내 개발사의 해외 진출 돕는다

CFK는 퍼블리싱을 넘어 새로운 영역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한다. 지금까지 일본 게임이나 콘텐츠를 선보이는 역할을 주로 했지만, 앞으로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토종 콘텐츠를 글로벌 유저에게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필두로 국산 게임이 미개척지로 통하던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에 패키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개발사도 늘었다는 것이 CFK의 설명. 패키지 시장에 게임을 출시해 본 경험이 없는 개발사가 많기 때문에,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지닌 CFK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게임 개발사와도 자주 만나고 있다고 한다.

CFK
▲ 국내 개발사를 위한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구창식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CFK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은 역시나 블루 오션 개척이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처럼 내노라하는 대작과 정면 대결을 하기보다는, 유저들이 ‘이런 걸 하냐’고 할 정도로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NDS의 사례처럼,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영역을 사로잡는 것이 목표다. 다만, 아직까지 어떤 게임을 선보일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구창식 대표는 “CFK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CFK를 신뢰하는 해외 개발사, 게임을 판매하는 유통사, 소식을 전해 주는 매체, 그리고 게임을 응원하는 팬 덕분이다. CFK의 꿈은 크다. 아직은 ‘프린세스 메이커’와 같은 일본 콘텐츠를 세계에 소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한국의 콘텐츠도 알리고 싶다. 작년에는 PS4 중국어판 타이틀을 출시하고 스팀에서 게임을 글로벌로 판매하며 첫 걸음을 뗐다. 올해는 닌텐도 스위치로도 그렇게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닌텐도 스위치
▲ 닌텐도 스위치로 국산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 (사진출처: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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