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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온라인, 광학미채 벗겨보니 '덕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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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오플의 신작 온라인 FPS '공각기동대 온라인'

90년대 일본 애니매이션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공각기동대’를 잘 알 것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육체마저 기계로 바꾸는 세상에서 인간, 그리고 자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사이버펑크 명작으로써, 영화 ‘매트릭스’를 비롯해 셀 수도 없이 많은 SF 콘텐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기념비적인 작품이 국내 개발사에 의해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원작 골수 마니아로써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던전 앤 파이터’와 ‘사이퍼즈’을 개발한 네오플의 최신작 ‘공각기동대 온라인’이다. 처음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3D로 구현된 ‘쿠사나기 모토코’를 보았을 때의 짜릿함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원작 마니아의 시선으로 보아서일까? 온라인 FPS라는 장르의 특성상 ‘공각기동대’의 체취는 흐려지고, 유명 IP의 허울뿐인 흔하디 흔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에 본 기자는 지난 8일(수)부터 12일(일)까지 5일간 진행된 첫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공각기동대 온라인’을 직접 체험해보았다.


▲ '공각기동대 온라인'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공각기동대스럽지’ 않은 공각기동대, 아쉬운 원작 반영

게임 제목부터가 ‘공각기동대 온라인’이니 무엇보다 먼저 원작의 DNA를 얼마나 잘 계승했느냐를 살펴야 할 것이다. 플레이어는 공안 9과 캐릭터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며, 투명화 능력인 ‘광학미채’와 같이 원작에 등장하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거점 점령’ 모드에서는 원작의 마스코트인 다각전차 ‘타치코마’도 등장한다. 맵에 배치된 소품이나 전체적인 미장센에서도 ‘공각기동대’의 느낌을 살리려 한 노력이 보인다.


▲ 로딩 화면은 전뇌 공간에 진입하는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 맵의 전체적인 미장센은 원작을 잘 살렸다

다만 아쉽게도 ‘공각기동대 온라인’에서 느낄 수 있는 원작의 흔적은 여기까지다. 이 외에는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여느 온라인 FPS와 다르지 않다. 원작의 캐릭터가 나오고, ‘타치코마’가 나오고, 몇 가지 SF적인 스킬이 나오지만 그뿐이다. 이 게임은 ‘공각기동대’의 소재를 채용했을 뿐 전혀 ‘공각기동대스럽지’ 않다.

과연 ‘공각기동대’의 어떤 점이 이 SF 애니메이션을 지난 20년간 명작으로 회자되게 했을까? 아무리 마니아층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겨냥했더라도, 굳이 ‘공각기동대’의 IP를 사용했을 때는 응당 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각기동대’가 가진 강렬한 네임벨류는 그저 이슈몰이 용도로 소모될 뿐이다.


▲ 분명 쿠사나기 소령이 나오긴 하는데... 그뿐이다

‘공각기동대’는 고도로 발달한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암울한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이 속에서 전신이 기계로 대체된 여주인공 ‘쿠사나기 모토코’가 던지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화두가 첫째요, 촘촘히 짜인 SF적 설정과 긴박한 첩보, 정보전의 재미가 둘째다. 현란한 액션이나 총격전은 이 작품의 조미료일 뿐이다.

말하자면 ‘공각기동대 온라인’은 원작의 가장 중요한 고민은 내버린 채, 조미료만 가지고 만들어진 게임이다. 심지어 원작에선 공안 9과 요원들이 전원 돌격소총을 들고 전면전을 펼치는 장면도 없다. 게임 속에 등장한 캐릭터 몇몇은 어디까지나 정보전에 특화된 요원들이다. 스킬도 굳이 ‘공각기동대’가 아니라도 상관없을 것들이다. ‘광학미채’라 하면 독특하게 들리지만 그저 투명화 능력이며, ‘가속질주’나 ‘센트리건’도 원작과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 공각기동대에 이런게 나왔었나...?

