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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 무료서버 아이템 복사사태, `추억 아닌 악몽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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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14일 오픈한 ‘라그나로크’ 무료서버(이하 바포메트 서버)에서 대규모 아이템 복사 사태가 일어나 유저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아이템 복사사태는 지난 25일 바포메트 서버에서 발생한 서버오류로 시작됐다. 게이머가 게임머니 혹은 아이템을 창고(게임 내에서 물품을 보관해주는 장소)에서 캐릭터로 옮긴 후, 재접속하면 아이템과 게임머니가 창고와 캐릭터 양쪽에 모두 남아있는 서버오류였다.

또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이템 복사 외에 유저가 개인상점에 판매를 위해 올려 놓은 물품들을 다른 유저가 공짜로 가져갈 수 있는 오류도 발생했다. 판매를 위해 올려놓은 아이템을 한 푼의 게임머니도 지불하지 않고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아이템 복사 사실을 몰랐던 유저들은 게임 상에서 상당한 손해를 본 상황이다.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좋은 아이템을 얻은 유저들일수록 이번 아이템 복사 파동에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캐시 아이템을 구입한 유저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유저는 “캐시 아이템 구입해서 장비 입고 레벨업하면서 차곡차곡 쌓아 모은 게임머니인데 자고 일어나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라며 “일 끝내고 하루 2시간~4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건 악몽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손해를 본 유저들 대부분이 캐시 아이템을 구입해 그렇지 않은 유저들보다 더 많은 아이템을 얻은 유저들로, 이번 사태로 그 동안 캐시 아이템을 사용한 의미가 없어졌다라는 의견이다.

그라비티 측은 이번 사태의 대응책으로 아이템 복사를 시도한 유저들에게 계정 영구블록이라는 강격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관련 없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어 유저들은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 라그나로크 홈페이지에는 이번 아이템 복사와 관련한 불만사항들이 25일, 26일 이틀 동안에만 약 120여건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유저들은 이번 복사사태로 인해 게임 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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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내 최고급 아이템이 무려 300개 넘게 복사된 경우도 있다

아이템 복사, 그라비티의 고질적 문제

더 큰 문제는 이번 아이템 복사 파동은 미리 예견됐었다는 것. 바포메트 서버에선 오픈 이후 롤백과 백섭, 캐시 아이템 증발에 관련된 항의가 계속 있어왔다. 실제로 오픈일인 14일부터 지금까지 약 2주 동안에만 여덟 번의 임시점검이 진행됐다. 이틀에 한 번 꼴이다.

이번 아이템 복사 사태 역시 사전에 이상징후가 나타났었다. 지난 23일 공지문을 살펴보면 23일 21시 7분경 바포메트 서버의 게임 내 데이터 저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고 그라비티는 이 오류를 35분 후인 42분에 정상적으로 고쳤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약 하루 후인 25일 새벽 2시경 서버오류에 의한 아이템 복사가 등장한 것이다.

그라비티가 아이템 복사 파동을 겪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라그나로크’ 서비스 초창기에도 지금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었으며, ‘라그나로크2’에서도 아이템 복사와 관련된 유저들의 항의가 있었다.

한 게임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데이터베이스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면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은 데이터베이스 관리 능력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유저들 역시 바포메트 서버가 무료라고 하지만 캐쉬 아이템이 오가게 된 현재 상황에선 관리 소홀에 대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약 6년간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해온 회사로서 이러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라비티의 서비스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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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그나로크2` 오픈베타테스트 당시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 아이템 복사에 대한 그라비티의 무대응에 항의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라비티의 대응, 과연 적절했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는 서버오류가 수정되어 더 이상 아이템 복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후 처리에 대해선 유저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복사된 게임머니가 현거래 사이트를 통해 유통된 것으로 보여 사태는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그라비티 측은 게임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서버오류를 이용해 아이템 복사를 시도한 유저들에게 앞으로 게임에 접속할 수 없는 영구 블록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게임을 정상적으로 즐긴 유저들까지도 이러한 영구 블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복사 사태 이후 한 아이템 현거래 사이트에는 수백 건의 `라그나로크` 게임머니 판매가 등록됐다. 이 사이트의 경우 전체 판매등록 페이지 중 절반(30개 게시물 기준 총 8 페이지 중 4 페이지)이 25일 이후 등록된 게임머니들이다. 그리고 이 중 상당수가 이미 판매 완료된 상태다. 실제로 복사된 게임머니가 현금 거래 사이트로 흘러갔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이템 복사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게임머니만 구입한 유저들까지 영구 블록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복사사태는 접속자가 적은 새벽에 이루어져 이 사실을 모르고 게임에 접속했다가 아이템 복사 시도자로 오인되어 영구 블록 당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유저는 “아이템 복사에 대한 일을 모르고 우체통을 통해 다른 캐릭터에게 돈을 붙였다가 아이템 복사 시도자로 오인되어 영구 블록조치 당했다.”면서 “라그나로크를 오랫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즐겨왔는데, 이런 식으로 오해를 당하고 거기다 블록까지 당해 허탈하고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바포메트 서버 유저들은 서버를 오류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롤백(Rollback 특정 작업의 과정을 모두 이전의 시점으로 되돌리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라비티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 게임 운영 전문가는 “아이템 복사와 관련된 사후처리에선 보통 롤백을 사용한다.”면서 “아이템 복사는 유저들 간의 데이터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고 피해의 광범위 확산이 쉽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바포메트 서버의 경우, 경과 시일이 짧고 아이템 복사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롤백이 현명해 보인다.”라면서 “아이템 복사 사태 이후, 롤백이 이루어 지지 않는 경우는 보통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백업 데이터가 준비되지 못한 경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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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이템 현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라그나로크의 게임머니들. 복사사태 이후 급증한 라그나로크 게임머니 거래로 인해 유저들은 바포메트 서버의 아이템 가격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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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그라비티
게임소개
'라그나로크'는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으로 유명한 작가 이명진이 자신의 판타지 만화 '라그나로크'를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방대한 구조의 배경과 설정을 이용하여 제작된 MMORPG이다. 다른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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