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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원 가야지! 진에어 조현민 부사장이 잔소리꾼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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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에어 조현민 부사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작년에 e스포츠 업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14년 간 이어온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막을 내린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리그가 없어짐에 따라 기존에 운영되던 ‘스타 2’ 게임단도 해체 수순을 밟았다. 그 와중 팀을 없애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게임단이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2016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한 진에어 그린윙스 ‘스타 2’ 팀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리그가 종료되어도 팀을 유지해 국내 및 해외 리그에서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스타 2’ 게임단의 가장 큰 구심점이었던 프로리그가 없어졌음에도 팀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진에어 조현민 부사장은 팀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밝혔다. 조현민 부사장은 2월 2일, 대한항공 회의실에서 진행된 간담회 현장에서 “다른 것은 신경 쓰이지 않았고 선수들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 프로리그가 없어진다고 해서 ‘스타 2’ 리그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선수들이 죄 없이 실업자처럼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단 우리 선수들을 챙겨야 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라고 말했다.


▲ '스타 2' 프로리그 마지막 우승팀으로 기록된 진에어 그린윙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리고 조현민 부사장의 지원은 단순히 ‘선수 생활’에 그치지 않는다. 조 부사장은 “지난 1월 중순부터 ‘스타 2’ 선수들과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에게 ‘영어 공부’를 필수로 시키고 있다. 그 전에도 학원에 가고 싶다는 선수가 있다면 이를 지원해줬는데 올해부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며 “스타 2와 리그 오브 레전드 감독과 함께 경기 일정에 맞춰 영어 공부를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영어로 시작했지만 중국어나 선수들이 공부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을 최대한 지원해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민 부사장이 ‘공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선수들이 은퇴한 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선수로 활동하든, 해외 팀으로 이적해 글로벌 무대에서 뛰는 프로게이머가 되든, 아니면 e스포츠가 아닌 다른 업계에 취직하든, 어떠한 진로를 선택해도 좀 더 안정적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행에 옮긴 계기는 ‘스타 2’ 프로리그 종료였다. 조 부사장은 “프로리그도 없어지고 다른 팀도 해체되니 선수 생각밖에 안 났다. 최소한 우리 팀에 있는 선수들만이라도 안정적으로 앞으로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 은퇴 후 진로 탐색은 프로게이머에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사진은 2016 e스포츠 선수 소양교육 현장 (사진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이어서 그는 “미국에 대학 e스포츠 팀들이 등장하며 ‘학원스포츠’ 문화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아이비리그의 경우 공식 팀은 아니지만 동호회 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학 e스포츠 리그도 활발하다. 이 친구들은 e스포츠 선수로 뛰지 않더라도 일단 대학교를 마쳤기에 다른 진로를 찾을 때 유리하다”라며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경우 너무 어릴 때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게임만 하고 있기에 은퇴한 다음의 미래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프로리그 종료 후 일련의 사태를 보며 이번에야말로 선수들이 ‘은퇴플랜’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 성적을 무시할 수 없지만 선수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라고 말했다.

진에어가 롤드컵에 진출한다면, 래핑한 항공기로 태워다 주겠다

조현민 부사장은 바쁜 일정에도 선수들이 입을 유니폼을 손수 골랐을 정도로 팀을 살뜰하게 챙겨왔다. 그 배경에는 e스포츠 그리고 진에어 그린윙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대한항공의 스타리그 후원 결정에 큰 공을 세웠으며 2011년에는 진에어가 스타리그의 후원사로 나서기도 했다. 특히 2010년에 열린 스타리그의 경우 국내 최초로 항공기 격납고에서 e스포츠 결승전이 열리는 기념비적인 일도 있었다.

이러한 특별한 경험은 진에어 그린윙스에도 이어졌다. 2013년에 열린 후원식 현장에서 조현민 부사장은 ‘진에어 그린윙스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항공기에 기념 래핑을 선보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건 말로 끝나지 않았다. 2014년에는 진에어 소속 ‘스타 2’ 선수 김유진의 IEM 월드챔피언십 우승과 ‘스타 2’ 팀 프로리그 2라운드 우승을 기념해 선수들의 얼굴을 입힌 항공기를 공개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5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선전을 기원한 ‘항공기 래핑’을 또 선보인 것이다.


▲ 스타 2 선수단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래핑 항공기' 공개 행사
(사진제공: 진에어)

그리고 조현민 부사장은 간담회 현장에서 새로운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만약 진에어 그린윙스가 올해 롤드컵에 진출한다면 선수 얼굴을 래핑한 항공기로 경기가 열리는 곳까지 태워다 줄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은 물론 그린윙스의 팬들도 같이 타고 갈 수 있도록 특별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진에어 그린윙스’ 선수단 비행기를 타고 롤드컵이 열리는 장소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상품’이다. 진에어는 항공사이며 조현민 부사장은 대한항공 입사 때부터 광고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해왔다. 즉, 항공 마케팅에 빠삭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e스포츠 역시 훌륭한 ‘한류 관광 콘텐츠’가 될 저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조 부사장은 “e스포츠는 좋은 관광 상품이자 콘텐츠이며,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중요한 자산이다. 그래서 저희 역시 진에어 그린윙스 후원과 함께 e스포츠와 진에어를 연결한 마케팅을 국내외적으로 강화할 것이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업을 내부에서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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