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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GA의 메모리가 두 배? 그럼 성능도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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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할 때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바로 가스레인지로 가져가진 않습니다. 조리대에서 재료를 씻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요.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드디스크나 SSD에서 바로 데이터를 꺼내서 CPU나 그래픽카드로 가져갈 순 없습니다. 필요한 데이터를 우선 시스템 메모리나 비디오 메모리로 올려둔 다음에야 본격적인 연산 작업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메모리의 용량은 크면 클수록 좋고, 속도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다다익선이라 할 수 있겠지요.
 
문제는 균형입니다. 작은 냉장고에 1구짜리 가스레인지를 쓰는데 조리대만 6인 식탁 수준이라면 그 큰 조리대를 다 쓸 일이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CPU나 그래픽카드에서 수행하는 작업이 뻔한데 메모리 용량만 큰돈을 들여서 굳이 늘릴 필요가 있을까요? 용도와 다른 부품의 균형에 맞지 않는 큰 용량의 메모리를 확보하는 데 돈을 쓰기보다는, 차라리 그 돈을 다른 부품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는 과유불급이란 말이 어울리겠지요.
 
시스템 메모리는 그러한 균형을 잡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메모리를 직접 끼우고 빼서 용량과 속도, 채널 구성까지 모두 바꿀 수 있으니까요. 허나 비디오 메모리는 그것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때 이미 비디오 메모리는 정해져 있으며, 이걸 딱히 조절할 방법이 없습니다. 정 원한다면 그래픽카드 자체를 바꿔야겠지요. 따라서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때 자신이 필요한 메모리 용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선 그래픽카드의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3D 게임 성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같은 GPU에 메모리 용량이 다른 그래픽카드를 준비해서 3D 게임의 종류와 해상도, 그래픽 옵션에 따라 성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테스트했습니다. 이걸 토대로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해상도나 옵션에서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가늠하면, 자신에게 알맞은 그래픽카드 비디오 메모리 용량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테스트 조건과 방법
 


 

화려한 그래픽을 지닌 최신 3D 게임은 많은 비디오 메모리를 쓰기 마련입니다.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에선 고해상도에 High 옵션을 줬을 때 비디오 메모리 사용량은 4GB에 육박합니다.
 
다시 조리대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넓은 조리대는 언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바로 한번에 많은 식재료를 올려두고 다듬거나 요리할 때입니다. 메모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불러들여 작업할 때 많은 용량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픽카드 메모리라면 화면에 표시해야 하는 내용이 많거나,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가 많을 경우 대용량 메모리를 유용하게 쓰겠지요. 그럼 그게 언제일까요?
 
우선 화려한 그래픽을 지닌 최신 3D 게임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래픽이 좋다는 건 고해상도 텍스처를 쓰거나 고급 연산 기술이 들어갔다는 소린데, 그럼 거기에 사용하는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겠지요. 또 넓은 무대를 배경으로 하거나 한번에 많은 캐릭터나 물체가 나오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화면을 그려내는 데 준비해야 할 데이터가 늘어나 그만큼 비디오 메모리를 많이 쓰게 됩니다.
 
해상도와 게임의 옵션도 중요합니다. 풀 HD인 1920x1080 해상도는 2백만 개가 좀 넘는 픽셀이 있어야 하지만 4K인 3840x2160 해상도는 830 만개 가까이 되는 픽셀로 구성됩니다. 높은 해상도일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여기에 화려한 광원이나 세밀한 그림자 효과, AA나 AF 같은 후처리를 더하면 비디오 메모리의 사용량 역시 따라 늘어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요? 시스템에서 당장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데이터를 우선해서 비워 나가게 됩니다. 이 중에는 정말로 당장 쓸 일이 없어서, 메모리에 없어도 지금 당장의 화면 출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데이터도 있겠지요. 허나 그렇게 지워진 데이터 중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 데이터를 다시 불러와야 하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연산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이 말인즉슨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넉넉했다면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될 불필요한 작업에 GPU가 매달려, 한 프레임을 그려내는 데 GPU가 거쳐야 할 연산 과정이 더욱 늘어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GPU의 성능이 무한하다면야 상관없겠지만 그럴 리가 없으니 그만큼 성능에서 손해를 보게 되겠지요. 문제는 그래서 성능에 영향을 '얼마나' 주냐는 것입니다. 이를 알아보려면 직접 테스트를 해 봐야 되겠지요?

