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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아니면 쪽박? 로또 판이 된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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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5일 구글 플레이 게임 최고 매출 순위, '피망 포커'가 5위에 올랐다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게임사에서 새로운 모바일게임을 출시할 때 가장 큰 목표로 삼는 것이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 진입’이다. 출시 직전에 게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집중적으로 공개하거나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광고를 진행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출시에 맞춰서 끌어들여야 빠르게 TOP10 안에 입성할 수 있는 매출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순위는 당연히 많은 매출과 직결된다. 작년만 해도 통상적으로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는 하루 평균 매출 10억 원, 그 밑으로 한 단계씩 내려갈수록 1억 원씩 줄어든다는 인식이 있었다. 즉, 2위는 9억, 3위는 8억, 4위는 7억, 5위는 6억 순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업계의 인식은 달라졌다. 같은 5위라도 하루 평균 매출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작년만해도 ‘콘크리트처럼 굳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구글 플레이 TOP10은 올해 초부터 변화무쌍하다. ‘삼국블레이드’, ‘파이널 블레이드’, ‘여명’, ‘진 삼국무쌍: 언리쉬드’ 등 대형 게임사에서 나오는 신작이 족족 ‘구글 플레이 TOP10’에 입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신작들이 정말로 ‘1위는 하루 평균 10억 원’이 통하던 기존 TOP10 게임만큼의 매출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일까? 이 시점에서 살펴볼 게임이 있다. 4월 5일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5위를 기록한 ‘피망 포커’다.

‘피망 포커’와 같은 모바일 보드게임은 다른 게임에는 없는 특수성이 있다. 한 달에 이용자가 쓸 수 있는 돈이 50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결제한도가 없는 다른 모바일게임과 비교하면 매출 상승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네오위즈 역시 “지난 달과 비교해 매출이 크게 오를 요인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피망 포커’의 경우 지난해는 가장 높을 때도 TOP10 안에는 들지 못했다. 그런데 매달 거의 일정한 규모의 매출을 기록 중인 ‘피망 포커’가 올해는 TOP5까지 들어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망 포커’의 하루 평균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업계에서는 네오위즈의 보드게임 한 달 평균 매출을 PC와 모바일을 합쳐 40억 원 대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LIG투자증권 김성은 애널리스트 역시 네오위즈의 2016년 보드게임 매출을 556억 원으로 추정했는데 이를 한 달치로 나누면 약 46억 원이다.

여기에 네오위즈는 올해 2월에 진행한 2016년 실적발표 당시 보드게임 매출 추이에 대해 “보드게임 전체에서 모바일이 온라인보다 비중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모바일과 온라인 비중을 6:4로 보면 모바일 매출은 월 24억 원으로 추산된다. 구글 플레이 매출 100위 권에 든 네오위즈 모바일 보드게임은 총 4종인데 이 중 ‘피망 포커’가 독보적으로 순위가 높다. 따라서 대부분의 매출이 ‘피망 포커’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평균 매출은 8,0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업계의 기존 인식은 5위면 일 평균 6억 원 정도라 전망할 수 있는데 이제는 1억 원 대로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1위 밑으로는 고만고만하다, 더 냉혹해진 적자생존

게임업계에서도 구글 플레이 TOP10 게임의 하루 평균 매출이 줄어든 것 같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네오위즈는 “상위권 매출이 줄어들며 상대적으로 균일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던 ‘피망 포커’의 순위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삼국블레이드’를 개발한 액션스퀘어 역시 “구글 상위권 평균 매출이 줄어든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기존 모바일게임 매출이 갑자기 증발하기라도 했다는 것일까? 이 때 게임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매출 블랙홀’이라 불리는 게임이 있다. 지난 12월부터 독보적인 1위를 유지 중인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 2: 레볼루션’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올해 1월에 개최한 ‘넷마블 위드 프레스’ 간담회 현장에서 ‘리니지 2: 레볼루션’이 한 달에 매출 2,060억 원을 기록했으며 하루 최고 매출은 116억 원이라 밝힌 바 있다.


▲ '리니지 2: 레볼루션'이 세운 주요 기록 (사진제공: 넷마블게임즈)

물론 당시는 ‘리니지 2: 레볼루션’이 출시된 직후였기에 그 때 매출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리니지 2: 레볼루션’의 2월과 3월의 하루 평균 매출은 40억 원 대로 추산된다. 앞서 이야기한 ‘매출 1위는 일 평균 10억 원’과 비교하면 업계 인식보다 4배 많은 매출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바일게임 유저들이 시장 밖으로 이탈했다기보다 ‘리니지 2: 레볼루션’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며 상대적으로 다른 게임의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물론 쏠림 현상은 ‘리니지 2: 레볼루션’의 잘못은 아니다. 완성도 높은 그래픽에, 과금 유저와 비 과금 유저가 공존할 수 있는 치밀한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성적을 거둔 것을 ‘잘못’이라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1위’가 모든 것을 갖는 적자생존의 원칙이 더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예전에는 매출 10위 안에 올려놓으면 하루 평균 매출 1억 원을 기대해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10위 안에 들어도 고만고만하다는 것이 현재 모바일 시장이다. ‘1위’라는 극히 제한된 목표를 향해 모든 게임이 달려들어 ‘대박’을 노려야 하는 ‘로또’와 같은 냉혹한 현실이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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