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미드의 원조가 되어버린 CSI 드라마 포스터
인터넷 속도 향상과 미드와 애니메이션 등 풍부한 콘텐츠가 우리나라를 강타하며
영상 플레이어를 쓰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1부 기사의 주제, MP3 파일의 등장이 음원 플레이어의 부흥을 이끌었듯이 200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 AVI와 MP4 등 다양한 포맷의 영상 파일이 등장하면서 이를 쾌적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영상 플레이어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특히 당시 국내에서 감히 경험하기 힘들었던 신선한 소재와 독특한 감성을 품은 미드(미국 드라마)들이 유행하면서 영상 플레이어의 존재감이 더욱 돋보이게 된 것이다.
1부 기사 : <Y2K와 고속 인터넷, 그리고 MP3 플레이어>
적게는 수십 MB에서 많게는 수백 MB에 달하는 파일은 저장 공간의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비교적 빠른 속도로 영상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었던 인터넷 환경의 발전은 윤택한 콘텐츠 생활을 보장했다. 그러나 당시 PC 성능은 고화질 콘텐츠를 볼 엄두는 나지 않았고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한 상황. 따라서 비교적 적은 리소스를 차지하면서 편의성을 갖춘 영상 플레이어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밀레니엄 시대, 고속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영상 플레이어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 본다.
자막이 매우 강력했다 ‘사사미2K’
▲ 다양한 기능에 실행에 부담도 적어 초창기 많은 이들이 애용했던 '사사미 2K'
인터넷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려고 하던 2000년대에 등장한 영상 플레이어. SASAMI 2K라는 이름인데 Specially Advanced Synchronized Accessible Media Interchange 2000의 줄임말이기도 하고 천지무용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인 마사키 사사미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다양한 의미로 보이게끔 개발자가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 개발자는 당시 포항공대(포스텍)에 재학 중이던 최의종님으로 알려져 있다.
사사미의 장점은 일단 당시 저성능 PC 시스템을 고려해 매우 가볍게 만들어졌다는 부분이다. 어지간히 고물 PC 시스템이 아니라면 대부분 영상을 보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여기에 SMI 포맷 파일 기반의 자막을 지원함으로써 편의성까지 높였다. 기본적으로 해외에서는 SRT(고속철도 아니다) 포맷의 자막을 많이 쓰는데 이 포맷은 자막마다 싱크를 맞춰야 해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반면 SMI는 HTML 기반으로 편집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당시 주된 콘텐츠가 미국 드라마였기에, 디시인사이드 미드 갤러리 유저들이 자막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었고, 당연히 자연스레 SMI 포맷이 대세가 돼버린 것.
물론 당시엔 저작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이니 이런 전개가 가능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사사미는 이후 등장하는 영상 플레이어의 롤모델 같은 존재다. 2000년대 중반에 제작자가 병역의 의무 때문에 업데이트가 끊기기 전까지 말이다.
미디어라면 다 받아주어라 ‘KM플레이어’
▲ 다양한 포맷을 지원했지만 막판에 이뤄진 역변으로 민심이 떠난 KM플레이어.
빨갛게 분장하고 “대~한민국!”을 외치던 2002년에 등장해 인기를 모았던 영상 플레이어. K-Multimedia Player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초창기에는 사사미2K, 곰플레이어와 뜨거운 경쟁을 펼쳤고 2000년대 후반에는 팟플레이어 등과 경쟁을 펼쳤다. 지금은 아는 이가 많지 않겠지만, 영상 플레이어 천하삼분지계 중 한 축을 담당했던 엄청난 소프트웨어다.
장점은 당시 돌았던 대부분의 미디어 파일을 재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플래시 포맷이었던 SWF부터 이미지 파일인 BMP, JPG까지 볼 수 있었다. 영상은 기본이며 음악 재생도 가능했는데 IRC 형식의 가사까지 대응했기에 KM플레이어 하나면 진짜 다 되었을 정도다. 기본적인 내장 코덱만으로 즉시 구동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었다. 영상 자막 지원도 두말하면 잔소리.
문제는 2008년 판도라TV에 인수되면서 역변했다는 점이다. 설치 과정에서 무분별한 ActiveX 추가, 광고 등이 더해지며 혼돈의 카오스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툴바까지 더해지면서 사용자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설치 과정에서 바이러스 경고가 나타나고 영상 재생 중 광고까지 나오는 기이한 현상까지 더해졌다. 추후 하나 둘 고쳐가며 노력을 했으나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강력하지만 그 때도 강력했다 ‘팟플레이어’
▲ 현재도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영상 플레이어 중 하나인 팟플레이어.
2008년 혜성같이 등장한 영상 플레이어. 놀랍게도 KM플레이어를 개발했던 강용희 님이 다음(Daum)에 입사해 선보인 것이어서 더 주목받았다. 개인 방송용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카카오 TV를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어떻게 보면 정신적인 KM플레이어의 후속작이다. 처음에는 다음 팟 플레이어로 출시됐다가 지금 팟플레이어로 이름이 변경됐다.
