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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프로그래머는 재량근로 대상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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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분야에 초점을 맞춘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7월 1일부터 게임을 비롯한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다. 52시간 근무제란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한 주에 최대 12시간을 추가로 일할 수 있는 제도다. 우선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그 이하부터는 오는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그간 콘텐츠 업계는 통상 직장인과 달리 프로젝트에 따라 일을 해왔다. 게임의 경우 출시나 테스트처럼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몰아서 일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크런치 모드’라는 말로 대표되는 과도한 야근이 문제로 지적됐다.

52시간 근로제는 7월부터 시작됐으나 업계에서는 낯선 제도인 만큼 궁금한 점이 많다. 실제로 제도 시행을 한 달 앞두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콘텐츠분야 노동시간 단축 대응방안 토론회’ 현장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 중 하나가 콘텐츠 업계 특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9월 10일 52시간 근로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고용노동부가 6월에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를 기반으로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콘텐츠 분야에 관련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중 게임에 관련된 내용을 뽑아서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 전문은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홈페이지(바로가기)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업무에 재량권이 없는 프로그래머는 재량근로시간제 대상 아님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재량근로시간제다. 재량근로시간제란 일하는 시간도, 일을 하는 방식도 회사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 직원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며, 쓸 수 있는 직업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대표적인 직업은 드라마 PD, 영화감독, 기자 등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재랑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는 업무가 있다. 바로 정보처리시스템 설계 또는 분석업무를 맡은 근로자다. 게임업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은 직원이 많기에 이 사람들에게 ‘재량근로시간제’를 쓸 수 있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회사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을 설계하거나 구현하는 단순 프로그래머는 재량근로시간제 대상이 아니다.

이와 함께 재량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는 업무 종류가 안내되어 있다. 업무 종류는 다음과 같다. ▲ 수요파악, 유저의 업무 분석 등에 기반한 최적의 업무처리 방법의 결정 및 그 방법에 적합한 기종 선정 ▲입출력 설계, 처리 순서의 설계 등 애플리케이션·시스템의 설계, 기계 구성의 세부적인 결정, 소프트웨어의 결정 등 ▲ 시스템 가동 후 시스템의 평가, 문제점의 발견, 그 해결을 위한 개선 등의 업무다.


▲ 재량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는 업무 소개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위의 내용으로는 어떠한 직업 혹은 직종이 '재량근로시간제'를 쓸 수 있는지 한 번에 감이 오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과는 “보다 구체적인 직종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린다. 고용노동부가 각 회사에 근로감독을 나갔을 때 특정 직원에 대해 재량근로시간제 대상인지, 아닌지를 개별로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연근로제라도 1주 연장근로가 12시간을 넘으면 안 된다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유연근로제를 채택하고 있다. 특정 시기에 일이 집중되는 경향이 많기에 법을 지키는 선에서 필요할 때 업무시간을 몰아서 쓸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유연근로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두 개로 나뉘며 이 중 국내 게임업계가 주로 선택한 방식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회사는 직원이 일한 총 근무시간만 관리하고, 언제 일을 할지, 출퇴근을 몇 시에 할지는 직원이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60시간을 일하기로 회사와 근로자 대표가 협의했다면 160시간만 채우면 되며 출퇴근시간은 직원이 정한다. 그렇다면 한 달에 일한 시간이 160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하루에 15시간을 몰아서 일을 하는 것은 괜찮을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선택적 근로시간제라도 하루에 몰아서 일을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날 수 있다. 근로기준법 53조 1항에 따르면 연장근로는 1주일에 12시간을 넘길 수 없다. 만약 3일 동안 15시간씩, 총 45시간을 일했다면 연장근로시간은 이미 21시간이다. 근로기준법에서 허용한 1주 연장근로시간을 넘어선 것이다. 

왜 이런 계산이 나올까? 우선 앞서 말했듯이 이 직원은 3일 동안 하루에 15시간을 일했다. 하루 15시간 중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뺀 7시간이 연장근로다. 3일 동안 7시간을 연장근로를 했으니 21시간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유연근로제를 시행하는 게임사라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싶다면 직원들이 1주일에 12시간이 넘는 연장근로를 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 3일 동안 하루에 15시간씩 일하면, 연장근로시간이 법에서 허용하는 12시간을 넘긴 21시간이 되어버린다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포괄임금제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끈 부분은 ‘포괄임금제’다. 게임사를 비롯한 다양한 업종에서 쓰고 있는 ‘포괄임금제’는 많은 시간을 일해도 나오는 급여는 동일하기에 야근의 원흉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본래 ‘포괄임금제’는 야간 경비원처럼 밤에 일하는 것이 확정된 사람이나 택배기사, 고속버스 기사처럼 일한 시간을 측정할 수 없을 때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회사에서 출퇴근시간을 체크할 수 있다면 ‘포괄임금제’를 써서는 안 된다. 가이드라인에도 이러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며 법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현재 포괄임금제 지도지침을 만들고 있다. 편법으로 포괄임금제를 사용하는 경우를 막고 직원들에게 실제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도록 지도한다는 것이 목표다. 지도지침이 마련되면 이에 대한 현장지도와 감독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이드라인에는 대법원 판례를 고려해 기업들도 자율적으로 노동시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함께 소개된 대법원 판례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기준법에 있는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포괄임금제’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고용노동부는 게임을 비롯한 전 직종을 대상으로 포괄임금제 지도지침을 만들고, 이에 대한 현장 지도감독을 실시할 게획이다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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