 

 

최신 게임에선 해상도 설정과 옵션 여부에 따라 권장하는 비디오 메모리 용량은 바뀌게 됩니다. 스크린샷은 GTA V.
 
이를 알아보기 위해 3D마크의 각종 테스트 중 가장 그래픽이 화려한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테스트에 사용했습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는 풀 HD 해상도인 기본 테스트 외에도 2560x1440 해상도인 익스트림, 3840x2160의 4K 해상도인 울트라의 3가지 프리셋이 있으니 해상도에 따라 그래픽카드의 메모리 용량이 3D 그래픽 성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데도 제격이지요. 
 
실제 게임에서의 성능 테스트는 방대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오픈 월드 게임인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파 크라이 4, GTA 5와, 다수의 캐릭터가 나와 대규모 교전을 벌이는 전투씬에서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배틀필드 4,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를 준비했습니다. 또 연산 부하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비디오 메모리 용량에 따라 성능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테스트도 넣었습니다.
 
성능 측정은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의 경우 그래픽 스코어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종합 점수는 CPU가 수행하는 물리 연산 결과가 들어가기에 쓰지 않았습니다. 게임 성능은 프랩스를 사용해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습니다. 또 3D마크와 게임 벤치마크 모두 GPU-Z의 로그 기능을 사용해 비디오 최대 메모리 사용량이 얼마까지 올라기는 지를 기록했습니다. 이러면 비디오 메모리 사용량과 성능의 관계를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요.
 
테스트 방법을 정했으니 다음은 테스트 시스템 차례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그래픽카드의 선택에 대해선 앞에서 이미 말했지요? GPU는 같고 메모리 용량은 달라야 합니다. 물론 이것 외에 다른 것도 가급적 동일한 스펙으로 맞춰주면 벤치마크 과정에서 변수를 줄일 수 있으니 더욱 좋겠지요. 이런 조건에 따라 이번 테스트에선 총 4장의 그래픽카드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이엠텍 XENON 지포스 GTX960 JETSTREAM D5 2GB와 이엠텍 XENON 지포스 GTX960 JETSTREAM D5 4GB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두 그래픽카드는 똑같은 것 같지만,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메모리 용량이 다르지요.

 
뒷면을 보면 4GB 버전은 백플레이트가 있는데 2GB 버전은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지요.

 

쿨러는 두 제품 모두 똑같은 것을 사용합니다. 쿨링 성능의 차이가 테스트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입니다.

 
 


기판 구성마저도 같습니다. NVIDIA의 메인스트림 GPU인 지포스 GTX 960을 장착했으며, 둘 다 앞면에 2개, 뒷면에 2개의 메모리 칩이 붙어 있네요. 그럼 두 그래픽카드는 어느 부분에서 차이를 보일까요?

 

 
 


이엠텍 XENON 지포스 GTX960 JETSTREAM D5 2GB는 엘피다의 W4032BABG-70-F 메모리 칩을 썼습니다. 이 칩 한개의 용량은 0.5GB로 총 4개를 장착해 2GB의 비디오 메모리를 구성했습니다.

 

 


반면 이엠텍 XENON 지포스 GTX960 JETSTREAM D5 4GB는 삼성의 K4G80325FB-HC28 칩이 들어갑니다. 이 칩은 용량이 1GB라서 이것 4개만으로도 4GB의 비디오 메모리를 구축 가능합니다.
 



GPU-Z에서 확인한 두 그래픽카드의 스펙입니다. 같은 GPU를 사용하기에 쉐이더 프로세서의 수가 같습니다. 다만, 메모리 용량 외에 GPU와 메모리의 클럭도 다소 차이나는데요. 2GB 모델이 GPU 클럭 1,203Mhz, 부스트 클럭 1,266Mhz, 메모리 클럭 1,800MHz지만 4GB 모델은 GPU 클럭 1,127Mhz, 부스트 클럭 1,178Mhz, 메모리 클럭 1,753Mhz로 전반적으로 낮습니다. 메모리 대역폭과 텍스처 필레이트가 차이나는 것도 클럭 때문이지요.
 