이 플레이어는 흥미롭게도 설치하면 재생 전용과 라이브 시청이 가능한 일반 버전 두 가지로 분류된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재생 전용은 말 그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영상 파일을 실행할 수 있고, 일반 버전은 카카오TV와 관련 라이브 영상 시청을 지원한다. 일반 버전도 외부 영상파일 재생은 가능하다.
일단 개발자가 개발자인지라 다양한 영상 재생이 강점이다. 내부 코덱도 탄탄해서 사용자가 이상한 설정만 하지 않으면 대부분 재생 가능하다. 자막도 다양하게 지원하므로 감상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0이라 하겠다. 심지어 그래픽카드의 자원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 DXVA나 엔비디아 CUDA, 인텔 퀵싱크 등도 지원하니 잘 활용하면 훌륭한 품질의 영상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라데온 RX 베가 혹은 RX 500 시리즈 등 AMD 그래픽카드는 플루이드 모션이라고 해서 일반 영상을 초당 60 프레임으로 보정해 주는 기술까지 지원한다. RX 5000 시리즈 이상부터 지원하지 않으니 참고하자. 몇몇 소소한 논란거리가 있지만, 팟플레이어를 대체할 플레이어도 별로 없는지라 많은 이들이 그냥 잘 쓰고 있다.
2000년대 미디어 플레이어 쌍두마차였다 ‘곰플레이어’
▲ 초창기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나 KMP처럼 역변해 민심을 잃은 곰플레이어.
KM플레이어가 등장하고 1년 뒤에 등장했던 영상 플레이어. 곰앤컴퍼니에서 개발했는데 본래 자사에서 서비스하려 했던 P2P 서비스(라고 하지만 불법), 구루구루 기반의 VOD 서비스 제공 목적이 컸다. GOM도 ‘Guruguru Online Movie Player’였다고 한다. 이후 구루구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명칭도 바뀌었고 조금 더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아이콘도 곰발바닥 모양을 썼다.
일단 곰플레이어가 사사미2K의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았던 시점에서 등장했기에 KM플레이어와 아드레날린 정도가 경쟁자였다 할 수 있다. 물론 아드레날린이 여러모로 불안정한 부분이 있어서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KM플레이어나 곰플레이어를 설치했다. 단순히 영상 재생 자체에 목적을 두었다면 KM플레이어를 VOD와 영상 재생에 목적을 뒀다면 곰플레이어를 선호했다.
일단 곰플레이어도 엄청난 기능성과 폭넓은 코덱, 파일 지원으로 인기를 누렸다. 2010년대 후반에는 인텔 HD 그래픽스와 엔비디아 GPU 가속 등을 지원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AMD 플루이드 모션을 지원하지 않았던 것이 아쉽기는 한데 어쩔 수 없는 부분. 그러나 점점 광고를 넣는다거나 설치 과정에서 제휴 링크를 함정으로 넣는 등 논란이 많아 현재는 인기가 시들시들한 상태다.
미디어 플레이어라면 거의 할아버지급 아님? ‘파워DVD’
▲ 나름 광학매채 재생 능력에서는 지존급 성능을 자랑하는 파워DVD.
국내 정서와 약간 안 맞는 인터페이수와 유료라는 점 때문에 인기는 다소 낮은 편이다
지금이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영상 플레이어들이 수두룩하지만, 어떻게 보면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파워DVD가 그것. 1997년에 출시된 이 영상 플레이어는 초창기 영상 전용 CD와 DVD를 PC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프로그램이었다. 보통 과거 광학 드라이브(ODD)를 구매하면 번들로 공CD를 데이터로 꽉 채워주는 네로 버닝롬과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만의 사이버링크에서 개발해 내놓은 파워DVD는 초창기 이렇게 시작했다가 추후 업데이트가 되면서 다양한 파일을 지원하는 영상 플레이어로 발돋움했다. 특히 파일보다 CD나 DVD 등 광학매체를 사용해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에게 각광받았다. 다만 아무래도 해외에서 개발한 플레이어다 보니 영상 재생 과정에서 약간의 불편함은 존재했다. 등장 초기에는 뚜렷한 대항마가 없어 그냥 사용했을 뿐.
하지만 업데이트되면서 기능이 하나 둘 추가되기 시작해 본격적인 영상 플레이어로 발돋움했다. 내부 코덱은 어지간한 영상을 재생하는데 부족함 없었으며 사진과 음악 등 미디어를 폭넓게 다뤘다. 추가로 씨어터HD 모드가 있는데 화질 보정을 거쳐 조금 더 나은 화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블루레이 시대가 되어서는 블루레이 협회(BDA)의 인증까지 받았다. 그런데 PC의 ODD 시대가 저물면서 자연스럽게 아는 사람만 쓰는 그런 플레이어가 되었다. 유료(추후 구독 모델 등장)인데다 우리나라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좀 생소한 미디어 라이브러리 방식을 고집한 것도 아마 한 몫 했으리라 생각된다.
