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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60시간 분량에 인생을 담았다, 클라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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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하는 기념일이 유독 많은 달입니다. 부모님이야 지갑이 탈탈 털리든 말든 장난감 사달라고 원없이 조를 수 있는 어린이날, 몇 천원짜리 카네이션 하나뿐이지만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어버이날, 김영란법 때문에 어렵게 됐지만 가르침에 고마운 마음을 드리는 스승의 날까지… 그야말로 집안의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는 ‘가정의 달’입니다.

그래서 이번 미소녀메카는 가정의 달을 기념해 가족이 주제입니다. 미소녀게임이라고 남녀간의 연애만 있지 않습니다. 의외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많거든요. 이번에는 그 가운데에서도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Key의 ‘클라나드(Clannad)’를 골랐습니다.


▲ '클라나드'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비주얼아츠 유튜브)

감동적인 시나리오 하나로, 업계 우뚝 선 Key

‘클라나드’를 보다 잘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개발사 Key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본래 Key는 원화가 히노우에 이타루, 시나리오 라이터 마에다 준으로 유명한 미소녀게임 개발팀 ‘이타루 사단’에서 설립한 회사입니다. 그 전에는 넥스톤(Nexton)이라 불리는 개발사 산하에서 미소녀게임을 만들어왔는데, 그때 제작한 ‘ONE ~빛나는 계절로~’가 큰 호평을 받으며 업계에 두각을 나타냈죠.

이후, 이타루 사단은 넥스톤을 나오고 1998년에 Key를 설립하고, 차례로 ‘카논(Kanon)’과 ‘에어(AIR)’와 같은 명작을 선보입니다. 90년대 후반 당시만해도 연애 라인에 집중하고 시뮬레이션 요소가 강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이와 다르게 Key는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보여주는데 치중하였죠. 결과적으로 이런 시도는 팬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불러왔고, 더 나아가 정체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게 됩니다.

물론, Key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004년, Key는 한 미소녀게임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번 엄청난 폭풍을 불러옵니다. 그 중심에 있던 작품이 바로 오늘 살펴볼 ‘클라나드’입니다.


▲ '카논'과 '에어'는 Key를 굴지의 개발사로 끌어올린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윕사이트)

‘평범한 삶’을 향해 걷는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 클라나드

그럼 이제 ‘클라나드’를 살펴보겠습니다. ‘클라나드’는 하루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는 고등학생 주인공 ‘오카자키 토모야’ 이야기입니다. 게임은 차근차근 그가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애를 풀어냅니다.

초반부 줄거리를 살짝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토모야는 농구부 에이스로 촉망 받았으나, 부상으로 인해 꿈을 포기한 인물입니다.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점차 학교 생활에 흥미를 잃고, 수업을 빠지거나 선생님께 반항하는 등 불량한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가정사도 좋은 편은 아닙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데,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인해 아버지는 술과 도박에 빠져버렸죠. 거기에 아버지는 아들 토모야를 마치 타인처럼 대합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니, 자연히 반항기는 심해집니다.

이렇게 상처를 안고 있는 주인공이지만, 다행히 주위에는 그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에게 호감이 있는 병약 소녀 ‘후루카와 나기사’를 포함해, 소꿉친구 ‘후지비야시 쿄우’, 천재 우등생 ‘이치노세 코토미’ 등이 있죠. 이처럼 게임에서는 힘든 상황을 겪는 주인공이 주위 인물과 관계를 쌓아가고, 이를 원동력으로 그가 그토록 원하던 ‘평범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주인공은 다양한 인물과 관계를 쌓으면서...(사진: 필자 촬영)


▲ 무료하기만 했던 삶도, 점차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사진: 필자 촬영)

60시간에 달하는 분량에, 인생을 담아낸 게임

앞에서 ‘클라나드’ 초반부 이야기를 간략하게 적어봤는데요. 이는 전체 게임에 비교하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시나리오 분량이 많다는 소리인데요. 보통 미소녀게임이 음성을 모두 들으며 진행하더라도 20시간을 넘기기 힘든데, ‘클라나드’는 음성이 없는데도 60시간이나 걸릴 정도라고 합니다. 소문에 따르면 ‘클라나드’ 시나리오를 인쇄하여 쌓으면 그 높이가 1m에 달할 정도라니, 새삼 그 어마어마한 분량에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물론, 단순히 양만 많은 것도 아닙니다. Key는 이 엄청난 양에 다양한 이야기를 집어넣었는데요. 주인공과 여러 히로인과의 연애뿐 아니라, 주인공 외의 남자 캐릭터에게도 별도 시나리오를 만들어주기도 했죠. 특히나 이런 서브 시나리오도 자리를 채우는 용도가 아니라, 확실히 메인 시나리오와도 연결될 정도로 짜임새 있게 구성했습니다. 실제로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10개가 넘는 루트, 그리고 주인공 ‘토모야’가 학창 생활 중 겪는 평범한 이야기까지 모두 진 엔딩을 풀어내기 위한 밑바탕이 되죠.


▲ 게임에서 보여주는 간단한 일화도...(사진: 필자 촬영)


▲ 사실은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여정이다 (사진: 필자 촬영)

또한, 엔딩 이후에는 성장한 주인공이 히로인을 받아들이면서, 과거 못마땅하게 생각된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주는 의미를 깨달아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한 플레이어는 한 사람이 인생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본 것과 같은 크나큰 감동을 받게되죠.

과거 일본의 한 웹사이트에서 ‘클라나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누군가 ‘인생’이라 답했더니, 다들 아무 말 없이 공감하던 일화는 미소녀게임의 전설로 남아있습니다. 그 말 그대로, 게임은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어 더욱 큰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 결말을 본 사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인생' (사진: 필자 촬영)

14년이 지난 지금에도, ‘클라나드’ 인생은 이어진다

미소녀게임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남은 작품답게, 이후 ‘클라나드’는 다양한 기종과 매체로 이식됐습니다. PS2 버전에서는 음성이 추가되어,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자아냈고, 2007년에는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이 됐죠. 비록 애니메이션은 48화로 내용이 함축 되었지만, 그럼에도 원작의 감동을 잘 담아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14년 전 발매된 ‘클라나드’가 오는 6월에는 PS4로도 출시됩니다. 인생이라는 단어로 대체되는 명작 ‘클라나드’… 5월 가정의 달에 ‘클라나드’를 플레이하면서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 아직 접해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접해보자 (사진: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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