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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1998 게임 제재하던 한·중, 이제는 서로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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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끝자락에서 게임메카의 꽃, 허새롬 기자 인사 올립니다. (꾸벅)

‘아시나요’를 시작한 계절이 뜨거운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2013년의 마지막 12월에 다다랐습니다. 12월은 여러가지로 많은 의미를 가지는 달이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자 본격적인 겨울 날씨로 접어드는 시기, 더불어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착한 일을 해왔는지 검증하는 크리스마스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생일보다 크리스마스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12월 초만 되어도 정신나간 망아지마냥 뛰어다니곤 하는데요. 크리스마스하면 산타, 산타 하면 선물 아니겠어요? 호호호.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1998년 12월 PC챔프에서 꼽은 ‘크리스마스 선물 가이드 베스트 20’!

1998년 12월 PC 챔프


▲ 1998년 12월 PC챔프 메인은 바로 '창세기외전 2: 템페스트'







▲ 빨간색과 녹색의 조합은 사람을 설레게 하죠
게이머에게 필요한 물품으로만 가득

게임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하드웨어, 모뎀 등 다양한 물품들이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네요. 15년 전 잡지다보니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타이틀도 많습니다. ‘파이널 판타지’나 ‘스타크래프트’, ‘피파 99’, ‘삼국지 6’…플레이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된 게임들이네요.


▲ 때아닌 품귀현상을 일으켰던 '스타크래프트'
그, 그리고 (엄청 젊은)김캐리다!


▲ 성탄 기념 족집게 과외까지
깨알같은 정보가 가득하니 지금이라도 한번?

특히 그 중 ‘스타크래프트’는 각종 기사 코너를 장악했습니다. 모뎀이 대부분이던 시절에도 ‘배틀넷’을 통해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등 당대 패키지게임으로서는 눈부신 인기를 누렸었죠. 

 액티비전사가 자사의 개발 스튜디오인 헤드 게임스와 최근 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97년 계약을 맺은 두 회사는 올 하반기 헤드 게임스가 제작한 ‘카벨라의 빅게임 헌터’라는 액션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빚어졌다. 헤드 게임스는 액티비전이 추가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불만이 쌓였고 액티비전사는 헤드 게임스가 추가로 제작하기로 한 게임을 로열티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는데 감정이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 <액티비전, 개발사와 갈등 빚어>, PC챔프, 1998년 12월

▲ 그나저나 액티비전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네요…


 ‘인피니티 워드’의 창립자 겸 총괄 책임자 제이슨 웨스트와 빈스 잠펠라는 지난 3월 3일, ‘액티비전’을 로열티 미지급 사유로 고소했다. ‘인피니티 워드’ 측에 따르면  작년 11월 발매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는 출시 5일만에 6천억원을 벌어들이는 수익을 기록했지만, ‘액티비전’은 그간 한 푼의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수면 아래 묻혀있던 로열티 미지급 문제는 ‘액티비전’이 ‘인피니티 워드’의 두 창립자를 계약 위반 혐의로 해고하며 커졌다.

- <인피니티 워드, 로열티 미지급 문제로 액티비전 고소>, 게임메카, 2010년 3월 4일

▲ Aㅏ.. 또


위에 언급됐던 게임들은 지금까지도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시리즈는 최근 ‘파이널 판타지 13: 라이트닝 리턴즈’가 출시됐고, ‘스타크래프트’는 ‘스타크래프트 2’로, ‘삼국지’는 ‘삼국지 12’까지 타이틀이 증식됐죠.



▲ 국내 명작 패키지게임으로 손꼽히는 두 작품도 선물 리스트에!



▲ 잡지 곳곳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제가 편애하는 샤른 호스트로☆


이 외에 눈에 띄는 것이라면, ‘게임방 50시간 자유이용권’과 ‘삼백 리베로 56K V. 90 모뎀’입니다. 아무래도 1998년에는 모뎀을 이용한 PC통신이 보편적이어서, 폭탄요금을 피하고자 게임방(PC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하지만 PC방 요금도 지금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거나 조금 더 비싼 수준이어서 자유이용권까지 등장했나 봅니다.



▲ 요즘은 어느 PC방을 가도 자체 요금제가 잘 되어 있어서 굳이 필요하지 않겠네요


어찌됐건, ‘게임방 자유이용권’이 크리스마스 선물 20선에 꼽힐만큼 게이머들에게 PC방이 갖는 의미는 꽤 컸습니다.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요금 걱정 없이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소였으니까요. 


하지만 순조로운 항해길에는 언제나 암초가 등장하는 법..(두둥) PC방의 성장을 막으려던 몇몇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계획은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데요, 1998년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자세히 살펴 볼까요?


