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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이젠 가망이 없어… ‘권선징악’ 실패한 게임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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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장안의 화제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한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으니, 이제 영화 얘기를 좀 해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0년의 결산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작은 전우주 인구의 절반을 몰살하려는 보라빛 호머 심슨을 상대로 우리의 영웅들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많은 이들이 동의하듯 이 영화의 백미는 결말부에 있다. 혹여 아직까지 관람하지 않은 독자가 있을지 몰라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그건 분명한 어떤 영웅 서사에서도 본 적 없는 충격적인 마무리였다. 작중 닥터 스트레인지가 읊조린 명대사처럼 ‘이젠 가망이 없는’ 지경이다.

인피니티 워
▲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한 ‘인피니티 워’ (출처: ‘인피니티 워’ 공식 웹사이트)

영화든 소설이든 게임이든, 일반적인 영웅 서사는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끝내 승리를 쟁취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악당의 음모는 분쇄되며 그 나름의 죗값을 치른다. 우리는 정의가 구현된 것을 목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개운한 마음으로 언인스톨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정론을 거부하는 게임이 있다. 죽자 살자 엔딩까지 달려온 주인공이 끝내 쓰러지거나,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하거나, 악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거나....... 그야말로 찝찝하기 그지없는, 선이 승리하지 못하는 게임 엔딩 다섯을 모았다.

5위.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2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중에서도 외전 ‘블랙 옵스’는 세간에 알려져서는 안되는 비밀 작전을 다룬다. 그만큼 정석 밀리터리물인 본편에 비해 이야기가 상당히 막 나가는 것이 특징. 2편에선 전작 주인공의 아들 데이비드 메이슨과 동료 요원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며, 오사마 빈 라덴 이후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라 불리는 라울 메넨데즈와 대립한다. 80년대 말부터 2025년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증오로 점철된 혈투는 본편에서 직접 목도하기 바란다.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그들 (출처: ‘콜 오브 듀티’ 공식 웹사이트)

어릴 적 이란-콘트라 사건을 겪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증오를 키운 라울은 30여 년간 뒷세계에서 암약하며 영향력을 확대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혁명의 날, 전세계 99%의 대변자라는 프로파간다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미국 패권의 종언을 고하며 엄청난 지지를 이끌어낸다. 이 와중에 데이비드가 사선을 넘으며 끝끝내 라울을 사살하지만 이것조차 그의 노림수. 라울의 죽음이 순교로 연출된 탓에 분노한 민중이 봉기하여 세계 정세는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 라울은 죽어서 순교자가 되려 한다 (출처: 유튜브 DamianXII 채널)

4위. 거울전쟁: 은의 여인

‘거울전쟁’은 ‘스타크래프트’ 아류작이 난립하던 2000년대 초 탄생한, 모래 속 진주와 같은 국산 명작 RTS였다. 지옥의 악마가 망자들을 사역하는 악령군, 마녀와 흑기사가 주축이 된 흑마술파, 이에 맞선 영웅들이 집결한 해방부대의 물고 물리는 대립은 지금 봐도 꽤 흥미로운 요소. 보다시피 삼대 세력 중 둘이 막장이기 때문에 해방부대가 가는 길에는 꿈이고 희망이고 없었다. 특히 2편에 해당하는 ‘은의 여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찝찝한 결말을 보여준다.

거울전쟁: 은의여인
▲ 이제 보니 표지가 스포일러였네 (출처: ‘거울전쟁’ 공식 웹사이트)

여기서 ‘은의 여인’이란 전작에서 연약한 성령사로 나왔던 소녀 벨리프 쇼링을 가리킨다. 그간 기라성 같은 영웅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녀 역시 한 명의 성기사로 거듭났고 본편에 이르러선 해방부대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었다고. 이처럼 변화된 캐릭터성은 프랑스 구국의 영웅 잔 다르크에서 따왔는데, 문제는 좋지 못한 최후까지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 결국 이 게임은 제목부터 ‘은의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벨리프가 마녀로 몰려 화형 당하며 끝을 맺는다.


