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PUBLISHER: KAKAO GAMES CORP.

[Why?] 우마무스메 – 리본은 우연이 아닙니다, 다 계산된 디자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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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수준 높은 고증이다. 종종 게임이나 매체를 즐기다가 '이거 뭔가 이상한데?'라는 의문이 생기면, 십중팔구 누군가 '그거 고증이에요'라고 답한다. 이에 반쯤 속는 기분으로 유례를 찾아보면, 정말로 실제 말이나 에피소드를 고증해 놀라움을 겪게 된다. 여기서 재미를 느낀 일부 트레이너는 관련 자료를 수집해 공유하면서 콘텐츠를 즐기곤 한다.

'우마무스메=Why?'는 이런 게임 속 고증 요소를 파고드는 코너다. 첫 주제는 캐릭터가 착용한 의상이다. 우마무스메의 디자인을 잘 보면 귀장식이나 독특한 패션 감각을 뽐내는데, 사실 여기에는 일정한 규칙과 함께 고증이 반영됐다. 함께 소녀들의 의상을 보고, 고증의 세계에 빠져보자.

아이템은 인간 스포츠 선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네

나리타 브라이언: 이 반창고? 다쳐서 붙인 건 아니야

▲ 그녀의 목 장식이 실제 섀도우 롤을 쏙 빼닮았으니 참고하자 (사진: 국민트리 제작)

학생회의 나리타 브라이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일본에는 '반쵸'라는 단어가 있는데, 서브 컬처에서는 보통 어깨가 넓은 불량 학생 속성으로 통한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3, 4부의 주인공 쿠죠 죠타로와 히가시카타 죠스케가 좋은 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에선 나리타 브라이언이 딱 이런 패션으로 차려입는다.

주목할 건 콧잔등의 반창고다. 혈기 넘치는 인물이나 싸움을 좋아하는 반쵸 속성을 어필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물론, 그녀는 겉모습만 반쵸라 상처를 가리려고 붙인 건 아니다. 인게임에서는 언니인 비와 하야히데가 붙여준 마법의 아이템이고, 이걸 붙이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반창고 하나에 자세한 설정이 붙은 건 실제 말과 관련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말은 머리가 좋고 예민하기로 유명한 동물이다. 골드 쉽의 실제 말은 카메라를 이해하고 포즈를 취하거나 장난치다 경기를 망치자 조련사의 시선을 피한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똑똑하고 예민하다는 건 겁이 많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실제 말 나리타 브라이언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놀라 경기에 집중하질 못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착용한 아이템이 섀도우 롤이다. 말의 콧등에 안경처럼 씌워 아래쪽 시야를 차단한다. 나리타 브라이언은 섀도우 롤을 쓴 후 빼어난 성적을 뽐냈고, 그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했다. 우마무스메 나리타 브라이언의 디자인에 반창고가 빠지지 않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나리타 브라이언을 육성한 트레이너라면 여기서 그녀의 고유 스킬 'Shadow Break'가 떠오를 것이다. 사방에서 그림자가 몰려오자 브라이언이 지면에 주먹을 내리꽂고, 바위 파편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멋진 연출이다. 하지만, 실제 말은 섀도우 롤을 사용할 정도로 그림자를 무서워했다. 그리고 육성 중 같은 이유로 의욕이 감소하는 이벤트가 나온다. 이런 사정을 알고 나면 굉장히 귀여운 스킬이 따로 없다.

머리카락 색깔이 유독 튄다면 멘코를 살펴보자

▲ 머리 색깔이 이상하다고? 당연히 이것도 고증이다 (사진; 국민트리 제작)

몇몇 우마무스메가 착용한 귀마개도 실제 말이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정식 명칭은 '멘코'이며, 섀도우 롤처럼 말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용도다. 멘코를 착용한 실제 말은 하루 우라라나 사일런스 스즈카가 있다. 보통 집중력이 낮거나 투쟁심이 강한 말에게 씌우는 편이다.

그동안 등장한 우마무스메를 보면 갈색에서 검은색, 드물게 금, 은발이 있다. 실제 말의 털 색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분홍 머리인 하루 우라라, 파란색과 청록색 투 톤 헤어인 트윈 터보는 유독 인상이 튄다는 평가를 받는데, 실제 말이 착용한 멘코 색깔을 반영한 결과다.

여기서 하루 우라라의 멘코에는 조금 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우라라는 실제 말과 우마무스메 모두 실력이 부족한 언더 독이다. 그 대신 압도적인 체력으로 경기를 많이 뛰었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 생존한 독특한 사례다. 이에 담당 조교사가 캐릭터 어필을 위해 멘코에 헬로키티 장식을 붙여준 게 우마무스메의 디자인에 반영된 것이다. 위 이미지에서 우라라의 의상을 보자. 헬로키티의 상징인 멜빵 바지가 보일 것이다.

더불어 착용한 우마무스메가 너무 적어 미처 소개하지 못했지만, 말이 착용하는 아이템 중 '블링커'라는 물건이 있다. 혹시 사극이나 중세 전쟁물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이때 말의 투구를 유심히 살피면 종종 눈가에 볼록 튀어나와 시야를 가리는 장치가 있을 것이다. 이게 블링커다. 용도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집중력이 낮은 말에게 씌우는 것이다.