이대로라면 많은 용량의 비디오 메모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선 2GB 모델의 성능이 다소 높게 나올 겁니다. 연산 성능에 큰 영향을 주는 클럭이 높으니까요. 반대로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한 상황에선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해봄 직 합니다. 클럭은 낮지만, 메모리 용량은 많은 4GB 쪽이 더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진 않겠지요.

 

지포스를 소개했으니 다음은 라데온 차례입니다. SAPPHIRE 라데온 R9 380 OC D5 2GB Dual-X NITRO와 SAPPHIRE 라데온 R9 380 OC D5 4GB Dual-X NITRO를 준비했습니다. 
  
 
이것도 4GB 버전이 백플레이트가 있으나 2GB 버전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4GB가 더 고급 모델이라 할 수 있으니 백플레이트를 넣어준 듯합니다.  
 

두 그래픽카드를 겉으로 봤을 때 백플레이트 외에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으며 쿨러 구성도 같습니다.
 

 
 


두 그래픽카드의 기판 구성 역시 동일합니다. AMD 라데온 R9 380 GPU를 장착하고, 카드 앞면에 4개의 메모리 칩을 부착했는데요.

 

 

SAPPHIRE 라데온 R9 380 OC D5 2GB Dual-X NITRO는 삼성의 K4G20325FS-HC03 칩을 장착했습니다. 이 칩의 용량은 0.5GB로 4개를 모아서 2GB의 비디오 메모리가 나옵니다.

 

 

SAPPHIRE 라데온 R9 380 OC D5 4GB Dual-X NITRO입니다. 1GB의 용량을 지닌 엘피다 W4032BABG-60-F 칩을 4개 장착해 4GB의 비디오 메모리를 만들었습니다.

 

 
GPU-Z에서 두 그래픽카드의 스펙을 확인했습니다. 둘 다 라데온 R9 380이라서 쉐이더 프로세서를 비롯한 핵심 스펙은 같은데요.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클럭입니다. 2GB 모델은 GPU 클럭 1,000Mhz, 메모리 클럭 1,400Mhz며 4GB 모델은 GPU 클럭 1,010Mhz, 메모리 클럭 1,450Mhz입니다. 두 제품의 클럭이 다르긴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진 않으며, 아까는 2GB 모델의 클럭이 더 높았으나 이번엔 4GB 모델의 클럭이 더 높네요.
 
따라서 이 두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비교하면 대용량 비디오 메모리가 필요하지 않을 때에도 4GB 모델이 아주 약간 더 높거나 비슷하게 나올 겁니다. 또 대용량 비디오 메모리를 쓰게 되는 경우에는 클럭이 뒤지지 않는데다 메모리 용량까지 많은 4GB 모델의 성능 우위가 더욱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해도 되겠지요.

 

그래픽카드 외에 모니터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높은 해상도에서 비디오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라 판단했으니 당연히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모니터가 필요하겠지요. 몇몇 특수한 제품을 제외하면 아직은 4K가 일반 사용자들이 접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해상도라 할 수 있는데, 해상도만 4K라고 다 되는 건 아닙니다.
 
HDMI 1.4 규격만 지원하는 4K 모니터의 경우 30Hz로 리프레시율이 제한되니 게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HDMI 2.0이나 디스플레이포트 1.2 포트가 있어야만 3840x2160의 4K 해상도에서도 60Hz의 리프레시율로 화면 표시가 가능하지요. 또 4:4:4 크로마샘플링을 지원해야만 선명하게 글자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선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갖춘 4K 모니터인 와사비망고 UHD430 REAL4K HDMI 2.0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하드웨어는 최신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면 되겠지요. 코어 i5-4670 3.4GHz, DDR3 8GB, 샌디스크 X110 SSD, 윈도 7 64비트에서 테스트했고, 드라이버는 테스트 당시의 최신 공식 버전인 지포스 361.75 WHQL,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 에디션 16.1.1을 사용했습니다. 
  
 
2GB vs 4GB 대결 시작!

 

  

3D마크는 따로 설정할 것이 없습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테스트를 실행해서 그래픽 점수를 따로 집계하면 끝이지요. 3D마크의 결과에는 프레임도 같이 표시되지만, 3D마크는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기에 여기에서도 점수를 대조 데이터로 삼았습니다. 

