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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우승 뒤에는 엔씨소프트 기술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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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다이노스 통합우승 당시 집행검 세리머니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공식 페이스북)

NC 다이노스는 2018년과 2020년을 사이 극적인 변화를 일궈냈다. 2018년은 순위 자체도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고, 경기력도 기존에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쳤다. 그로부터 불과 2년이 지난 2020년에 NC 다이노스는 정규시즌 1위는 물론 한국시리즈도 승리로 장식하며, 창단 9년 만에 첫 통합우승을 기록했다.

2018년과 2020년 사이에 주요 기록을 살펴보면 NC 다이노스의 달라진 면모가 눈에 확 들어온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타율과 홈런 수다. 2018년 NC 다이노스는 타율은 0.261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았고, 홈런 수 역시 143개에 머물며 10위에 그쳤다. 그런데 2020년에는 타율은 0.291로 2위, 홈런 수는 187개로 1위를 달성했다. 2018년 NC 다이노스의 단점 중 하나는 타선이 부진하다는 것이었는데, 2019년에 단점을 극복하고, 2020년에는 압도적인 타선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 뒤에는 엔씨소프트가 공을 들여온 ‘데이터 야구’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NC 다이노스를 창단한 2011년부터 사내에 야구 데이터팀을 만들었고, 2013년부터 선수 및 코칭스태프에게 모바일 야구 전력분석 시스템 ‘D라커’를 제공하고 있다. D라커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휴대용 기기로 접속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시스템인데, 선수 영상은 물론 경기 기록, 투구 추적과 같은 트랙킹 데이터 등을 살펴보면서 스스로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2019년부터 NC 다이노스 감독을 맡아온 이동욱 감독은 팀이 출범할 때부터 수비코치를 맡아왔으며, 선수 육성과 경기에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왔다. 취임식에서 이동욱 감독은 “지지 않는 야구를 할 것이다. 데이터에 의한 확률 높은 야구를 하려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2019 시즌을 준비하며 NC 다이노스는 이동욱 감독 선임과 함께 야구단 안에 선수와 비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데이터팀을 새로 꾸렸다. 이후 경기 현장과 데이터팀 간 협력을 강화하며 공을 치는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는 전략으로 팀 홈런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에는 데이터 야구를 좀 더 강화했다. 2020년 2월에는 NC 다이노스 1군과 2군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원에게 태블릿 PC 120대를 지원했고, 전지훈련에 비선수 출신 매너지 3명을 파견해서 훈련 현장에 분석장비를 설치하고, 선수들에게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줬다. 여기에 데이터를 숫자가 아닌 그림으로 보여주며 선수들이 좀 더 쉽게 자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올해 2월에 진행된 데이터팀 교육을 듣고 있는 선수단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

중요한 것은 데이터에 매몰된 야구가 아니라, 데이터를 근거로 삼아 선수 스스로가 개인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20년 정규시즌 우승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NC 다이노스 구창모는 “데이터팀의 열정적인 도움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자료를 보고 생각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그게 전부다”라고 밝힌 바 있다.

TJ 쿠폰 발굴한 데이터의 힘이 야구에도 이어지다

2013년 당시에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던 ‘데이터 아구’를 NC 다이노스가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10년부터 게임 데이터 분석 전담팀을 운영해온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이 있다. 엔씨소프트 데이터센터에는 현재 7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 역할은 엔씨소프트 게임 로그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게임 개발과 마케팅에 원하는 부분을 뽑아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는 부정행위 적발, 유저 동향 파악, 이탈 원인 파악 등 여러 분야에 쓰인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것이 2018년에 처음 등장한 TJ 쿠폰이다. TJ 쿠폰은 강화 실패로 소멸한 아이템을 복구해주는 것인데, 사라진 아이템을 되살리는 쿠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유저가 기존에 게임에서 어떤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이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완성된 TJ 쿠폰은 게임 잔존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TJ 쿠폰은 지금도 중요 업데이트에 빠지지 않는 아이템으로 쓰이고 있다.

▲ 리니지M 출시 3주년에도 등장한 TJ 쿠폰 (사진출처: 리니지M 3주년 온라인 컨퍼런스 키노트 갈무리)

12월 14일 기준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구글플레이 매출 1, 2위를 기록 중인데, 데이터를 근거로 한 라이브 서비스 전략이 그 배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10년부터 데이터 분석 전담 팀을 꾸리며 쌓아온 엔씨소프트 기술력이 게임의 장기흥행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야구단 전력 강화에도 기여했다.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게임과 야구 두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일궈낸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은 데이터 분석에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와 함께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분야 중 하나가 인공지능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해, 현재 5개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이렇게 발굴한 인공지능 기술은 게임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야구에 관련해서도 팬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2018년에 출시한 야구 정보 앱 ‘페이지’다.

엔씨소프트는 야구단 창단 이후부터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물이 페이지 앱이라 할 수 있다. 선수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이 편집한 주요 영상과 보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선수가 홈런을 쳤지?’와 같은 이용자 질문에 답해주는 챗봇도 포함되어 있다. 보유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야구 정보를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 엔씨소프트 야구정보 앱 '페이지'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최근에는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중계에 쓸 수 있는 인공지능 목소리도 만들었다. 중계에 쓰이는 목소리는 생동감이 생명이다. 두 팀간 점수차이가 단 1점인 상황에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잡은 선수가 등장한다면 중계진 역시 말이 빨라지고, 톤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지하철 안내 방송에 쓰는 낭독체나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톤인 대화체로 풀어낸다면 긴박감이 살아나지 않는다.

따라서 스포츠 중계에 쓰이는 인공지능이라면 다른 목소리보다 감정표현에 강해야 한다. 엔씨소프트가 이번에 공개한 중계체 인공지능 목소리는 다양한 억양을 표현하고 제어하기 위한 ‘운율 제어’ 기술이 반영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감정표현 수준과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 아울러 경기 상황에 맞는 감탄사와 ‘어, 아, 저, 예’ 등 중계에 어울리는 추임새(간투어)를 넣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 현장감이 생명인 스포츠 중계에 쓸 수 있는 인공지능 목소리도 만들었다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2010년부터 엔씨소프트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전담조직을 만들고,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게임사업 규모를 키워옴과 동시에 NC 다이노스 전력을 강화시켜 창단 9년 만에 첫 우승을 이뤘다. 더 주목할 부분은 기술을 활용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야구정보 앱과 인공지능 목소리 개발을 넘어 최근에는 AI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와 금융이라는 새로운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그 기반에는 10년 간 다져온 기술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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