▲ 사상 초유의 여주인공 화형 엔딩이다 (출처: 유튜브 홍청래 채널)

3위. 커맨드 앤 컨커 4: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

한때 ‘스타크래프트’와 어깨를 견주던 명작 RTS ‘커맨드 앤 컨커’는 나날이 평가가 떨어지다 2010년 출시된 4편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으로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기본적으로 이 시리즈는 타이베리움이라는 미지의 물질로 토양이 오염된 먼 미래에, GDI(국제방위기구)와 사이비 종교 Nod가 박 터지게 싸운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전쟁물이다. 그런데 개발사가 EA에 인수되고 핵심 인력까지 대거 교체되는 바람에 내용이 완전히 산으로 가고 말았다.

커맨드 앤 컨커 4
▲ 팬덤에게 출시 자체를 부정당하기도 (출처: ‘C&C’ 공식 웹사이트)

악마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Nod 교주 케인은 생로병사를 초월한 기이한 인물이다. 아마도 원 개발사는 케인의 정체에 대한 원대한 계획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어쨌든 EA가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을 졸속 출시하며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게 됐다. 여기서 급조된 그의 정체는 기원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시리즈 내내 벌인 삽질은 죄다 고향으로 돌아갈 기술력을 얻기 위해서였다나. 그렇게 케인과 함께 C&C 팬덤의 어이도 우주 저편으로 사라졌다.


▲ 지구인 친구들, 안녕~ (출처: 유튜브 Production Destruction 채널)

2위. 헤일로: 리치

어떤 게임들은 시작부터 이미 비극적인 결말이 정해져 있다. 실제 사건을 다루는 역사 기반 게임이나 이후 전개가 먼저 소개된 프리퀄이 주로 그러하다. ‘헤일로: 리치’ 또한 2001년작 ‘헤일로’의 과거 이야기로서, 필연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을 다룬다. 우리가 흔히 아는 ‘헤일로’는 마스터 치프라는 초인의 외계인 학살극이지만, 여기서는 되려 몰려드는 적의 군세에 밀려 하나 둘 쓰러져가는 지극히 인간적인 방위군의 사투를 볼 수 있다.

헤일로 리치
▲ 끝까지 맞서 싸운 역전의 용사들 (출처: ‘헤일로’ 공식 웹사이트)

26세기 무렵, 인류와 조우한 외계연합 코버넌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즉각 교전에 돌입했다. 이에 인류는 주요 행성을 숨기고자 노력했으나 집요한 추적 끝에 리치 행성이 발각, 대대적인 공습 앞에 필사의 후퇴를 감행한다. 이날 리치 방위군은 마지막 희망을 탈출 시키고자 용맹하게 싸우다 죽어갔으며, 절망적인 전황을 헤치고 무작위 워프를 감행한 인류측 전함 한 대가 예상치 못한 고대의 구조물과 마주치기에 이른다. 바로 기념비적인 ‘헤일로’ 1편의 시작이다.


▲ 리치, 그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출처: 유튜브 synnarc 채널)

1위. 디아블로 1

96년 출시된 ‘디아블로 1’은 핵앤슬래시 장르를 본격적으로 확립한 당대의 수작이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시리즈 최신작에 비하면 여러모로 투박하고 조잡하지만, 다크 판타지스러운 암울한 색채나 무게감 면에서는 되려 지금보다 낫기도 하다. 게임 구성은 지극히 단순해서 마을도 하나뿐이고 16층짜리 던전을 꾸역꾸역 내려가기만 하면 됐다. 그나마 4층 단위로 전체적인 전경이 확 바뀌기 때문에 같은 곳을 맴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디아블로
▲ 빨간 머키도 리즈 시절이 있었다 (출처: ‘디아블로’ 공식 웹사이트)

굳이 던전을 공략하는 이유는 제목에서 보듯 악마 디아블로를 처단하기 위함이다. 오래 전 영혼석에 봉인된 디아블로는 어느 왕가에 저주를 내려, 부왕을 미치게 하고 어린 왕자는 부활의 제물로 삼았다. 그러나 왕자가 너무 병약했던 탓에 새로운 숙주가 되어줄 강인한 모험가를 기다린다는 설정. 아니나다를까 최종 전투를 완료하면 갑자기 주인공이 정신줄을 놓고 스스로 영혼석을 받아들이는 충격적인 엔딩이 이어진다. 참고로 이 양반이 2편의 최종 보스.


▲ 투구에 젬 박는다는게 그만 (출처: 유튜브 EpicentrumDiablo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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