 

 
지포스 GTX 960은 클럭이 높은 2GB 모델이 익스트림 프리셋까진 더 앞섰으나, 울트라 프리셋에선 4GB 모델의 점수가 역전했습니다. 그 이유는 최대 비디오 메모리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익스트림 프리셋까진 2GB 모델과 4GB 모델 모두 비디오 메모리 사용량이 최대 2GB 남짓이었는데, 울트라 프리셋으로 가면서 그 이상의 메모리가 필요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4GB 모델이 클럭이 낮은데도 유독 울트라 프리셋에서만 높은 점수가 나온 것이지요.
 
라데온 R9 380은 파이어 스트라이크와 익스트림 프리셋까지 비슷한 점수를 기록하다가 울트라 프리셋에서 4GB 모델이 성능 격차를 크게 벌렸습니다. 이것 역시 울트라 프리셋이 3GB 이상의 메모리를 필요로 하기에 나온 결과입니다. 3D마크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4K 해상도에서는 4GB 메모리가 꼭 필요하다고 결론을 낼 수 있겠는데요. 그럼 3D 게임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요?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는 그래픽 프리셋을 High로 설정하고 해상도를 바꿔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지포스 GTX 960은 1920x1080과 2560x1440까지는 클럭이 높은 2GB 모델의 성능이 앞섰으나, 3840x2160 해상도에선 4GB 모델이 역전했습니다. R9 380도 2560x1440 해상도까지는 비슷한 결과를 보이다 3840x2160 해상도에선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다만, 두 그래픽카드 모두 4K 해상도에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만한 프레임을 뽑아주진 못했습니다.
 
비디오 메모리 사용량의 경우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가 꽤 큰 용량을 필요로 하는 듯하네요. 2GB 모델은 비디오 메모리가 항상 꽉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4GB 모델은 해상도에 따라 2.3GB부터 4GB까지 사용량이 달라졌습니다. 허나 프레임과 메모리 사용량을 비교해 보면 저해상도에선 비디오 메모리가 커도 성능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GTA V에서 제공하는 모든 옵션을 전부 최고로 놓기에는 지포스 GTX 960과 라데온 R9 380의 연산 성능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해, 텍스처 품질과 인구 밀도 등의 옵션을 최고로 높으면서 몇몇 특수 효과만 높음 정도로 약간 낮춰 설정했습니다. 또 GTA V가 필요로 하는 메모리보다 실제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낮아도 게임 진행이 가능하게 해주는 '추천 제한 무시' 옵션은 켜고 테스트했습니다. 

 

 
지포스 GTX 960은 해상도를 높여도 시종일관 클럭이 더 높은 2GB 모델이 조금씩 앞선 결과를 보였습니다. 라데온 R9 380은 4GB 모델이 계속 선두를 지켰으나, 두 배나 되는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겉으로 드러날 정도의 격차는 아니었습니다. 그래픽 옵션을 더 높였다면 차이가 더 벌어졌을 수 있겠으나, 30프레임이 안 된다면 게임을 즐길만한 수준은 아니겠지요.
 
비디오 메모리 사용량은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2GB 모델은 2GB라는 용량의 거의 대부분을 활용하며, 4GB 모델에선 3.3~3.5GB 정도를 썼는데 해상도가 커져도 메모리 사용량이 딱히 많이 늘어나진 않았습니다.

 

 
파 크라이 4는 그래픽 품질을 High로 맞추고 해상도를 바꿔가며 테스트했습니다. 더 높은 옵션도 있지만 1920x1080 해상도 기준으로 60프레임 이상은 확실히 나와줘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옵션을 너무 높게 주진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GTA V와 비슷한 결과입니다. 지포스 GTX 960과 라데온 R9 380 모두 클럭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쪽의 성능이 더 높게 나온 것이지요. 비디오 메모리 용량과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최대 비디오 메모리의 결과 역시 GTA V와 같았습니다. 2GB 모델은 2GB 전부를 다 쓰고, 4GB 모델은 그보다 더 여유 있게 쓰는 편입니다. 지포스 GTX 960 4GB는 4K에서 메모리 사용량이 갑자기 올랐고, 라데온 R9 380 4GB는 어느 해상도건 4GB를 거의 다 쓴다는 게 차이점이나, 이것이 성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배틀필드 4는 출시된 지 시간이 좀 된 게임이기에 가장 높은 옵션을 줘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울트라로 설정했습니다. 
 

