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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할아버지와 손녀의 흑백 동화, ‘가짜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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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하트 메인 이미지 (사진제공: 블랜비)
▲ 가짜 하트 메인 이미지 (사진제공: 블랜비)

루이스 캐럴이 집필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전부터 다양한 미디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금발벽안의 사랑스러운 소녀 앨리스가 정체 모를 시계토끼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낯설고도 흥미로운 설정으로 가득하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 원전이 나온 시점이 1865년이니 이제는 어떻게 작업해도 새로운 느낌을 만들기가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홍익대 인디게임 개발팀 ‘블랜비’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삼은 게임을 고민하다, 인물들의 이름과 콘셉트만 따와서 새로운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서서히 구체화 됐고, 마침내 탄생한 것이 바로 비주얼 노벨 ‘가짜 하트’다.

흑백으로 표현되는 세상에서 아주 가끔 색이 피어나는 게임 ‘가짜 하트’를 통해 개발팀 ‘블랜비’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게임메카는 학생 인디게임 개발팀 ‘블랜비’ 대표인 김효현 디렉터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흑백의 세상에서 아주 가끔 색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제공: 블랜비)
▲ 흑백의 세상에서 아주 가끔 색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제공: 블랜비)

색을 잃은 동화작가 제이드, 그리고 손녀 사라

‘가짜 하트’라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노년의 동화작가 ‘제이드’와 초등학생 손녀딸 ‘사라’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주가 된다. 플레이어는 ‘제이드’의 시각에서 다양한 사건들과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에피소드 속 내용을 서술하는 방법으로 잘 알려진 소재와 어렵지 않은 조작방식, 익숙한 SNS 형태의 UI를 채용해 게임 자체의 접근성을 낮춘 게 특징이다.

게임은 에피소드를 뚜렷하게 서술하면서도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 비주얼 노벨 장르다. 김 디렉터에게 있어 게임을 즐기기 위해 공부가 필수적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게임을 하는 일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비주얼 노벨 장르를 채택하면서도, 게임으로서의 맛을 살리는 일은 손녀 ‘사라’를 돌보는 과정이나 가족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인터랙션으로 보강했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좋아하는 악곡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악곡 수집 시스템도 도입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사진출처: 가짜 하트 텀블벅 페이지)
▲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가 주다 (사진출처: 가짜 하트 텀블벅 페이지)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악곡을 수집할 수도 있다 (사진제공: 블랜비)
▲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악곡을 수집할 수도 있다 (사진제공: 블랜비)

수집한 악곡은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다 (사진제공: 블랜비)
▲ 수집한 악곡은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다 (사진제공: 블랜비)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가 주가 되지만, 때로는 ‘제이드’와 아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제이드’만의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항상 포근한 일상을 만날 수는 없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서로 다른 이들을 만나며 발생하는 ‘제이드’의 변화 그 자체에 초점을 두게 된다. 그렇게 ‘가짜 하트’는 게임을 진행하며 발생하는 여러 갈등에서 옳고 그름, 양심과 도덕, 선과 악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 한다.


손녀가 아닌 이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사진제공: 블랜비)
▲ 손녀가 아닌 이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제이드'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사진제공: 블랜비)

여덟 명의 팀, 하나의 이야기

가짜 하트를 만든 제작팀 ‘블랜비’는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게임학부와 디자인컨버전스 소속 학생을 중심으로 2020년도에 결성된 인디게임 개발팀이다. 현재 디렉터를 포함, 총 8명의 인원이 함께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김 디렉터는 간혹 ‘비주얼 노벨’과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유명하거나 흥행한 비주얼 노벨들이 이와 같은 특징을 가지다 보니 은연중에 그런 인식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 비주얼 노벨 안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이야기 장르가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블랜비의 이런 노력이 앞으로도 많은 게이머의 인식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가짜 하트를 개발 중인 팀 블랜비 (사진제공: 블랜비)
▲ 가짜 하트를 개발 중인 팀 블랜비 (사진제공: 블랜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로 만들고 싶다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 디렉터는 ‘소통’이라 답했다. 개발 상황과 장르에 따라 다양한 우선순위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팀 작업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선 ‘소통’이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일 순위라서다. 게다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와 제작진간의 소통도 게임을 만듦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작품에 엄청난 철학과 예술을 담았다 한들, 아무도 플레이하지 않는다면 그게 게임으로써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김 디렉터의 가장 가까운 목표는 ‘블랜비’라는 팀을 스타트업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어쩌면 치기 어린 학생들의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한순간의 꿈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반짝이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블랜비’는 그렇게 세 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블랜비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사진출처: 가짜 하트 텀블벅 페이지)
▲ 블랜비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사진출처: 가짜 하트 텀블벅 페이지)

“작년에 참여한 BIC와 G-STAR 행사부터 이번에 진행하게 된 펀딩까지. 계속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많은 유저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여러분 덕에 힘든 순간에도 의욕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고, 그렇기에 늘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마주할 수 있었다. 팀을 대표해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말하는 김 디렉터에게는 다음을 향한 에너지가 가득했다. 오는 11월 스팀 앞서 해보기와 스토브 인디 데모로 공개될 ‘가짜 하트’가 담은 진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공개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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