애플+어도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퀵타임 플레이어’
▲ 거의 원조격이지만, 좋아서가 아닌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퀵타임 플레이어
영상 플레이어 중 거의 원조를 꼽는다면 아마 퀵타임 플레이어가 아닐까 싶다. 무려 1991년 등장해 30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플레이어다. 지금도 애플은 자사 PC 시스템 한정으로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다만 윈도우 운영체제에서는 치명적 취약점의 등장으로 어도비 플래시와 함께 퇴출된 플레이어로 기억된다. 반대로 앞서 언급했지만, 맥 운영체제에서는 널리 쓰이는 중.
초창기 퀵타임 플레이어는 설치와 함께 미디어 파일을 모두 퀵타임 플레이어로 연결시켜 귀차니즘을 유발시켰다. 사실 당시 기능적인 면모로 보자면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전문가 시장에서는 눈물을 삼키며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에 사용자층이 존재했다. 기능은 쥐뿔 없는데 초창기 어도비 프리미어에는 퀵타임 플레이어가 필수였기 때문. 그냥 울며 겨자먹기로 썼다고 생각하자.
퀵타임 플레이어는 기본형과 비용을 들여 쓰는 프로 버전이 존재한다. 영상 전문가들은 이 프로 버전을 사용하는데 영상을 1프레임 단위로 볼 수 있다거나 동영상 편집 기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기능은 그냥 별거 없다 생각하면 좋다.
그 외 다양한 영상 플레이어들이 있다
밀레니엄 시대에는 수많은 영상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플레이어를 꼽는다면 SM플레이어, 미디어 플레이어 클래식, VLC 등이 있겠다. 각각의 개성이 뚜렷했지만 어떤 것은 자잘한 문제가 있기도 했고 어떤 것은 복잡해서 인기를 끌지 못하기도 했다.
▲ 셋팅만 잘 한다면 최고의 만족도를 준다는 VLC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먼저 VLC(Video Lan Clients)가 있다. 비디오랜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영상 플레이어다. DVD 매체를 PC에서 재생하고 싶은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프트웨어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파워DVD를 쓰면 되겠지만,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무료인 VLC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매우 뛰어난 호환성을 가졌고 윈도우 운영체제는 물론이거니와 맥OS와 리눅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 가능하다. 다만 윈도우 운영체제 내에서는 특정 파일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면 영상 플레이어 선택지가 많기에 선호 대상은 아니다. 리눅스와 맥OS 등 사용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이것을 보완한 게 M플레이어 계열인데 이 중 SM플레이어가 있다. 윈도우와 리눅스를 지원하며 사용자가 자유롭게 인터페이스 설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등장 초창기에는 VLC 대비 화질이 열악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 부분도 꾸준한 개선을 통해 극복한 상황.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으나 오픈소스 장점이 무엇인가? 내가 프로그램 좀 다룰 줄 알면 마음껏 코딩해서 극복하면 된다.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가 답답해 Gabest라는 개발자가 손수 만든 미디어 플레이어 클래식
미디어 플레이어 클래식(MPC)도 있었다. 그렇다 윈도우 운영체제에 있던 그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마소의 그것을 생각하면 곤란한데 왜냐하면 이름은 비슷하지만, 그 구린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가 답답해 Gabest라는 개발자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인터페이스는 매우 비슷한데 잡다한 요소를 모조리 배제하고 재생 자체에 초점을 둬 선보인 형태가 되었다. 리소스를 많이 차지하지 않았고 다양한 코덱을 지원해 영상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었다. 다만 2006년 이후 업데이트가 끊기면서 서서히 잊혀지게 됐다.
밀레니엄 시대 전후로는 빨리 파일을 내려 받아 콘텐츠를 즐기는데 주목했지 저작권에 대해서는 매우 생소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런 문제가 있었음에도 활발한 온라인 활동(?)으로 인해 우리나라 인터넷과 새로운 콘텐츠 소비가 활발히 이뤄진 부분도 있다. 특히 미국 과학수사대의 이야기를 다룬 CSI 시리즈나 풋풋한 청춘을 다룬 프렌즈 등 미드 열풍이 다양한 확장자(MP4, AVI 등)가 자리 잡는데 일조했다.
이런 시대 흐름을 따라 199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부흥기인 2000년대 전후로는 다양한 영상 플레이어가 등장했고 콘텐츠 르네상스를 주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물론 지금도 당신의 PC에는 영상 플레이어 하나 정도는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의 역할을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 다양한 OTT 서비스가 대체한다는 인상을 준다. 전광석화 같은 인터넷 속도와 PC 환경의 변화는 콘텐츠 소비 유행을 어떻게 이끌어가게 될까?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글 / 해선마스터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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