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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B급 감성 가진 AAA급 개발자! 괴작가 스다 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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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성을 본인의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예술가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업계에도 소위 ‘컬트’를 미는 사람이 있다. ‘킬러 7’, ‘노 모어 히어로즈’, ‘롤링팝 체인소우’를 만든 그래스호퍼의 대표, 스다 고이치가 그 대표적인 예다. 본인의 스타일에 대해 ‘포스트 펑크(Post punk)’라고 말하는 그는 장르와 소재를 다룸에 거침이 없으며, 언제나 게이머들을 놀라게 할 충격적인 요소를 넣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게임 개발자란 언제나 리스크를 감내하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개발철학이기 때문이다.

* 본 연재는 NHN과 제휴로 네이버캐스트 [게임대백과]에 함께 게재 됩니다.


▲ 게임업계 최고의 괴작가 스다 고이치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경력, 장의사 출신 게임 개발자

스다 고이치는 1968년 1월 2일, 일본 나가노 현의 나가노 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에 심취했던 그는 훗날 장례식장에서 장의사로 일하게 된다. 시신 냄새에 구토가 날 정도로 장의사 생활을 견디기 힘들었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게임 개발사 ‘휴먼 엔터테인먼트’의 구인광고였다. 당시, 휴먼 엔터테인먼트는 공포게임 ‘클락 타워’와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파이어 프로 레슬러’ 시리즈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었다. 평소 프로레슬링을 좋아했던 스다 역시 ‘파이어 프로 레슬러’를 제작한 휴먼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알고 있었다. 여기에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게임광이었다. 

이에 그는 장의사를 관두고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휴먼 엔터테인먼트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수주 간의 기다림 끝에 합격 통보를 받은 스다 고이치는 1993년에 휴먼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하며 게임 개발자로서의 삶에 첫 발을 내딛는다. 스다의 첫 작품은 ‘슈퍼 파이어 프로 레슬링 3 파이널 바우트’다. 작품의 디렉터를 맡은 그는 프로레슬링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생애 첫 게임을 완성해냈다. 

첫 작품을 통해 개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차기작 ‘슈퍼 파이어 프로 레슬링 스페셜’에서 디렉터와 시나리오 작가를 겸임했다. ‘슈퍼 파이어 프로 레슬링 스페셜’의 가장 큰 특징은 스토리였다. ‘최강의 레슬러’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임의 백미는 결말이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주인공이 권총자살하기 때문이다. 최종보스를 쓰러뜨린 순간, 주인공은 본인은 단지 우울증을 견디기 위해 싸움을 이어왔음을 깨닫는다. 이에 허무함을 느낀 주인공은 목표를 이루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때부터 스다는 무거운 주제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게임에 독특하게 담아냈다.


▲ 충격적인 결말로 눈길을 끈 ‘슈퍼 파이어 프로 레슬링 스페셜’ 

이러한 휴먼 엔터테인먼트의 차기작은 공포 어드벤처 게임인 ‘트와일라잇 신드롬’이다. 학교에 떠도는 괴담의 진상을 파헤치는 ‘트와일라잇 신드롬’은 다음 타이틀, ‘문라이트 신드롬’에서 작풍이 180도로 변한다. 여고생들의 학교괴담 탐방에서 사이코 호러 어드벤처로 변모한 것이다. 선정적이고 잔인한 요소를 거침 없이 사용하며 인간 내면의 공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문라이트 신드롬’은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성으로 인해 기존 팬들의 반감을 사고 만다. 그리고 이 ‘문라이트 신드롬’은 스다 고이치가 휴먼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어드벤처부터 서바이벌 호러까지, 본인만의 미학을 완성하다

‘문라이트 신드롬’을 마지막으로 스다 고이치는 회사를 떠나 신생 개발사를 설립한다. 게임 개발자로 일한 지 햇수로 5년, 1998년 3월 30일에 ‘그래스호퍼 매뉴팩처(Grasshopper Manufacture)’는 문을 열었다. 스다 입장에서는 제 2의 삶이 시작된 셈이다. 새 회사를 차린 후, 스다는 바로 다음 작품을 내놓는다. 흉악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와 이 사건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 두 사람의 시점으로 그리는 ‘실버 사건’은 패미통을 비롯한 일본 게임 매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스다 고이치의 이름을 알린 작품으로 기록됐다. 