그럼 이 장비를 왜 소개하는지 궁금할 텐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언급한 세 장비를 모두 착용한 말이 있어서다. 섀도우 롤로 하단, 블링커로 측면과 후방 시야를 차단하고, 멘코로 소리까지 가린다.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까지 해서 말을 듣게 하느냐고? 허허, 우리가 아는 우마무스메 중 그럴만한 인물은 딱 한 명뿐이지 않은가? 바로 세기말 기행마 골드 쉽이다.

골드 쉽: '블링커 + 섀도우 롤 + 멘코' 그랜드 슬램 달성!

▲ 얘는 진짜 정체가 뭘까? (사진: 국민트리 제작)

앞서 소개한 아이템의 착용 예시를 소개할 겸 실제 말 골드 쉽이 착용했다는 아이템을 그려보았다. 이렇게 보니 나름의 멋이 있긴 한데, 막 장비별 용도를 알아본지라 솔직히 께름칙한 기분이 든다. 경기 한 번 뛰자고 이걸 모두 착용해야 한다니, 당시 조교사와 기수를 비롯한 관계자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앞이 캄캄하다.

골드 쉽의 통제 불능한 성격은 경마나 우마무스메에 막 입문한 팬도 알만큼 악명 높다. 생전 처음 백인을 보자 가르쳐준 적도 없는 게걸음을 하면서 구경하는가 하면, 카메라만 보면 이상한 표정을 짓는 습관이 있다. 은퇴해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지금도 이런다는데, 머리가 너무 좋다 보니 카메라를 들이대는 목적이 뭔지 알아 팬 서비스를 해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우마무스메 골드 쉽을 보면 이상한 귀마개와 모자 외에는 장식이 보이지 않는다. 얼굴에 너무 많은 장식을 착용해 디자인을 망치지 않도록 절제한 듯싶다. 실제 말의 경기 장면을 촬영한 자료에는 몇몇 경기에서 멘코를 땐 적도 있으니 이 정도면 세이프가 아닐까 싶다.

▲ 저 장식이 귀마개가 맞는지, 또는 뭘 가리는 게 목적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여기서 포인트는 그녀의 상징인 거대한 귀마개다. 오픈 초창기부터 많은 팬의 호기심을 산 정체불명의 아이템이다. 실제 말의 장비에 대한 정보가 풀리자 '블링커 아닐까?'라는 설득력 있는 분석이 나왔는데, 근거는 우마무스메의 신체 구조다. 우마무스메는 다른 서브컬처의 동물귀 캐릭터와 달리 얼굴 양옆에 귀가 없다. 즉, 멘코는 아니라는 계산이다.

'블링커가 아니라 마칭 밴드 의상 고증'이라는 색다른 의견도 제시된 바 있다. 마칭 밴드란 거리를 행진하며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의 일종이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디자인 틀이 있다. 마침 골드 쉽의 의상 디자인이 이 패턴에 꼭 맞는다는 것이다. 핵심은 제복의 모자다. 원통형 캡 모자가 기본이고, 캡 양옆에 커다란 버튼 모양 장식이 있다. 이를 부품별로 나누고 버튼 크기를 키워 귀마개처럼 만들었다는 의견이다. 과연 진실은 어느 쪽일까? 언젠가 개발사에서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귀 장식 위치가 실제 말의 성별을 뜻한다

▲ 오른쪽 귀 장식은 실제 말이 수컷, 왼쪽은 암컷을 뜻한다 (사진: 국민트리 제작)

우마무스메의 귀 장식을 끝으로 첫 번째 시간을 마무리하자. 작품 속 캐릭터 디자인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다. 바로 어떤 한쪽 귀에 리본 같은 장식을 하는 것이다. 무심코 흘려넘길 수 있지만, 여기에도 사이게임즈의 세심한 장치가 숨겨져 있다. 장식의 위치가 실제 말의 성별을 나타내는 것이다. 귀 장식이 캐릭터 시점을 기준으로 오른쪽이라면 실제 말이 수컷, 왼쪽이라면 암컷이다.

이 규칙을 벗어나는 우마무스메가 딱 한 명 있다. 바로 SSR 지능 서포트 카드로 유명한 파인 모션이다. 그녀는 유일하게 양쪽 귀 모두 장식을 하고 있는데, 실제 말이 불임이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관계자들은 파인 모션이 성 염색체 이상이 아닐지 걱정했고, 추후 목장 대표가 사실이라고 발표했다. 여로모로 안타까운 사례다.

더불어 앞서 살펴 본 트윈 터보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 친구도 양쪽 귀에 리본을 맨 것처럼 보여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 조사를 해보았는데, 실제 말은 건강한 수컷이었다. 그리고 해외 서버 인게임 영상을 통해 사실 귀가 아니라 트윈 테일 장식이라 걸 알게됐다. GM 까막이 낚인 것이다. 여러분은 낚이지 않도록 도감 페이지의 의상 버튼을 눌러 캐릭터 모델링을 이리저리 돌려보길 바란다.

김태호 기자 좋은 게임은 즐거운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GM 까막입니다. 언제나 게이머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열정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유저리뷰
  • 스토리가 진짜 최고입니다미니스페넛2022년 11월 2일
    9.3
  • 게임 하나는 진짜 잘 만들었다frizmConan2022년 11월 2일
    9.5
  • 확실히 스토리나 케릭터성 그리고 경마를 잘 녹여낸 잘만든 게임 캐릭터는 귀엽고, SR카드도 성능 괜찮은 게 많고, 굳이 3성을 많이 뽑지 않아도 돼서 좋음쌀꾺쑤뚝뺴끼2022년 11월 2일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