1998년, ‘게임’ 제재 시작


▲ 라라도 이런 상황이 썩 맘에 들지 않나 보군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게임방’에 찬물을 끼얹을만한 일이 발생했다. MBC등 언론매체에서 게임방의 24시간 영업과 관련해 청소년 보호문제를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데 대해 마침내 문화관광부가 게임방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게임장(오락실)과 동일한 기준으로 행정관리를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략) ‘PC와 인터넷 이용 게임장업(게임방)을 컴퓨터 게임장업(오락실)과 동일하게 허가조치 하겠다’는 행정지침은 11월 12일자로 시,도 및 일선행정기관과 경찰청 등 단속기관에 통보된 상태이며 이에 따라 영업중인 게임방이나 앞으로 개업할 게임방은 모두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 <’게임방 전성시대’ 막 내리려나>, PC챔프, 1998년 12월


1998년 PC방 이용 요금은 1시간당 1,000원에서 2,000원을 상회하는 가격이었습니다. 그 때 ‘스크류바’ 한 개가 300원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저렴한 편은 아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한민국 게이머들은 수시로 PC방을 찾았죠. 



▲ 2000년~2012년 물가 변동표


한창 성업을 누리던 PC방은 문화관광부에 의해 제동이 걸립니다. PC챔프에서도 언급됐듯, ‘청소년 보호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던 것이죠. 당초 PC방은 인터넷 사용이나 워드 작업 등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여겨졌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PC방 방문의 주요 목적이 게임이라는게 정부가 지적한 부분입니다.




 중국의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는 최근 중국정부가 수도 북경의 모든 사이버카페(우리나라의 게임방과 비슷한 업소)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신화사는 사이버카페의 폐쇄 이유를 “북경 시내에 성업중인 사이버카페는 외관상으로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지만 대부분 심각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로 저작권을 위법했고 컴퓨터보다는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이 많아 확산으로 인한 청소년의 유해를 막기 위해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당 간부의 말을 인용하여 보도했다. 

- <중국, 북경내 모든 게임방 폐쇄>, PC챔프, 1998년 12월 


중국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한술 더 떠 중국 정부는 아예 북경에 있는 모든 사이버카페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이버카페를 없앤 이유로는 불법복제로 인한 저작권 침해도 한 몫 했지만, 핵심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저변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모두 정부 차원에서 게임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라고 판단하고, PC방과 같은 사업을 제재한 거죠. 


 한편 이 뉴스를 접한 영국 BBC 방송국은 “게임을 하는 것조차 위법으로 여기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 <중국, 북경내 모든 게임방 폐쇄>, PC챔프, 1998년 12월

▲ 당시 영국에서는 이런 반응이었다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요?


2013년 중국은 환골탈태, 한국은 그대로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과 중국이 게임을 대하는 시선은 달라졌습니다. 먼저 중국 게임 업체들은 단순히 흥행작을 카피하는 것을 넘어, 자체적인 개발력을 기르고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퀄리티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죠. 또한 게임 사업 외에 사회기여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게임의 인식을 보다 긍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더불어 중국 정부는 최근 게임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데다,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 개정도 단행했습니다. 바로 13년동안 꽁꽁 닫아두었던 콘솔 시장을 개방한 거죠. 단 해외 업체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에서만 제품 생산, 판매가 가능하며 진출 시 문화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자국 업체를 보호하는 방안도 다수 마련했습니다.


 13년 간 닫혀있던 중국 콘솔 게임 시장이 다시 열린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게임콘솔 금지령을 해제하고, 외국 기업의 현지 진출을 허가한 것이다. 지난 27일, 중국 국무원은 당국 내 게임 콘솔 판매 금지령을 해제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해외 기업의 제품 생산과 판매와 영업 행위를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 < [아뿔싸] 13년 만에 개방! 중국 게임콘솔 금지령 해제>, 게임메카, 2013년 9월 30일


이렇듯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는 중국과 달리, 2013년 한국 게임업계는 다사다난했습니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됐다가도 4대중독법의 주요 규제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하고…힘든 시간이었죠.


 정부가 게임 규제책을 남발하면서 한편으로는 게임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중략) “영화·뮤지컬·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 등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5대 킬러 콘텐츠를 중심으로 장르별 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위해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콘텐츠 코리아 랩’을 통하여 장르 간 융합을 도모하여 창의적 아이디어가 산업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 (중략) 또한, 정부의 육성안과 배치되는 대표적인 법안으로 이른바 '손인춘법'이 여전히 보류 상태에 머물고 있다. 

- <‘규제와 육성’ 자기모순에 빠진 정부 “게임은 킬러콘텐츠”>, 게임메카, 2013년 12월 4일


게임이 ‘모범생’이 되는 그날까지, 모두 응원합니다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15년간 변하지 않았다면 그 인식은 더욱 단단하겠죠. 그래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싸우는 게이머와 개발자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힘을 모아 목소리를 높이고, 스스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한다면 게임이 긍정적인 콘텐츠로 자리잡을 날도 머지 않습니다. 이번 해는 한국 게임산업이 겪었어야 할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더욱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운전대를 다시 한번 고쳐 잡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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