‘실버 사건’은 연쇄살인마 ‘우에하라 카무이’의 행적을 추적하는 ‘트랜스미터’와 이 사건을 파혜치는 저널리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플라시보’, 2가지 챕터로 나뉜다. 스다는 ‘실버 사건’의 디렉터와 ‘트랜스미터’의 시나리오를 맡았다. 민감한 소재도 거침 없이 쓰는 대담성과 순수한 소년이 증오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어두운 세계관, 그리고 독특한 연출을 통해 그는 본인의 색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이 ‘실버 사건’의 특징은 ‘필름 윈도우’라는 연출이다. 바탕화면에 창을 여러 개 띄워놓은 것처럼 화면에 텍스트나 정보, 이미지, 영상 등을 동시에 노출하며 다양한 부분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 그래스호퍼의 첫 작품 ‘실버 사건’

‘실버 사건’은 암울한 분위기와 난해한 게임성으로 인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스다의 도전정신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스호퍼의 PS2 데뷔작인 ‘꽃과 태양과 비와’는 ‘수색’을 업으로 삼은 주인공이 공항에서 폭탄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기이한 캐릭터와 사건, 게이머의 허를 찌르는 유머 코드, ‘시간이 멈춘 섬’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토대로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 독특한 분위기로 눈길을 끈 ‘꽃과 태양과 비와’ 

서바이벌 호러 ‘미시건: 리포트 프롬 헬’은 그래스호퍼의 게임 중 최초로 유럽에 진출한 타이틀이다.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안개의 정체를 파헤치는 취재진의 이야기를 다룬 ‘미시건’의 주 요소 중 하나는 ‘촬영’이다. 플레이어는 ‘서스펜스’, ‘에로틱’, ‘임모럴’ 3가지 샷을 찍을 수 있다. 특히 괴물이 날뛰는 심각한 상황에서 리포터의 치마 속이나 포르노 잡지 등을 촬영하는 ‘에로틱’은 이후에도 성적인 요소를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스다의 성향을 보여준다.


▲ ‘미시건’의 콘셉을 잘 보여주는 대표 이미지

스다 고이치는 그래스호퍼의 스타일은 일본보다 해외에 더 맞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이에 ‘바이오하자드’의 미카미 신지와 의기투합해 해외를 노리고 만든 작품이 바로 ‘킬러 7’이다. 인격이 8개로 분리된 다중인격 킬러를 주인공으로 한 ‘킬러 7’은 결과에 따라 한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충격적인 스토리와 힘도, 속도도, 능력도 다른 7인의 인격을 태그해가며 퍼즐을 풀어가는 방식이 특징이다. 게임의 볼거리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이나 전대물, 아이돌 등 서브 컬쳐 요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의 디렉터를 맡은 스다 고이치의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부분이다. 

스다는 ‘킬러7’을 준비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중인격장애를 겪는 킬러를 주인공으로 한 테마는 범죄로 타락한 도시를 그린 ‘필름 누아르’에서, 인간의 죽음을 묘사하는 부분에는 게임 개발자가 되기 전 장의사로 일했던 경험이 녹아 들었다. 캐릭터 중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 ‘de Smith’는 그가 평소 좋아하는 프로레슬링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스다는 본인이 생각하는 타이틀에 어울린다면 장르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게임에 반영했다.


▲ 다중인격 킬러가 주인공인 ‘킬러 7’

‘킬러 7’은 스다 고이치를 스타 개발자 덤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유력 서양권 게임 매체에서도 극찬을 받았으며, 해외 언론에서도 인터뷰 제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킬러 7’ 역시 난해하다는 평가 하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게임의 개성은 강하지만, 정도가 지나친 탓에 판매량으로는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후 스다는 NDS용 RPG ‘컨트랙트’와 ‘사무라이 참프루: 사이드트랙’과 ‘블러드+원 나이트 키스’를 제작했다. 이 중 ‘사무라이 참프루’과 ‘블러드+원 나이트 키스’는 둘 다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전까지 특정한 틀 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어 온 스다는 두 작품을 만들며 정해진 선 안에서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새로 배운다. 이러한 그가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진 게임으로 돌아온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노 모어 히어로즈’가 그 주인공이다.