 

2560x1440 해상도까지는 지포스 GTX 960과 라데온 R9 380이 모두 비디오 메모리 용량보다는 클럭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허나 3840x2160 해상도에선 두 제품 모두 격차를 매우 크게 벌리네요. 이 정도의 차이라면 높은 용량의 비디오 메모리가 4K 정도 되는 고해상도에선 성능에 확실하게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재밌는 건 지포스 GTX 960 4GB의 비디오 메모리 용량과 성능입니다. 같은 4GB 램이지만 라데온 R9 380 4GB보다 메모리 사용량이 더 많았고, 프레임도 상당히 높게 나왔습니다. 높은 성능을 뽑아준 만큼 메모리 사용량도 많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려나요.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도 엑스트라 등급까지 옵션을 올려 테스트했습니다.

 

 
요새 그래픽카드가 처리하기에는 게임의 부하가 그리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풀 HD와 2K 해상도에선 다들 높은 프레임을 보여주며, 4K에서도 다들 40프레임 정도는 뽑아줍니다. 다만, 비디오 메모리가 성능에 영향을 줬다고 할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메모리 사용량은 한결같았습니다. 사용량만 놓고 보면 2GB란 용량은 분명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이게 실제 게임 성능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아서 그렇지요. 

 

 
리그 오브 레전드는 옵션을 낮추면 내장 그래픽에서도 플레이에 문제가 없는 게임입니다. 따라서 이 게임으로 비디오 메모리의 용량 차이에 따른 성능 변화를 볼 수 있진 않겠지만, 다른 게임과 비교를 하기 위해 테스트에 넣었습니다. 

 

 
어느 그래픽카드건 1920x1080과 2560x1440에선 280~300프레임이 나오며, 3840x2160에서는 200프레임으로 떨어집니다. 또 비디오 메모리 사용량은 1GB를 채우기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이런 게임에서 2GB와 4GB의 차이를 찾을 순 없겠지요. 
  
 
책상 크다고 공부 잘하는 건 아니다 
 
이제 질문을 던질 때가 됐습니다. '그래픽카드의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성능에 영향을 주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일부는 그렇다.'입니다. 어지간한 게임용 그래픽 카드가 2GB의 비디오 메모리를 갖추고 나오는 지금 분위기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높은 스펙이 필요하지 않은 게임은 사실상 비디오 메모리 용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허나 화려한 그래픽을 지닌 최신 3D 그래픽에, 4K 고해상도와 각종 옵션을 두른다면? 분명 2GB와 4GB의 성능 차이는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위 질문에 '얼마나'를 더한다면 답이 달라집니다. 2GB와 4GB의 용량은 두 배가 차이 나지만, 성능 차이는 그 정도로 크진 않았거든요. 게임이나 옵션에 따라서 결과는 다소 달라질 수 있겠으나, 4K 해상도에선 단순히 비디오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봐야 합니다. 높은 해상도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은 물론이고, 이 데이터를 제때 처리할 수 있는 연산 성능을 모두 갖춰야만 고해상도에서 게임을 제대로 즐길만한 그래픽카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큰 용량의 비디오 메모리는 분명 3D 게임의 성능에 영향을 주지만 그것만으론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비디오 메모리 용량을 따지기 앞서 GPU의 성능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고자 합니다. 책상이 크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게 아니라, 책상에 앉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소리죠. 이 결론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아직까지 PC 게임의 주류 해상도를 차지하는 1920x1080 풀 HD에선 2GB 정도만 되도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크게 부족할 일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앞으로 나올 게임은 지금보다 더 많은 용량의 메모리를 필요로 할 것이고, 풀 HD를 넘어 그 이상의 해상도를 게임에서 쓸 날도 오겠지요. VR 같은 새로운 기술이 보급된다면 GPU가 연산해야 할 데이터는 더욱 늘어날 테고요.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해질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해 대용량 비디오 메모리를 미리 갖춰두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 알맞은 GPU 성능이 받쳐줘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되겠지만요.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사용한 그래픽카드는 모두 2GB와 4GB 모델의 가격 차이가 2만 원 대로 그리 크진 않았습니다. 대신 비디오 메모리 용량은 두 배고, 4GB 모델엔 백플레이트가 들어갔지요. 따라서 게임에서 성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고 해도 4GB 모델을 선택할 이유가 나름대로 있는 셈입니다.

 

 

테크니컬라이터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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