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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잡지에서 생활 속으로, 게임 광고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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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3년을 돌아보면 행복한 일만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온라인게임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수없이 나왔고, 그에 따라 게이머와 개발자를 비롯한 ‘게임’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덧씌워졌죠. 

하지만 새해부터 그런 우울한 이야기로 시작하면 들어올 복도 날아간답니다! 그러니 좀 더 즐겁고 발랄한 주제로 2014년의 출발을 알리고 싶네요. 아시나요를 1년간 진행해 오면서, 수많은 잡지들을 뒤적여왔었죠. 지금 보아도 기발하고 탄탄한 콘텐츠가 많지만, 사실 가장 눈여겨보았던 부분은 지면 광고들이랍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PC파워진과 넷파워 말고도 많은 게임잡지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기에는 지면 광고가 대세나 다름없었으니까요.

PC파워진 2000년 1월호+넷파워 2001년 1월호

이번 아시나요에서는 보다 다양한(!) 지면 광고를 보여드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잡지 두개를 선정했습니다. PC파워진 2000년 1월호와 넷파워 2001년 1월호입니다.


▲ 2000년 1월 PC파워진 표지(좌), 2001년 1월 넷파워 표지(우)

두 잡지의 주력 플랫폼이 다르다 보니 표지를 장식한 캐릭터도 차이가 나네요. 넷파워는 ‘리니지’의 여자 마법사가, PC파워진에서는 ‘창세기전 3’의 인물들이 반겨주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문화를 아우른 게임잡지 광고들

한 매체에 실리는 광고는 그 당시 업계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척도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정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광고를 제작하고, 또 적절한 플랫폼을 찾아 게재하기 때문이지요. 


▲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던 '파이널 판타지 8' 그래픽


▲ 손노리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악튜러스' 영상…
지금도 게임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분의 젊은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 '우리의 플라스틱 영웅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직설적인 문구가 가슴을 찌릅니다


▲ 상상도 못했습니다, DDR 가이드까지 나올 줄은

14년의 차이가 확 느껴지는 광고 지면들입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인게임 스크린샷이나 캐릭터 이미지 등은 현재와 비교했을 때 적잖이 촌스러운 수준이고, 홍보 문구에 사용한 글씨체까지 너나할 것 없이 돋움체군요. 유행이었을까요?


▲ 게임의 파워는 패션타운에서도 터지고


▲ 농구에도 미친다고 합니다



▲ 컨버스는 지금도 예쁘지만 저 패션은 정말… 


▲ 게임도 공부도 의자가 중요하죠 ^오^

재미있는 점은, PC파워진이 게임 전문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다양한 광고들이 게재됐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스프리스 광고가 눈에 띄네요. 지금은 ‘엘*’나 ‘보*’처럼 패션지에서나 볼수 있을 법한 광고가 게임 전문지에 있으니 색다르네요. 심지어 한페이지씩 걸러 총 7페이지에 달하는 자리를 차지한 것을 보아, 꽤 야심찬 광고였던 것 같습니다. 


▲ 개그맨 이휘재가 등장하는 감성적인 '울티마 온라인' 광고
이것만 보면 울온은 커피를 마시며 우아하게 하는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제 넷파워를 한번 살펴볼까요? 넷파워에는 PC파워진과 달리 게임 관련 광고가 대부분이고, 접속 프로그램이나 하드웨어 분야가 드물게 등장합니다. 그런데 모든 광고를 가만히 살펴보면 인게임 캐릭터의 모습이나 컨셉아트, 타이틀 이미지 등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 컨셉아트로 이미지를 각인시킨 '마법의 대륙 2'


▲ 온라인게임이 성장하던 시기라 대부분의 게임 광고에서 '네트워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 가이드북은 단골 손님이죠!


▲ 유일하게 찾은 게임 외 광고
모니터에서 세월의 향기가 느껴지네요

지금과 비교해보면 다소 엉성한 광고 구성이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막 태동할 시기의 몸부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진정성이 보인다고나 할까요?



라그나로크 광고모델로 ‘이효리’ 전격발탁


그라비티는 자사가 개발,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인 ‘라그나로크’의 광고모델로 현재 CF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연예인 이효리씨를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전속계약은 라그나로크 스타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효리씨는 8월 1일 라그나로크 상용화 1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땡큐 땡큐 RO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한편, 각종 광고와 프로모션 활동을 하게 된다. 6개월 단발로 이뤄진 이효리씨의 라그나로크 모델 계약료는 약 2억 5천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효리씨는 광고 및 영화계에서 일명 ‘이효리 효과’라는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인만큼 라그나로크에서 발휘하게 될 광고효과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라그나로크 광고모델로 ‘이효리’ 전격발탁>, 2003년 7월 22일, 게임메카


그리고 2년 후, PC방마다 ‘월간 라그나로크’를 비치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라그나로크’의 홍보모델이 이효리로 낙점됐었죠.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게임 광고는 간간히 등장하긴 했었지만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여자 가수가 특정 게임 모델로, 또 공중파 TV에 광고를 내보낸다는 것은 파격적이었습니다. 2003년의 이효리면 ‘텐미닛’으로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던 시기니까요. 


2014년, 생활 속으로 스며든 게임 광고


근 10년 사이 게임 광고의 형태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성업을 이루었던 전문지들이 조금씩 웹진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을 시작으로, 온라인 배너가 주요 광고 수단이 되었다가 거대 포탈 홍보가 대세로 떠오르기도 했죠. 그러나 이제 게임업계는 모바일게임간의 크로스마케팅을 통해 게임 내에서 홍보를 하거나, 옥외 설치물을 통한 광고를 주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 2001년 1월 넷파워에서 게임메카는 이렇게 광고를 하고 있었는데



▲ 지금은 좀 많이 변했지요?


이런 경향은 모바일 플랫폼이 각광을 받으면서 ‘게임’이 보다 대중적인 콘텐츠로 떠올랐고, 그래서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만한 장소를 찾으면서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요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게임 광고를 발견할 수 있죠.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내부 상단 패널 부분, 문 옆에 있는 작은 공간에서도 종종 등장합니다. 대형 포탈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어 중소 벤처 개발사가 대부분인 모바일 생태계에 적합한 형태니까요.


게임 홍보모델 역시 연예인의 인기를 입증하는 수순 중 하나가 되었죠. 과거에는 ‘흑역사’로 치부되었던 게임 홍보모델이 이젠 반드시 거쳐가야 할 관문이 되다니, 격세지감입니다.



▲ '블레이드앤소울' 소녀시대 홍보 영상 (영상출처: 유튜브)


선택과 집중은 어려워졌다


게임 광고를 만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해졌습니다. 전문지와 작은 게임 패키지 매장을 지나, 온라인 커뮤니티 및 웹진, 지하철 옥외 광고까지. 게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져 사용자에게 일정 보상을 주고 잠금화면에 광고를 띄우는 등 다양한 방법의 홍보 수단이 등장하고 있죠.


다만 대중성이 늘어난 만큼 매니아층을 타겟으로 잡았던 과거보다 보편적인 광고가 많아져서, 게이머만이 느낄 수 있었던 유대감이 조금 흐려진 것은 아쉽네요. 일본의 '다크 소울 카페' 처럼 매니악한 홍보 수단,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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