포스트-평크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노 모어 히어로즈

‘노 모어 히어로즈’를 기획할 당시, 스다에게 한 가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현재의 게임시장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험적인 게임은 그만큼 흥행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냉정한 시장의 룰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다가 본인의 스타일대로 ‘노 모어 히어로즈’를 완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퍼블리셔인 ‘마벌러스(Marvelous)’의 깊은 신뢰다. 마벨러스는 스다의 능력을 100% 믿었으며 그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지원했다. 즉, 모험심이 강한 개발사와 이를 신뢰하는 퍼블리셔가 만난 셈이다. 스다 고이치 본인이 ‘속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임은 처음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파트너쉽이 이어졌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노 모어 히어로즈’는 2010년에 주인공 ‘트래비스 터치다운’의 복수기를 그린 후속작이 출시됐다.

스다 고이치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영화 ‘엘 토포’에서 ‘노 모어 히어로즈’의 영감을 받았다. ‘엘 토포’는 어린 아들을 말 뒤에 태우고 사막을 떠돌아다니는 총잡이가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 아들을 버리고, 여인과 함께 움직이며 고수들을 하나씩 물리치는 과정을 그린다. 스다는 항상 이 ‘엘 토포’와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끊임 없는 전투가 시리즈처럼 이어지고, 이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되는 방식의 작품이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노 모어 히어로즈’는 11번째 킬러가 된 주인공 ‘트래비스 터치다운’이 본인보다 위에 있는 킬러 10명을 차례로 물리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오타쿠 킬러’라는 독특한 설정의 ‘트래비스’ 역시 스다 고이치의 개인적인 취향이 잘 반영된 캐릭터다.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게임에서 적과 싸울 때도 레슬링 기술을 사용한다. 우연히 발견한 애니메이션 포스터에 열광하거나, 화장실에 앉아서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은 ‘오타쿠’라는 콘셉을 확실히 드러난다. 특히 ‘화장실’은 실제 플레이에서도 게임을 저장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스다 본인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화장실에 앉아서 생각하는 부분을 반영한 것이다. 




▲ 스다 고이치의 대표작, ‘노 모어 히어로즈’

‘노 모어 히어로즈’는 스다 고이치가 제작한 게임 중 처음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가져다 준 게임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주인공과 ‘레이저 검’으로 적들을 양단하는 호쾌한 액션, 피가 화면 가득 튀는 과장된 연출, 오토바이를 타고 자유롭게 도시를 누비는 오픈월드, 게이머의 뒤통수를 치는 스토리까지, ‘노 모어 히어로즈’는 펑크한 분위기와 강렬한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소위 ‘약 빤 콘셉’으로 유명세에 오른 스다 고이치는 이후에도 본인의 스타일을 이어나간다. ‘킬러 7’에서 호흡을 맞췄던 미카미 신지와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제작한 ‘섀도우 오브 더 댐드’는 스다 고이치 특유의 펑크한 액션과 독특한 시점 전환, 지옥의 밑바닥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자극적인 비주얼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주인공 ‘가르시아 핫스퍼’와 전직 악마이자 주 무기로 활용되는 ‘존슨’의 관계는, 그의 차기작인 ‘롤리팝 체인소우’에도 계승됐다.


▲ 미카미 신지와 합작한 ‘섀도우 오브 더 댐드’

스다 고이치와 미카미 신지, 여기에 ‘사일런트 힐’의 음악 감독으로 알려진 작곡가 야마오카 아키라 등 스타 개발진이 총출동해 유명세에 오른 ‘섀도우 오브 더 댐드’는 개성은 있었으나 흥행에서는 참패하고 말았다. 주 타깃 중 하나인 북미 시장에서 PS3와 Xbox360을 합쳐 2만 4,000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것이다.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9,136장 판매된 것에 그쳤다. 최신 트랜드를 반영하지 못한 게임성과 난감한 진행, 불편한 조작 등이 단점으로 지목됐다.

