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 넘어 숨구멍 찾은 국내 게임사들

▲ 2023년 3분기 국내 게임 상장사 실적 (자료출처: 전자공시 및 각 게임사 IR 페이지)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게임 상장사를 관통하는 이슈는 불황이었다. 작년 연말부터 불거지더니 1분기와 2분기에 게임사 상당수가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거나 큰 폭으로 감소하며 실적부진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졌다. 다만 3분기부터는 상반기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전반적인 상황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숨 쉴 틈을 찾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곳은 네오위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86% 증가했는데, 3분기 실적을 견인한 주역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한 PC/콘솔 소울라이크 신작 ‘P의 거짓’이다. 특히 고무적이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해외 판매 비중이 90%이며, 손익분기점도 조기에 넘겼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 간 PC/콘솔 타이틀을 새 먹거리로 삼으며 스팀 등에 꾸준히 게임을 출시해온 과정이 P의 거짓을 통해 빛을 봤다고 볼 수 있다.

연매출 첫 ‘4조 달성’을 눈앞에 둔 넥슨 역시 새로운 시도로 호성적을 거뒀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23%, 47% 늘었고,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 원에 도달했기에 4분기에도 3분기 수준의 매출을 유지한다면 4조 원 달성도 가능하다. 넥슨의 경우 FC 온라인, 블루 아카이브 등 탄탄한 기존작에 북미/유럽 매출을 78% 끌어올린 데이브 더 다이브가 더해지며 PC/콘솔을 중심으로 한 국내와 중국 외 지역 진출에 탄력이 붙었다. 아울러 넥슨게임즈 역시 블루 아카이브, 히트2로 3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 네오위즈는 P의 거짓을 토대로 PC/콘솔 장기 투자에 대한 빛을 보았다 (자료출처: 네오위즈 IR 페이지)

▲ 데이브 더 다이버 성과로 북미/유럽 매출이 76% 증가한 넥슨 (자료출처: 넥슨 IR 페이지)

기존과 동일한 모바일게임 중심에서도 전과 다른 전략을 편 게임사가 두각을 보였다. 우선 크래프톤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9% 증가했고, 그 배경에는 지난 5월부터 서비스가 재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이하 BGMI)가 있다. 크래프톤은 서비스 재개 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중단 직전보다 19% 상승했다.

넷마블 역시 적자에서 탈출하지는 못했으나 외부 IP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IP 비중을 늘리며 적자폭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실제로 넷마블 3분기 영업비용 중 지급수수료는 자체 IP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며 전년 동기보다 14.1% 감소했다. 아울러 넷마블은 9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 3분기 출시작 성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7개월 간 누적 매출 2,000억 원을 기록한 나이트 크로우 성과에 미르의 전설 IP를 둘러싼 액토즈소프트와의 분쟁이 중단되며 지난 9월에 계약금 1,000억 원을 수령한 위메이드 ▲제노니아, 빛의 계승자 등 모바일 신작에 힘입어 흑자전환한 컴투스홀딩스 ▲지난 5월부터 중화권과 동남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해온 씰M 성과로 매출 56.2% 증가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플레이위드코리아 등이 고전 끝에 살 길을 찾아냈다.

▲ 자체 IP 비중을 높인 넷마블 (자료출처: 넷마블 IR 페이지)

▲ 나이크 크로우와 액토즈소프트 계약금 수령으로 위메이드 게임과 라이선스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료출처: 위메이드 IR 페이지)

반면, 아직 새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한 게임사는 실적부진이 더 짙어졌다. 리니지W 매출이 54.3% 감소하며, 영업이익이 89% 감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 신작 발굴을 하지 못한 가운데 기존작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웹젠, 위메이드맥스, 위메이드플레이 ▲7월에 출시된 신작인 아레스: 라이즈 오브 더 가디언즈가 더해졌음에도 기존 타이틀 매출하락이 심화되며 영업이익이 48.4% 하락한 카카오게임즈 ▲게임 외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미디어 콘텐츠 사업 부진에 발목이 잡히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컴투스 등도 이에 속한다.

특히 3분기를 포함해 올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부분은 한정된 매출을 비슷한 게임 여러 개가 나눠먹는 ‘파이 경쟁’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모바일게임 이용률은 62.2%에서 53.2%로 11.5%p 줄었다. 게임을 이용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는 모바일게임 비중이 작년과 동일한 수준인 84.2%였다는 점과 함께 생각해보면 신규 유저 유입이 둔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엔씨소프트 2022년 3분기~2023년 3분기 모바일게임 매출 추이, 리니지W 하락폭이 크다 (자료출처: 엔씨소프트 IR 페이지)

아울러 3분기 중 구글 플레이 매출 TOP5를 꾸준히 지켜온 리니지W가 매출 자체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을 토대로 생각하면 최상위 게임에 쏠렸던 매출이 비슷한 게임성을 앞세운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며 소위 대규모 전쟁을 앞세운 모바일 MMORPG 매출이 하향 평준화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국내나 대만 등 좁은 시장을 겨냥한 특정 장르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4분기 이후에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장르, 색다른 플랫폼, 기존과 다른 신 시장 공략에 나서는 국내 게임사 움직임이 더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 단초를 오는 16일 개막하는 지스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슈팅 신작 LLL,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한 PC MMORPG 신작 TL 등을 출품하며, 넷마블 역시 데미스 리본, RF 온라인 등 자사 IP 타이틀을 전면에 앞세우며, 웹젠은 자체 개발작인 테르비스 등 애니메이션 느낌을 앞세운 신작 3종을 출품한다. 이러한 활동이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