그나마 원작의 네트워크 요소를 가시화했다는 ‘스킬 공유 시스템’도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주위 동료와 스킬 효과를 공유한다는 아이디어는 게임 내적으론 나쁘지 않게 작동하지만, 원작 설정과는 무관한 요소다. 또한, ‘거점 점령’ 모드에서 등장하는 다각전차 ‘타치코마’는 원작의 가장 큰 매력 요소인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라는 정체성은 상실한 채 그저 전투병기가 돼버렸다. 끝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다 똑같은 전투복을 입고 있어 전혀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 나쁜 기능은 아니지만, 원작 반영이라긴 좀 억지스러운 '스킬 공유'


▲ 옷도 다 맞췄는데, 게임 내에선 고글까지 써서 더 구분이 안간다

그렇다면 게임성은? 공각기동대의 탈을 쓴 ‘서든어택’

분명 ‘공각기동대 온라인’은 원작 마니아의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그렇다면 ‘공각기동대’가 아닌 그저 하나의 FPS로써는 어떨까? 본 기자의 소감은 게임의 템포가 상당히 빠르고, 전반적으로 가볍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넥슨GT의 ‘서든어택’을 하는 듯 했다. 즉 좋게 보면 대세를 잘 따른 것이고, 나쁘게 보면 혁신이 전혀 없다.

게임의 배경이 2030년임에도 ‘AK-47’처럼 익숙한 총기가 등장하는데, 난사라도 하지 않는 이상 조준간이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달리기의 제한이 있거나 숨이 차지도 않고 사용법이 까다로운 특수 장비 같은 것도 없다. 맵도 대부분 교전이 끊임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짧고 선형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캐쥬얼한 게임성은 마치 ‘서든어택’을 연상케 한다.


▲ 게임 자체는 그냥 흔하디 흔한 온라인 FPS다


▲ 2030년에도 현역인 자랑스러운 국산총 K2

조작법은 FPS를 한번이라도 해본 게이머라도 곧바로 적응할 수 있다. 쉬프트키로 달리고 컨트롤키로 앉고, 마우스 오른클릭으로 조준하고 왼클릭으로 쏘면 된다. 여기에 Q키로는 ‘공각기동대 온라인’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 방어막이나 포탑을 설치하고 적에게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스킬을 자주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스킬을 사용하려면 적을 죽여서 게이지를 채워야 하는데, 스킬 한 번을 위해 3~4킬을 해야 한다. 심지어 이렇게 힘들여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잠시 부가적인 효과를 얻는 것뿐이다. ‘공각기동대 온라인’에서 전투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사격이며, 스킬은 보조적인 위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즉, 스킬이야말로 이 게임이 경쟁작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임에도 이를 스스로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 부가적인 화력을 제공하는 '암런처'


▲ 스킬을 더 자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팀 데스매치’, ‘거점 폭파’, ‘거점 점령’ 3가지가 있는데, 모두 이제껏 너무나 많이 보아온 콘텐츠들이다. 그나마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거점 점령’은 맵 곳곳에 위치한 단말기를 상대보다 먼저 더 많이 점령하면 승리하는 모드인데, 단말기를 확보할 때마다 귀여운 ‘타치코마’가 나온다. 물론 외형이 ‘타치코마’라는 점 외에는 기존의 지원병력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말이다. 다만 이 부분은 첫 테스트인 만큼 기본적인 모드부터 검증했다고 볼 수 있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에피소드’, ‘비밀조직’, ‘은신처수사’가 남아있으므로 좀 더 기다려보도록 하자.


▲ 그래도 타치코마의 3D 모델은 참 매력적이다


▲ 타치코마야 아프지 마ㅜㅜ

5일간의 테스트에서 만나본 ‘공각기동대 온라인’은 ‘서든어택’에서 멀어지길 원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원작을 연상케 하는 요소도 있지만 너무 일부분이라 굳이 ‘공각기동대’ IP가 없더라도 캐릭터만 바꿔서 그대로 낼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장르적 혁신을 꾀하기 보단 기존 게임들의 변주에 그친 것이 아쉽다. 기존 흥행작과 똑같은 알맹이에 인기 애니메이션의 껍질만 씌운다고 좋은 게임은 아닐 것이다. 부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에피소드’, ‘비밀조직’, ‘은신처수사’가 이 같은 실망감을 뒤집을 ‘반전’이 되어주길 바란다.


▲ 아직 비활성화 상태인 '에피소드', '비밀조직', '은신처수사'


▲ 만약 이마저도 실망스럽다면...
김영훈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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