2012년에 출시된 ‘롤리팝 체인소우’는 콘셉부터 독특했다. 대표적인 서브컬처로 떠오른 ‘좀비’와 생기발랄한 ‘미소녀’를 결합한 것이다. 금발을 양 갈래로 질끈 묶은 치어리더 ‘줄리엣’은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톱을 들고 좀비를 소탕한다. 좀비에 물린 남자친구의 머리와 몸을 분리하고, 아직 멀쩡한 머리 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허리에 차고 다니는 모습 역시 충격적이다. 공격할 때마다 분홍빛 하트가 난무하는 시각효과와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다가오는 좀비들, 학교 내 고스족으로 유명했던 최종보스 등, ‘롤리팝 체인소우’는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완전히 새로운 ‘좀비게임’으로 기록됐다.

‘롤리팝 체인소우’는 스다 고이치가 제작한 게임 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타이틀로 손꼽힌다. 전세계를 통틀어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한 것이다. ‘롤리팝 체인소우’를 기획하며 스다는 좀비게임과 학교를 무대로 한 코미디게임, 여기에 전기톱을 들고 싸우는 치어리더를 하나로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 한 가지 웃지 못할 일화는 주인공 ‘줄리엣’의 가슴 사이즈를 얼마로 할 것이냐에 대해 제작진 내부에서 심대한 회의가 열렸다는 것이다. 당시 제작진은 게임의 얼굴이 될 ‘줄리엣’의 섹스어필을 강조하는데 집중하고 있었고, 여기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던 가슴을 늘릴 것이냐, 줄일 것이냐에 대해 나름 격렬한 토론이 진행됐다.  


▲ B급 센스가 가득 담긴 ‘롤리팝 체인소우’

스다는 본인 스스로 ‘내 아이디어를 다 쓰기 전에 죽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게임 하나를 내놓으면 ‘그 다음에는 어떤 것을 할까’, ‘어떤 재미있는 작업을 시도해볼까’라며 언제나 머리를 굴렸다. 앞서 소개한 ‘노 모어 히어로즈’와 ‘섀도우 오브 더 댐드’, ‘롤리팝 체인소우’ 외에도 화면을 가득 메우는 탄막과 ‘슬로우’라는 독특한 요소가 특징인 3D 슈팅게임 ‘시모노라’, 야구공을 날려 좀비를 퇴치한다는 코믹한 발상이 눈길을 끄는 키넥트 게임 ‘다이어볼리컬 피치’ 등을 제작했다. 이 외에도 ‘령: 월식의 가면’의 시나리오와 디렉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를 원작으로 한 PSP 게임의 사운드 등 다른 개발사와의 협업도 꾸준히 이어졌다.

완고한 개발자 정신, 본인 스스로를 브랜드화하다

20년 넘게 본인의 개성을 지키며 게임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는 스다는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킬러 7’과 같은 하드보일드 액션을 표방한 ‘킬러 이즈 데드’가 출시되었으며, 현재도 2015년에 출시될 예정인 PS4 기종의 핵앤슬래쉬 액션 ‘렛 잇 다이’를 제작하는 중이다. 또한 레벨5와의 합작인 ‘해방소녀’와 ‘해방소녀 SIN’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퍼즐앤드래곤’으로 유명한 겅호와 함께 ‘릴리 베르가모’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릴리 베르가모는 개발 중 취소됐다)




▲ ‘킬러 이즈 데드’와 ‘렛 잇 다이’ 대표 이미지

스다 고이치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갈린다. 매 타이틀마다 색다른 콘셉을 보여주는 그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난해한 게임성에 반감을 느끼는 게이머도 상당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업계의 트랜드 혹은 현재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의 개발철학은 강단이 있는 수준을 넘어 완고하다.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괴작가’로 불리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스다가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본인이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는 타이틀만으로는 게임이 진정한 예술의 영역에 들어가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에는 항상 새로운 영역을 찾아내는 사람이 필요하며, 스다는 이 역할을 본인을 비롯한 그래스호퍼의 개발자들이 수행할 임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를 비롯한 수많은 개발자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타이틀이 현재의 게임산업이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 완고한 작가정신을 보여준 스다 고이치(사진출처: 게임메카)

고집스럽게 본인의 스타일을 지켜온 스다 고이치는 스스로를 브랜드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스다 고이치’라는 간판만으로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 나오겠네’라고 생각하며 한 번 더 작품을 돌아보게 한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현역 개발자로서 본인의 색을 보여주고 있는 스다 고이치의 행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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